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저녁과 16일 아침, 울산지역 방송과 신문 등 지역언론에는 일제히 "울산지역 초·중·고등학교의 무상급식 실시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혜자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울산지역 무상급식 실시율은 36.5%로, 전국 평균 무상급식률(69.1%)의 절반 수준으로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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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고 부자도시로 불리는 울산이 이처럼 전국 최하위 무상급식 도시라는 오명을 쓰게된 데는 무상급식 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교육감과 무상급식을 표풀리즘으로 규정하고 한 동안 예산을 책정하지 않은 지자체장의 철학과 의지가 한몫한다.
무상급식 최하위, 서민층에게 고스란히 부담으로 전가돼
울산은 지난해 기준 시의 재정자립도(일반회계 예산규모 대비 자체수입 비율)가 61.9%로, 비록 전년(65.60)에 비해서는 3.73%P 줄었지만, 전국 평균 50.1%를 크게 웃돈다. 수출액도 연간 1000억 달러를 오르내리며 인구가 10배에 달하는 경기도와 1~2위를 다툴 정도로 부자도시다.
특히 울산은 지난 7월 통계청 발표 결과 1인당 개인소득이 1884만 원으로 전국 평균 1532만 원보다 23%나 많은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 개인소득 1위의 바탕에는 울산에 즐비한 대기업의 종사자들 임금이 타도시보다 높다는 데 있다. 이들 대기업 종사자들에게는 회사에서 자녀의 학교급식비와 학자금이 지원되고 있다.
이 반면, 소득에서 타도시와 별반 다를 바 없는 비정규직과 영세자영업자 등 서민층에게는 한 자녀 당 한 달 6만 원 가량의 학교급식비 부담을 타도시보다 더 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최하위 무상급식 비율은 고스란히 서민층의 가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후보가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세워 전국적인 바람을 일으켰고, 김복만 울산교육감도 무상급식을 공약한 후 당선됐다. 하지만 그는 타시도 와 달리 4년간 무상급식 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채 저소득층 무상급식 확대를 늘리는 선별적 복지만을 시행했다.
15~16일 지역언론에는 무상급식 전국 최하위 소식과 함께 특이한 뉴스가 함께 보도됐다. 울산시교육청의 학교공사 비리를 수사중인 검찰이 최근 김복만 교육감의 선거자금과 관련해 주변인들을 조사하면서 학교공사 비리에 따른 교육예산이 선거자금으로 흘러갔는지에 대한 새로운 수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앞서 울산시교육청의 학교공사 비리로 교육감의 친척 2명을 비롯해 8명이 구속되면서 지금까지 밝혀지 뇌물 액수만 수억 원에 달하고 있다. 결국 이 뇌물은 교육청 예산에서 새 나간 꼴이라 '무상급식은 외면하고 그에 쓰일 예산이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역 방송의 보도대로 검찰이 학교공사 비리의 검은 돈이 교육감 선거자금으로 흘러갔는지에 대한 수사를 시작한만큼, 만일 그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학교급식 예산에 쓰일 아까운 예산이 특정인의 선거자금으로 사용됐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무상급식 공약을 이행하지 않은 채 2014년 선거에서는 다시 '청렴도 1위'를 내걸고 당선된 김복만 울산시교육감은 앞으로 선거 자금 수사에 대한 압박까지 받게 됐다.
무상급식 최하위 배경에는 교육감과 지자체장 의지와 철학이 한몫
무상급식을 정책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자체 교육감의 의지에 더해 급식예산을 지원하는 지자체장의 철학과 의지가 필수다.
지난 12년간 3선 울산시장을 지낸 박맹우 전 시장은 재임시절 야당과 시민단체의 무상급식 예산 요구에 대해 "급식비를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소위 부자 무상급식을 할 만큼 예산이 풍족하지도, 절실하지도 않다"고 못박았다.
그는 "부자 무상급식을 할 예산이 있다면 이 예산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교육지원을 더 강화한다든지, 기타 급한 복지를 더 향상시켜 나가는 것이 합당하다고 본다"며 선별적 복지의 뜻을 강조해 왔던 것.
이처럼 박 전 시장이 "무상급식을 할 만큼 예산이 풍족하지도, 절실하지도 않다"고 했지만, 막상 수백 억 원의 일회성 행사 예산은 남발하면서 줄곳 시민단체의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예산 책정을 어떻게 하느냐, 일회성 행사 예산이 그렇게 절실한 것이냐는 데 대한 답이 최근 나왔다. 올해 6·4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울산시장으로 당선된 김기현 시장은 최근, 박 전 시장이 책정한 하루 행사로 5억 2천만 원이 사용된 울주군 간절곶 해맞이 행사를 전면 중단 한 것.
이 행사 예산은 박 전 시장이 "무상급식을 할 만큼 예산이 풍족하지도, 절실하지도 않다"고 하면서도 막상 일회 행사성 예산은 남발한 여러 사례의 극히 일부분에 해당할 뿐이다. 만일 이런 일회 행사 예산을 무상급식 비용으로 활용했다면 오늘날 울산이 무상급식 최하위 도시라는 오명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맹우 전 시장은 지난 3월, 3선 시장의 임기를 3개월 남겨 두고 "국회의원이 되어 더 큰 일을 하고 싶다"며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해 비난여론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는 울산 남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광역시장 12년간의 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라와 울산을 위해 더 크고 많은 일을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포부를 밝힌 후 3선 시장에 이어 결국 국회의원까지 거머쥔 박맹우 전 울산시장이지만 막상 서민들로부터는 "가장 기본적인 복지인 무상급식을 전국 최하위로 만들어 놓고 무슨 더 큰 일을 할 것인가"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