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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부가 내놓은 '규제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9·1 부동산대책) 설명 자료.
국토부가 내놓은 '규제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9·1 부동산대책) 설명 자료. ⓒ 국토교통부

2014년 9월 1일 발표된 '규제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방안'(이하 9.1규제완화) 보도자료의 '추진배경'을 살펴보면 정부는 주택매매시장을 다음과 같이 진단하고 있다.

'최근의 매매시장은 큰 틀에서는 침체국면에서 회복국면으로 이동 중에 있으나, 시장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견고하지 못해 본격 회복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위 문장을 해석하자면 지금까지 정부에서 여러 정책을 열심히 펼쳐서 주택매매시장이 (굵은 글씨로 강조할 정도로) 회복국면으로 전환되었지만 (다시 굵은 글씨로 강조할 정도로) 정부에서 의도했던 것에 비해 미흡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정부에서 원하는 주택매매시장의 회복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그림1>을 살펴보면 전국의 주택매매가격은 2009년 4월부터 급격하게 증가하다가 2012년 5월을 기점으로 상승세가 꺾인다. 하지만 2013년 8월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서울의 주택매매가격은 2010년 3월부터 하락하다가 같은 해 1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다소 오르더니 다시 하락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추세는 2013년 9월까지 지속되다가 이후부터 현재까지는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즉 최근 주택매매가격의 추세는 전국의 경우 오름세로 전환, 서울의 경우 하락세가 꺾임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정부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주택매매시장의 '회복국면'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회복'이라는 용어가 본디의 상태를 되찾는다는 뜻이므로 현재의 정부는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것이 주택매매시장의 본디 모습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주택가격 자체가 아니라 요인과 사회적 영향이 중요

재화의 가격이 끊임없이 오르는 것이 정상적인 시장일까? 아니다. 어떤 경제학 교재에서도, 심지어 자본주의에 강력한 논리를 제공하고 있는 주류경제학자들도 그렇게 가르치지는 않는다.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균형이다. 그럴만한 까닭이 없는데 계속 가격이 오른다면 그것이 비정상이다.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국가에서 가격추세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궤변이다.

그렇다고 공공정책을 입안하면서 가격을 고려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가격이 형성된 배경과 그에 따른 사회적 파급효과를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 물가가 오르게 되면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질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에 필요한 비용이 증가하게 되어 여러 부작용을 낳게 된다는 것은 상식에 해당한다. 경제정책을 다룰 때 물가지수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주택의 경우 매우 비싼 재화이기 때문에 매매가격 상승은 많은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매매가격이 과도하게 오른 상황에서는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기 때문에 구매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높은 집값이 서민들, 특히 경제적 약자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 자명함에도 주택매매가격의 상승을 추동하려는 현 정부의 정책은 타당하지 않다. 공공정책은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 강자는 이미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주택은 천천히 낡아가는 소모품

주택은 부동산이므로 다른 재화와 달리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것이 정상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지만 주택은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명이 한정되어 있는 소모품이다. <그림2>에 나타나듯이 경제적으로 재산권의 목적물로써 주택은 불변자산인 토지와 가변자산(소모품)인 구조체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의 경우 60년 정도가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명이라고 여겨지며 이 수명의 2/3에 해당하는 40년 이상 경과한 경우 노후건축물로 분류한다. 지금까지 주택재건축사업의 기준 연한이 최대 40년이었던 근거가 여기에 있다.

중고품이 신품에 비해서 높은 가격을 받는 경우는 골동품 등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존재할 수 없다. 제품이 낡아가면서 효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주택이 낡아서 겪게 되는 거주자의 삶이 질 하락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주택재개발사업이나 주택재건축사업의 주요 명분인 것이다.

회계처리상 주택재개발사업이나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철거해야 하는 주택(건물)의 가치는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오로지 토지의 가치만 평가한다. 달리 표현하면 건물의 가치가 감가상각되어 소멸되었다고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주택의 가격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떨어지기는커녕 오른다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것이다. 수 억 원을 투자한 주택의 가치가 몇 십 년 후에 반 토막이 난다면 억울하겠지만 주택을 영구히 쓸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다. 물론 주택이 얹혀 있는 토지의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를 수도 있다.  

