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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전시가 아닌 평시에도 예비군과 민간 차량 등을 동원할 수 있도록 국가동원제도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2010년 11월 발생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을 예로 들며 평시 예비군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종태 국방부 동원기획과장은 10일 언론들과 한 인터뷰에서 "연평도 포격 도발과 같은 예측하기 어려운 북한의 국지도발 등의 국가위기에 적시에 대처하고 국가경제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 긴요한 자원을 부분적으로 즉시 동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정하는 것"이라 밝혔다. 이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의 발의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이는 국방개혁의 후진이나 다름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 8일 미국 하원의 하워드 매키언 군사위원회 위원장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한국 정부는 동맹 역량 강화와 군 현대화를 위해 꾸준한 투자와 노력을 할 예정"이라 밝혔다. 대통령이 꾸준한 투자와 노력을 하겠다고 밝힌 마당에, 국방부에선 예비군과 민간 차량을 동원하겠다니... 이는 심한 엇박자로밖에 볼 수 없다.

잘못된 진단과 잘못된 처방

국방부가 10일, 평시에도 위급한 사태가 발생하면 예비군과 민간차량을 투입하는 국가동원제도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10일, 평시에도 위급한 사태가 발생하면 예비군과 민간차량을 투입하는 국가동원제도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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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11월 23일, 북한이 서해 연평도에 포격을 가해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은 분명 참사였다. 그러나 지금 추진하고 있는 평시 예비군 투입 등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은 서해 5도와 관련해서 북방한계선(NLL)을 국경으로 인정하느냐의 여부를 두고 발생한 문제다. 단순히 병력의 추가배치, 대피소 시설 보강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열린 자세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외교적 합의를 통해서야 근본적 해결이 가능한 성질의 문제다.

설령 예측하지 못한 국소 분쟁이 발생했을 때, 힘으로 즉각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방법은 현역 군인들에 비해 전투력이 떨어지는 예비군의 투입으로 해결할 수 없다. 현대화된 장비의 설치, 현역 군인의 정예화가 더 올바른 방법이다. 그래야만 보다 효과적으로 적을 제압할 수 있고, 인명피해도 최소화 할 수 있다. 세계 최강대국으로 불리는 미국조차 현대화와 정예화를 추구한다. 펜타곤은 지난 2월, 육군을 현 49만 명에서 44만 명 선으로 줄이면서 보다 현대화되고 정예화된 육군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렇기에 평시에 예비군과 민간 차량을 동원해서 물량으로 맞서겠다는 국방부의 제도 개정은 진단부터 처방까지 모두가 잘못됐다. 심지어 이 개정안은 국민의 기본권 및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위헌의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대체 왜 이런 법개정을 추진한 걸까

실효성이 없는 예비군 평시 동원을 추진하는 정부의 속내는 무엇일까. 답은 뻔하다. 비용이 가장 덜 들기 때문이다. 통계청 추계에 의하면 만 18세 남성 인구는 2010년 36만 명 수준에서 2040년 18만 2000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대비 절반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 역시 상비 병력을 줄일 계획을 발표했다. '국방개혁 기본계획(2014~2030)'에 따르면 2022년까지 육군은 11만 명가량을 감축해야 한다.

저출산으로 인해 결국 최전방을 담당하는 육군 역시 필연적으로 감축되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그로 인해 발생할 문제들을 국방부는 평시 예비군과 민간 물자 동원으로 메우려 하고 있다. 예비군에게는 봉급을 추가로 줄 필요도, 새로이 교육을 시킬 필요도 없다. 국방부가 가장 손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국방부 관계자는 동원된 예비군과 물자에 관해 사후 경제적 보상을 추진할 것이라고는 했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신뢰하기는 어렵다. 이미 그들은 병사들이 국가를 위해 헌신한 2년에 대해서도 '군가산점' 따위의 미봉책으로 면피하려 하지 않는가.

말로만 개혁을 소리치지 말고 이젠 행동해야 할 때

지난 8월 8일 육군 30기계화보병사단 장병들이 특별인권교육을 받고 있다. 전국의 각급 부대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특별지시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전 장병이 참여하는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8월 8일 육군 30기계화보병사단 장병들이 특별인권교육을 받고 있다. 전국의 각급 부대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특별지시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전 장병이 참여하는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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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동북아 질서,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병력 감축, 한국 군대가 마주하는 현실은 가혹하다. 이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나라가 할 일은 무엇일까. 북한이 110만 군대의 태반이 전방에 배치됐다고, 북한의 예측하기 어려운 군사도발이 우려된다고, 우리 역시 추가 징집을 해야 할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혁신적 국방경영'이 필요하다. 애초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혁신적 국방경영'은 지금 국방부가 추진하는 개혁안과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그 혁신적 국방경영은 120만 명의 이라크군을 18만 명의 미군이 이긴 것과 같은 '양보다는 질'의 국방 정책이다. 63만 명의 국군을 반으로 줄이고 3000여 명의 대령 중 40% 가량에 해당되는 '장포대(장군진급을 포기한 대령)' 등의 군살을 없애야 한다.

또한 전체 군의 숫자가 감축됨에 따라 필요한 장성의 수가 적어진다면 이에 따라 운영비가 대폭 줄어든다. 줄어든 운영비만큼 무기의 현대화와 과학화를 추진하면 우리는 평시 예비군, 민간물자 동원과 같은 '하석상대'(下石上臺)가 아니라 근본적인 군사 개혁을 할 수 있다.

2013년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339억 가량의 군사비를 지출하고 있다. 이는 전세계 10위 규모다. 돈도, 명분도 충분하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말뿐이 아닌 행동과 약속의 실천이다.


태그:#국방부, #예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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