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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광고등학교 강의석 학생 사건을 기억하는가.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 혹은 군대반대운동이나 알몸시위 등으로 유명해진 강의석씨 말이다. 강의석군은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인 2004년 6월 자신이 다니는 고등학교가 학생들에게 예배를 강요한다고 반대시위를 벌였다.

대광고등학교는 고 한경직 목사가 1947년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설립한 미션스쿨이다. 대광고등학교는 학칙에 따라 강군을 퇴학 처분했다. 강군은 이에 불복 학교와 교육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벌였다. 여러 차례 재판을 통해 일부 승소했고, 이후 복학하여 학교를 졸업했다. 당시에 많은 사람들이 강 군에게 동조하여 학교의 특정종교 강요를 비판했다.

강의석 사태를 빚은 미션스쿨.... 문제는?

<공교육과 기독교> 표지
 <공교육과 기독교> 표지
ⓒ 좋은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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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미션스쿨을 다닌 사람으로 그때 참 마음이 불편했었다. 대광고등학교처럼 대부분의 미션스쿨은 기독교정신이 그 설립기초다. 대광고등학교의 경우 학교교육목표 3가지 중 첫째가 '기독교정신에 입각한 자아 정체성확립'이다. 학교 비전도 또한 '경천애인 차세대 인재양성 - 명문 기독교 사학'으로, '기독교 영성·인성 양성'이 그 목표다.

그러니 강군처럼 기독교 과목이나 예배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고 입학한 이들에게는 고욕이 아닐 수 없다. 대광고등학교는 강군 사태 이후 2011년 자립형사립고로 전환하여 미션스쿨 본연의 학교로 운영 중에 있다. 강군 사태 같은 문제가 왜 발생했을까. 여기에 대하여 답을 주는 책이 있다. <공교육과 기독교>(좋은교사 펴냄)가 바로 그것이다.

책에 따르면 이런 사태를 불러온 것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1969년 중학교 무시험 추첨배정과 1974년 고등학교 추첨 배정정책이 시행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그러니까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원천봉쇄하다 보니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 학교의 설립취지를 무시한 교육당국 편의성에 기초한 정책이어서 기독교계 및 종교계통의 학교들이 강력히 반대했었다. 특히 보수기독교에서 거세게 반대했다.

종립학교는 기독교계통학교가 절대다수를 차지하다 보니 가톨릭이나 불교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을 뿐이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종립학교들, 학부모들, 학생들의 충분한 의견을 경청하지 못한 채 이런 정책을 추진했다. 그 대신 정책 초기 교육당국도 전교생 대상 의무적 예배참석 등 종교교육을 묵인하는 쪽으로 정책을 폈다. 그러던 중 대광고등학교 강의석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강군 소송사건으로 교육당국도 피소되었으나 너무 포괄적이라는 이유로 학교당국만 1500만원의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판결이 났다. 강군은 배상금을 학교에 장학금으로 내놓겠다고 했지만 학교는 이를 거절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공교육의 모델... 서양 기독교의 역할은?

강군 사건은 종립학교의 정체성이란 문제에 봉착하게 만든다. 그동안 기독교계통학교의 종교교육이 당연시 되었었는데 강군 사건으로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공교육이란 무엇인가? '공공기관 즉 정부나 자치단체가 교육주체가 되는 교육'을 말한다면 국공립학교 교육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의 이익과 가치를 창출하는 교육'을 뜻한다면 대부분의 모든 교육을 말하는 것이다.

책은 후자를 공교육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므로 종립학교도 다 여기 해당한다. 그렇다면 모든 교육은 교육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고, 의무교육과 무상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공교육이 기독교의 주도 아래 이뤄졌던 나라들을 연구하는 것은 의미 있다. 책은 독일, 영국, 덴마크, 미국의 공교육의 전개와 기독교의 역할에 대하여 세밀하게 고찰해주고 있다.

중세 독일의 교육은 교회부속기관에서 출발한다. 그러니 공교육은 당연히 기독교교육이었다. 르네상스 이후 교육은 세속화되고, 교육의 장도 교회에서 가정과 학교로 이전되었다.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성직자가 교사로 기독교적 가치를 추구하였다. 17세기에는 국가주도로 기독교교육에서 '국민교육'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교육의 기본 가치는 기독교가치이며, 가정, 교회, 국가가 모두 교육의 주체이다.

영국은 1870년 의무교육제도가 시행되면서 공교육이 시작되었다. 영국 역시 독일처럼 기독교단체들이 학교를 세워 교육을 담당했다. 최초의 학교는 수도원학교나 주교학교였다. 18세기 자선학교는 대중교육 분야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가져다주었다. 공립학교와 종교사립학교로 발전하며 교회에서 국가로 교육의 주도권이 넘어갔다. 현재는 다양한 종교를 가진 이민자들을 아우르며 기독교적 가치를 바탕으로 한 예배와 종교수업이 이어지고 있다.