주택매매가격은 특수한 상황에서 오른다

따라서 시장전반에 걸쳐서 주택매매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①지속적으로 노후주택이 재건축되어 신규주택의 비율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거나(새로 지은 주택은 당연히 높은 가격이므로 전반적인 평균매매가도 오를 수 있다), ②튼튼하게 짓거나 관리를 충실하게 하여 주택을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거나, ③낡은 주택을 지니고 있음으로 해서 얻게 되는 효용(사용가치) 이외에 제3의 이익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제3의 이익에는 ①신규주택의 분양가가 상한제 등으로 인하여 일반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었을 때 발생하는 시세차익(주택가격이 시세에 도달하면 더 이상 오를 요인이 없다), ②급속한 도시성장 및 무주택자의 소득증가 등 구매수요증가 요인에 따른 가격상승(증가요인이 사라지면 주택가격의 상승도 멈출 것이다), ③주택의 수요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건축을 하여 주택세대수가 증가함에 따른 개발이익(충분한 수요가 없다면 집이 팔리지 않으니 개발이익이 생기지 않는다) 등이 있다.

분양가에 상한을 두는 이유는 주택이 꼭 필요한 사람이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배려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주택의 구매자는 집을 가지고 있지 않아야 하고 저렴한 가격에 분양받은 주택을 일정기간 보유해야 한다. 이런 조건이 만족되지 않는다면 정책적 타당성을 얻기 어렵다. 혹여 시세차익을 노리고 일부러 주택을 분양 받으려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주택매매가격의 상승은 최대한 억제되어야 한다.

주택구매수요계층의 전환기, 매매가 조정 필요

<그림1>에서 보여 지듯이 주택매매가격이 전국 기준으로는 장기적 상승추세인데 반해 서울은 감소추세라는 것은 서울의 도시화 또는 도시성장이 완료되었다는 것과 서민들의 실질적인 소득증가가 주택구매로 이어질 정도로 향상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표1>을 살펴보면 2010년 기준으로 서울시에 거주하는 주택소유가구는 약 1.8백만 세대이며 이는 전체 일반가구수의 51.3%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즉, 소득10분위 중에서 6~10분위에 해당하는 계층이 주로 주택을 소유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1가구 1주택 기조, 즉 무주택자가 신규주택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유지한다면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실수요자는 주로 5분위에 해당하는 계층일 것이다. 6분위계층 이상은 이미 주택을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의 주택매매가격이 오르지 않는 주요 이유 중에 하나를 5분위 이하 계층이 주택을 구매할 충분한 여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다른 조건들이 동일하다면 소득이 많은 계층부터 주택을 구매했을 것이고, 즉 소득상위계층에서 점차 소득하위계층으로 주택의 구매수요가 이동했을 것이라고 확률적인 가정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얼마 전까지 활발하게 주택을 구매하여 2000년대 주택매매가격의 상승세를 주도한 계층은 앞서 살펴본 통계에 따르면 주로 6분위 계층일 것이다. 논리적으로 5분위계층의 실질소득이 최소한 2000년대 6분위계층의 실질소득에 도달하여야 주택구매수요가 유지된다고 볼 수 있다.

소득 높아지고 집값 저렴해야 구매력 높아질 것

<그림3>을 살펴보면 1990년대에는 실질주택매매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반면에 6분위계층의 실질소득은 지속적으로 향상되었다. 소득은 높아지고 집값은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니 당연히 주택구매력은 높아질 것이다. 주택건설수주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이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이에 따라 자가에 거주하는 가구의 비율이 1990년 38%에서 2000년 41%로 높아졌다(표1 참조). 만약 1990년대 후반의 경제위기가 없었다면 자가거주비율이 더 높아졌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의 회복기를 지난 2001년 이후의 양상은 다르다. 주택의 실질매매가격이 1990년대에는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에 비해서 2001년부터 2006년 무렵까지는 크게 올라서 실질소득의 증가를 넘어서고 있다. 이후부터는 가격의 상승세가 꺾이더니 2009년을 기점으로 하락하여 2005년 수준으로 감소하였다.

2005년 기준으로 서울시 일반가구 중 주택을 소유한 가구의 비율이 50%를 넘어섰으므로 주택의 주요 수요계층이 6분위에서 5분위로 전환되는 시기로 추측할 수 있는데 주택매매가격은 오히려 크게 상승하였다. 그 결과 2005년부터 2010년 사이에 서울에 공급된 20만 호 가량의 주택이 공급되었는데, 같은 시기에 자신의 집에 거주하지 않고 다른 집에 세 들어 사는 가구가 16.6만 세대 증가하였다.

