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개를 좋아합니다. 키워본 적은 물론 없지만요. 키워볼까도 했었지만 사실 자신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고양이는 별로입니다.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앙칼지게 생겨서 자존심 세우는 꼴이 영 제 스타일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제가 오늘은 길냥이 좀 구해달라고 전화까지하고 말았습니다.
위급한 길냥이 구조, 연락은 어디로?
새벽 1시쯤, 집에 도착했을 때였습니다. 주차장 쪽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울음소리가 거의 절규에 가까워서, 잠시 멈칫했으나 배고파서 그러려니 싶어 그냥 엘리베이터에 올라탔습니다. 오늘따라 또 아내는 저보다 더 늦게 들어왔습니다. 이렇게 우리 부부는 버는 것 없이 서로 참 바쁘게도 삽니다. 제가 눈을 흘겨볼까 싶어 들어오는 아내에게 얼굴을 내밀어 봤더니, 대뜸 하는 말이 주차장 쪽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린다는 겁니다.
사실 우리 부부는 5일전 쯤 집을 나서다가 주차장에서 정말 조그만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었더랍니다. 길냥이었습니다. 저는 작은 강아지는 본 적이 있어도 작은 고양이를 본 적은 없습니다. 아내는 길냥이들이 불쌍해서 가끔 먹이를 줘본 적이 있는터라 홀로 있는 새끼 고양이에게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혼자 놓여진 새끼 길냥이에게 행여나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 되었던 것이죠. 설마 하고 돌아섰는데, 결국 일이 생겼나 싶어 아내 말에 죄책감이 밀려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생전 처음 119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디로 전화할지 몰라서 그 짧은 순간에도 인터넷을 뒤져보았습니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동물구조관리협회가 있는지도 그제서야 알게되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긴급출동은 119. 그런데 119 콜센터에서도 난감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경우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사실 난감 했으니까요. 그래도 곧 출동하겠다고 하시더니 접수됐다는 문자 안내도 왔습니다.
버려진 동물 구조 '못할 짓'5분뒤 인근 소방대원 세분이 빨간 소방차를 끌고 오셨습니다. "새끼구만" 하시더니 이리저리 훑기 시작하셨습니다. 주차장이 기계식 로테이션 방식이라 고양이가 돌아다니다 홈 사이에 빠져 바닥으로 추락한 모양입니다. 울어대는 소리도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그 사이 먹은 것도 없을 텐데 걱정되고 또 미안했습니다. 제가 하릴없이 서성거리는 사이, 구조대원 분들은 열심히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있기가 뭐해서 "고양이 구조하면 어떻게 하세요?"라고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위험하지 않게만 다시 밖에다가 내놓는 수 밖에 없어요."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구조 대상이 아니라며 산에 풀어줘야 겠다고도 하셨습니다. 개의 경우에는 구한다하더라도 동물보호소 같은 곳에 두었다가 일주일 뒤 안락사시킨다며, 사실 버려진 동물 구조는 "어찌보면 못할 짓"이라고도 하십니다. TV프로그램에서는 개나 고양이를 구조한 후에 아름답게 마무리 하던데, 현실은 다른 모양입니다.
마침 아내가 미리 그 정보를 지인에게 접하고는 일단 데리고 들어오라고 신신당부를 하던 차였습니다. 그래서 질문도 던졌던 것인데, 새끼 고양이가 막상 다시 버려질 걸 상상하니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집에 데리고 들어가야겠다고 스스로 결심했습니다.
한시간 쯤 지났을까 고양이를 구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산에다 풀어줘야겠다 하시는데 그냥 제가 데리고 있겠다고 하자, 밖에 내놓으면 또 위험해질 수 있으니 집으로 데려가야한다고 합니다. 절차상 간단히 제 이름을 말하고 소방대원님들로부터 고양이를 건네 받았습니다. 소방대원분들이 참 고생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벽에 온 '새벽이', 키워야 할까
집에 와서 고양이를 씻겼습니다. 사람을 엄청 경계하면서도 제 손에 이끌려 샤워도 하게 됐습니다. 체온 유지가 중요하다하여 간단히 말리고 수건으로 둘둘 말아주었습니다. 우유라도 먹일까 싶어 사왔더니 그건 먹여선 안 되는 거랍니다.
일단 물과 고양이 사료를 먹여야 한다고 해서 편의점에서 고양이 먹이용 참치를 사왔습니다. 편의점에 그런게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네요. 길냥이들은 이상이 있을지 모르니 건강검진도 받아야 한답니다. 이 모든 정보는 지인들과 '길고양이 친구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얻었습니다. 새롭게 알게 되는 게 참 많습니다.
막상 데리고 와 보니 귀여워 보이고 신경이 계속 쓰이더군요. 아내는 이름까지 지어줬습니다. 새벽에 왔다고 '새벽이' 랍니다. 그런 새벽이가 새벽에 계속 울어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 우리 부부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과연 우리가 키울 수 있을까, 키우지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아마 이것도 길고양이 친구들에게 상의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길냥이 구조 후에 챙겨야할 게 많았지만, 뿌듯하고 또 나름 얻은 것도 많습니다. 작은 생명을 앞에 두고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한 적은 제 인생에서도 처음인 듯 합니다. 그나저나 이제 키우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백성균의 개인 블로그 ssro2000.blog.me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