덴마크 공교육은 "기독교적 교훈에 따라 선하고 올곧은 인격"을 지향하며 "한 국가의 쓸모 있는 시민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덴마크는 최초로 공교육을 도입했다. 그룬트비와 콜의 교육철학이 기반으로 보편적 기독교가치인 자유, 평등, 사랑을 지향한다. 다른 종교를 가진 학생은 기독교 종교수업을 참석하지 않을 수 있지만 모든 학교는 기독교 교육을 실시한다.

우리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것은 미국이다. 미국의 공교육은 "잘 조직된 기독교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서 출발한다. 주로 선교사들의 원주민 교육에서 시작되었다. 다양한 이민자들을 포용하면서 성경적 정의의 관점에서 다문화 교육이나 이중언어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교육목적이 기독교 신앙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 기독교가 교육에 깊숙이 뿌리박고 있으면서 권력화하거나 "기존질서에 순응하게 만드는데 기여"한 것은 역기능이기도 하다.

한국의 공교육과 기독교의 역할은?

미국의 초기선교사들은 학교설립부터 시작했다. 이미 동문학이나 육영공원 등의 자생 학교들이 있긴 했지만 그 영향은 미미했다. 가톨릭의 성요셉신학교를 필두로, 1886년 아펜젤러의 배재학당, 스크랜튼 여사의 이화학당, 언더우드의 혜빈원(예수교학당, 후에 '정신여학교'가 됨) 등이 그것이다.

기독교인 수가 급증하자 기독교를 배척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었고 교회 아이들을 서당에서 받아주지 않게 되었다. 결국 교회부설 소학교가 속속 등장했다. 이어 기독교 중고등학교도 설립되었다. 1900년 베어드에 의해 평양에 숭실학당이 세워지고, "자신과 세계를 알아가고 더불어 살아가는 참된 인간을 교육"하는 데 목표를 뒀다.

한국에서 공교육과 기독교를 분리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한국처럼 비기독교 국가이면서 기독교가 근대 공교육의 형성과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나라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처럼 기독교 학교의 교육이념이 극한 반대에 부딪힌 나라도 없다. 여기에 대한 이 책의 논의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학서열체제는 갈수록 심화되고 수도권집중화 현상을 빚고 있다. 초중등교육과정서부터 교육이 입시위주로 변하여 버렸다. 기독교적 이념을 논할 때가 아니다 보니 기독교가치로 시작된 학교들조차 이 경쟁에 나란히 뛰어들고 있다. 기독교적 가치, 즉 사랑, 평등, 봉사, 인류애, 민주적 시민정신 등은 잊은 채 종교의식을 강제하다보니 강의석 사태까지 이른 것이다.

기독교계 학교들은 대안학교나 자립형학교로 전한하여 교육당국의 감시를 피하려하지만 등록금이 비싼 귀족학교를 양산한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일반학교로 남아있는 기독교학교들 역시 입시위주의 경쟁으로 치닫는 현실에서, "기독교계 학교들이 기독교교육의 본질에 입각한 교육적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그 가운데 매몰"되고 있다.

기독교는 우리나라 공교육의 기초였던 과거만 자랑할 게 아니라, 새로운 기독교적 가치의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다투는 교회의 모습은 정치세력화한 기독교의 자화상이다. 종교교육의 유무나 예배를 가지고 찬반을 이야기할 게 아니라 기독교 본연의 보편적 가치를 학교에서 창출할 때다. 이 책의 두 단락을 소개하며 글을 접는다.

"한국의 기독교는 유럽사회를 통째로 바꿔놓았던 선한 영향력을 본받아야 한다. 기독교가 공교육 내에서 공교육의 정신과 생명을 살려내고 그로 인해 교육이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면 누가 공교육에서 기독교를 배제하려고 하겠는가?"(본문 282쪽)

"공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것뿐 아니라, 소외된 학생을 돌보고,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교육을 수단화하는 시도에 대항하고, 잘못된 사교육에 대항하고, 인간 파괴적 경쟁력 입시문화를 비판하고, 올바른 교육문화 형성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본문 60쪽)

덧붙이는 글 | <공교육과 기독교>(강영택 외5인 / 좋은교사 펴냄 / 2014. 8. / 311쪽 / 1만5000원)



공교육과 기독교

강영택 외 지음, 좋은교사(2014)


태그:#공교육과 기독교, #좋은교사, #기독교사학, #사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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