즉 주택의 구매자가 실제로 거주하지 않고 세를 준 경우가 81%에 달하는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표1 참조). 주택담보대출을 받고도 부족한 나머지 잔금을 전세를 놓아서 받은 보증금으로 메운 경우가 많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빚에 빚을 지고 주택을 구매한 셈이다.

이렇게 무모하게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지속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2009년부터 주택매매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2005년 약 45%까지 올랐던 자가거주비율은 2010년 41%로 떨어졌다. 2000년 수준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1990년대에 경험했듯이 주택의 실질매매가격이 하락하여야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계층으로 구매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 통계적으로만 따져보자면 5분위 계층의 실질소득이 최소한, 6분위 계층의 주택수요가 충족된, 즉 주택소유가구비율이 50% 수준에 도달한 2005년 6분위 계층의 실질소득 수준을 넘어서야 해당시점의 실질매매가격에 대한 구매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다.

당시 6분위 계층의 실질소득지수(2001=100)는 111이었으나 현재 5분위 계층의 상대실질소득지수(2001년 6분위 소득=100)는 109이니 좀 더 소득의 향상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주택의 실질매매가격도 2005년 수준 이하로 낮아져야 한다. 객관적인 통계수치를 살펴보면 실제 시장은 이러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여겨진다. 소득의 증가만 제대로 이어진다면 주택구매수요도 자연스럽게 살아날 것이다.


서민 볼모로 상위소득계층 이익 보장하는 게 타당한가?

하지만 현 정부는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첫 정책으로써 수도권 지역의 LTV(loan to debt ratio)기준을 70%로 DTI(debt to income ratio) 기준을 60%로 완화하였다. 서민들의 소득을 향상시키고 주택의 매매가격을 낮추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대출한도를 늘려서 부족한 대금을 충당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규제완화는 시작에 불과한 것이었다. '9·1규제완화'를 통해 드러난 주요 정책만 살펴봐도 ①재건축 연한을 완화(최장 30년)하고, 안전진단시 주거환경평가 비중을 강화, ②85㎡이하 민영주택에 대한 청약가점제를 2017년부터 지자체 자율운영으로 전환, ③개발제한구역 해제 수도권 공공택지내 전매제한·거주의무 기간 단축, ④택지개발촉진법 폐지, 2017년까지 LH 공공택지 지정 중단, ⑤임대리츠 8만호 공급(2017년까지), 준공공임대 세제·금융지원 확대 등이다.

재건축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개발이익을 보장함으로써 낡은 주택의 가격하락을 막겠다는 것이고, 청약가점제를 손보겠다는 것은 무주택자를 우대하던 정책에서 다주택자라도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이 주택을 싸게 분양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전매제한과 거주의무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은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수요를 유인하겠다는 것이며, 공공택지의 지정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저렴한 주택의 공급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공공주택의 공급을 줄인 자리를 서민들의 임대료부담을 가중시키거나 공공재정에 부담을 줄 것이 뻔한 임대리츠로 채우겠다고 하고 있으며,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수익성을 맞춰주기 위해 준공공임대에 대한 세제와 금융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하고 있다.

현 정부의 정책을 간단하게 표현하면 이렇다.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 그렇게라도 집을 안 산다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집을 사게 하겠다. 그러자니 다주택자들도 집을 살 수 있게 해야겠다. 여러 채 집을 사려면 활용가치가 있어야 하니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게 하고 임대수익도 올리게 해야겠다. 낡은 집을 가지고 있다가 재건축해서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건 주택매매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다.

과거 정부들의 주택정책에는 최소한 무주택 서민들이 자기 집을 가져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게 하겠다는 철학이 있었다. 하지만 현 정부의 정책을 살펴보면 결국 상위소득계층의 이익을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란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서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하는지는 객관적인 통계수치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서민들의 실질소득을 올리고 주택의 실질매매가격은 지속적으로 낮춰야 한다. 서민들을 팔아 상위계층의 이익을 강화하는,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킬 정책기조를 조속히 바꿔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강세진 기자는 새사연 이사입니다.



#9.11주택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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