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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에 대한 변명> 김희재 지음
<나이듦에 대한 변명>김희재 지음 ⓒ 리더스북
어머니들은 왜 그리 약속이나 한 듯이 '아줌마머리'를 하고 다니시는지, 아버지들은 어쩜 그리 누구랄 것 없이 한가득 '인격'을 배 속에 채워 다니시는지, 어르신들은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데 뭔지 모를 특유의 냄새를 그리 진하게 풍기시는지...

'젊은 것들'은 선뜻은 이해하기 어려운 어른들의 변해버린 몸과 마음을 짐짓 되짚어보는 것은 세대 간 이해에 무척 큰 도움이 된다. 말하자면, 몸이 늙고 마음에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어른들의 나이듦을 바라보는 젊은 것들에게도 분명 찾아올 일일 테니까.

피부에 땀구멍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는 노폐물을 배출하기 위해서입니다. 젊을 때는, 구멍이 열리고 닫힘이 부드럽고 빠르고 정확한 그때는 냄새나는 노폐물 따위, 냄새나는 그것들을 남김없이 땀으로 쭉쭉 내보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운동을 하거나 혹은 그저 일상생활을 하며 땀을 조금 흘려주기만 해도 노폐물이 원활히 빠져나가고, 비누로 그 땀을 씻어내면 자연히 싱그러운 향만 남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그래서 땀구멍의 자연스러운 조절이 느려지고 게을러져 땀을 흘리는 것조차 버거운 일이 되면, 우리의 신체는 노폐물을 내보낼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 <나이듦에 대한 변명>, 193.

나이 듦... 부모와 자식이 함께 나눌 이야기

자식 부러워하지 않을 만큼 웬만한 건 잘 보시던 어머니가 늘 안경을 쓰고 다니시며 편지라도 읽으려면 어느새 눈을 찌푸리고 편지를 내려놨다 올렸다 하실 때, 초등학교 시절 찍은 가족사진 속 젊은 엄마의 모습이 이젠 참 오래된 예전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곤 한다.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몸에 세월이 쌓이고 마음이 나이 먹는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데, 현실에서는 '젊은 것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어른들을 쳐다보는 일이 늘 생긴다. "내 나이 되어봐라"고 하시는 말씀으로 설명과 변명(?!)을 대신하시는 어른들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면 아직 젊은 사람이고, 그걸 짐짓 이해할 수 있다면 꽤나 나이든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이 든다는 거, 그거 좀 이해받을 필요가 있는 자연스런 일이다. 시간 차이가 있을 뿐 누구에게나 있을 일이고 지금도 누군가는 계속 견디어내고 있으니까.

다른 사람이 눈살을 찌푸릴 만큼 큰 귀지는 저장하는 기능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몸의 신호입니다. 기름지고 좋은 음식을 먹기는 했는데 몸에 그것을 저장할 만큼의 소화력이 없다는 뜻인 거지요. 그래서 몸이 받아내지 못하고 남은 것이 귀지로 뭉쳐 밖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노년의 귀지는 귀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던 젊은 시절의 귀지와는 그 성격이 많이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니 만약 귀에서 자꾸만 큰 귀지가 생기는 시기가 온다면, 이는 기름진 음식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이니 담백한 음식 위주로 식단을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더불어 젊은 에너지로 열렬하게 소통해야 하는 일은 젊은 친구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경험의 지혜로 해낼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 <나이듦에 대한 변명>, 171~172.

책은, 몸이 나이 든다는 것이 찬찬히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몸이 한창 한껏 매력을 뽐내는 나이와 몸이 어느덧 살아 있음 자체를 깊이 생각하는 나이는 서로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나이듦에 대한 변명>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자기도 겪게 될 나이에 대해 찬찬히 생각해보게 한다. 엄마의 엄마를 생각하며 엄마가 된 자신이 자신을 엄마라 부르는 자녀를 생각한다. 나이 드신 분들만 나이 들었다는 게 뭔지를 생각할 게 아니니까. 세대 간에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나눌 일이 나이 듦이라고 말하는 셈이다.

나이 들었기에 겪게 되는 일, 그래서 당사자는 당혹스럽고 주위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나이 듦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을 우리는 이 책에서 만난다. 누구나 어디서나 겪는 일이지만 서로 낯설어하는 나이 듦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라도 자연스러운 일로 새삼 다시 곱씹어봐야 한다.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을 서로 불편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말이다. 나이 든다는 거, 그래서 생기는 몸의 변화를 우리는 '함께' 알아야 한다. 연구하라는 게 아니고 우리 서로 알아가자. 나이 듦과 그 당연한 현상에 대하여 새롭게 아니 새삼 자연스럽게.

덧붙이는 글 | [서평]<나이듦에 대한 변명: 이야기꾼 김희재가 전하는 세월을 대비하는 몸·마음 준비서> / 김희재 지음 / 서울: 리더스북 / 2014 / 1만2800원



나이듦에 대한 변명 - 이야기꾼 김희재가 전하는 세월을 대비하는 몸.마음 준비서

김희재 지음, 리더스북(2014)


#나이듦에 대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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