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54일째인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염원하는 목회자 304인 철야기도회'가 있었다.
지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연히 목회자 304인의 철야기도회에 대한 소식을 접했고, 당사자인 김창규 목사와 지인들은 유수의 신문들이 개신교를 깔보고 있어 기사 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억하심정을 토로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실, 서울 광화문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없어 보이는 요즘이다.
끝을 알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세월호 정국인지라 국민은 답답함을 금치 못하는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애써 마음의 문을 닫으려 하고 있는 실정이다.
처음에는 마치 자신의 아이를 잃은 것처럼 슬픔과 울분을 토했고 전국민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추모의 물결에 너도 나도 앞장 섰던 사람들이 바로 엊그제였는데, 이제는 술자리에서 조차 거론하기 거북한 마냥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가 금기시 되는 분위기다.
자신의 일도 아닌 남의 일에 대해 갑을박론을 벌이며, 의좋았던 친구와 혈연관계인 가족들간에도 심심찮게 의견이 양분되는 상황에서 애써 세월호 참사를 얘기 꺼내 괴로움을 또다시 겪을 필요는 없다는 이유에서일게다.
지방에 살다보니 TV와 언론 그리고 SNS를 통해서만 서울 광화문의 사정을 접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그리고 세월호 특별법을 위해 단식을 하는 붐이 한동안 일고 있는 시점에 현장에서 실제로 느껴지는 분위기가 무척이나 궁금하기도 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서로의 슬픔과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단식이라는 대열에 합류를 하는 것을 보며, 그 자체가 뉴스감으로서 세상에만 알려질뿐 정작 인간적인 고뇌와 애환들이 내 가슴 깊이 와닿지 않는 것에 대해 나의 무심함이 느껴지기도 했고, 단식하는 사람들의 절실한 마음 씀씀이가 어떨지에 대해선 진지한 고민을 해본적이 없다.
그리고 "뱃살을 뺄겸 나도 단식을 해볼까"하며 아내에게 농담삼아 얘기하던 것이 못난 나의 일상이기도 했다.
서울에 사는 형에게 언제고 광화문에 들릴 일이 있으면 현장의 사진들을 많이 찍어 보내달라는 부탁을 해보았다. 보이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수척해 보였고 힘이 없는 모습들이었다.세월호 이전에는 바삐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여느 일반인들처럼 아둥바둥 살았을 유가족들이었지만, 세월호가 진도군 해상에서 침몰한 이후론 이들에겐 세상의 시간이 멈쳐버렸다.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세월호 아이들이 예수님 부활하듯이 유가족들 앞에 떡하니 나타나지 않는 한 이들의 시간은 영원히 세월호에 묶여있지 않을까.
금년 3월에 동아마라톤대회 참가를 위해 생전 처음으로 가보았던 서울 광화문이어서 그런지, 사진을 통해본 광화문 이순신 장군의 늠름한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그나마 광화문 광장의 크기를 동아마라톤 참가로 인해 몸소 체험해 보았기에 신문지상에서 이따금씩 보이는 광장을 가득 채운 행렬의 규모를 짐작케 한다.
이순신 장군의 듬직한 모습에 힘입어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단식과 철야기도회를 비롯해 여러 행사를 이곳에서 하지 않을까 생각들기도 한다.
자존감이 워낙 강한 탓에 종교도 없는 나이지만 "세월호 아이들이 속세에 환생해 밝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랍니다"라고 하느님과 부처님 그리고 예수님께 기도해 본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고통과 아이들에 대한 미련을 평생 가슴에 묻고 살아가야 될 유가족들의 입장을 마음 깊이 생각해본다면, 한나라의 국민된 도리이자 아이를 둔 부모로서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만 하지 않을까 한다.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 직접 찾아가 건네지도 못했지만서도 세월호 참사를 잊지는 않을 것이고, 있는 사실 그대로를 직시하며 왜곡된 거짓 유언비어 혹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가져기 위해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304인의 목회자 철야기도회에서는 나름 섞이기 힘든 개신교 진보와 보수가 함께 만나 최초로 예배를 드렸다고 하며, 내가 사는 곳의 대둔사 주지이신 진오스님께서는 삼보사찰과 더불어 팽목항까지 지인들과 함께 '아름다운 세상! 같이살자!'를 띠 두르며 522km 순례를 시작하기도 했다.
세월호로 인해 슬픈 이들에게 힘이 되고 위로해줄 수 있는 길은 꾸준한 관심이다.
나라의 경제와 먹고 삶이 힘듦을 핑계로 세월호 참사로 고통겪는 사람들에게 또 한번의 찬물을 끼얹어 국민에 대한 불신의 바다로 침몰하게 만들어서는 안될 노릇이다. 여태껏 두팔다리 뻗고 마음 편히 잠 못 이룰 세월호 유가족의 곁에서 하룻밤도 지세워 보지 못한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만은, 그래도 있는 사실을 덮어두며 쉬쉬하지는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유통신문>과 <한국유통신문>의 카페와 블로그에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