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합니다, 선생님이 이 미용실의 사장님이십니까?""그렇소만 댁은 뉘쇼?""네, 저는 중도일보의 객원기자인 홍경석이라고 합니다. 우선 제 명함부터 드리죠. 다름 아니고 사장님께서 평소 매주 자원봉사는 물론이고 미용실을 찾아오는 손님들께도 아주 헐한 값으로 머리를 깎아준다는 미담이 자자하기에 취재 좀 하려고 왔습니다." 그러자 그 사장님의 안색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취재요? 난 이제 그딴 거 안 합니다!"당황해진 나는 서둘러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아~ 무슨 오해가 있으신가 보아 말씀드리는 건데 저는 취재를 빙자하여 돈을 받는다든가 하는 따위의 사이비 기자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사장님의 미담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하지만 나의 그 말은 미용실 사장님의 '이유 있는 항의'로 말미암아 중간에 붕괴되고 말았다.
"알았으니 어서 가슈! 1년 전에도 모 일보에서 기자라는 이가 나와서 나를 취재하여 기사가 났죠. 한데 이튿날부터 해당 언론사의 무슨 부장이란 사람이 전화를 하여 월간지와 주간지를 봐 달라고 어찌나 들들 볶던지 말도 마슈! 그때 크게 데서 이제 다시는 인터뷰 안 합니다!" 결국 이 언론 '트라우마' 때문에 나는 취재를 허탕치고 나와야만 했다. 아울러 그 '사건'은 기자의 평소 인터뷰(interview)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새삼 깨닫게 했다.
특종기자,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저널리즘에 관련된 책마다 구분법이 다양하기는 하지만, 통상 모든 기사는 스트레이트와 피처 그리고 에디토리얼 기사로 구분한다. 스트레이트는 모든 글쓰기의 기본이다. 있는 사실(팩트)을 6하 원칙에 근거해서 그대로 지면에 옮겨 쓰는 일이 바로 스트레이트 기사쓰기다.
또한 사람 사는 이야기나 풍경(현상) 스케치 같은 것을 다룬 기사를 '피처 기사'라고 한다. 사건·사고 및 인물과 관련된 뒷얘기 혹은 주변 이야기를 모은다. 스트레이트 기사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 부분을 취재하여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일종의 '해설 기사'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끝으로 에디토리얼 기사는 사설·칼럼과 같이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하여 기자(필자)가 평가하는 글이다. 독자들의 판단에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주로 서론과 본론 그리고 결론으로 구성되며, 3단 논법에 따라 피라미드 형태로 문장을 전개한다는 특징이 있다.
<세상은 바꾸고 역사는 기록하라>에는 '최은희 여기자상'을 수상한 대한민국 여기자들의 대담무쌍한 취재기가 시원한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언론과 방송사에 소속된 혹은 소속됐던 기자들은 문장 한 줄로 세상을 뒤흔들었다. 이 책에는 그 기사들의 면면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객원기자로, 시민기자로 글을 쓴 지도 어언 12년이 지났다. 때문에 <세상은 바꾸고 역사는 기록하라>를 읽으면서 새삼 그렇게 특종기사와 기자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님을 절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시민기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덧붙이는 글 | <세상은 바꾸고 역사는 기록하라>(신동식 외 20인 지음 / 푸르메 출판 펴냄 / 2013.05 / 1만 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