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성문 전 국회의원이 25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 아래 코바코) 신임 사장으로 사실상 결정됐다. 코바코는 이날 오후 3시께 서울 중구 세종대로 프레스센터 17층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홍지일 전 코바코 이사 등 두 명의 사장 후보 중 곽 전 의원을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앞서 한나라당 전 국회의원이자 대표적 친박 인사로 꼽히는 곽 전 의원을 두고 '청와대 내정설'이 돌면서 "과거 중앙정보부(현 국정원)의 프락치였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됐으나, 곽 전 의원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곽 전 의원을 최종 임명하면, 코바코 사장 공모 절차는 끝나게 된다.
그러나 이를 놓고 코바코 내·외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곽 전 의원은 현역 의원이었던 2005년, 대구 지역에서 기업인들과 골프를 친 후 회식자리에서 '정치자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맥주병을 벽에 던지는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관련 기사:
"코바코 사장 후보 곽성문은 중앙정보부 프락치였다").
곽 전 의원이 1970년대 함께 활동했던 '민청학련계승사업회'조차 지난 20일 그의 사장 내정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곽 전 의원은) 중앙정보부 프락치로서 학우들을 밀고하고, 허위 증언을 일삼으며 공안사건을 조작하는 등 정권에 협력했다"라면서 "이후 MBC 기자로 특채된 것도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중앙정보부가 추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도덕성 등 구설수 오르는 분이 사장 되면..."코바코 내부에서도 곽 전 의원의 사장 선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준희 코바코 노조위원장은 "사장은 기업을 대표하는 자리인데, 도덕성 문제 등 구설수에 오르는 분이 오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직원들이 많다"라고 전했다. 코바코의 또 다른 직원은 "아무래도 언론보도 등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많으니 (사내에) 걱정하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곽 전 의원은 쏟아지는 의혹과 비판을 부인하고 있다. 곽 전 의원은 "(코바코 사장에) 전문성과 경험을 갖추고 자격이 있다고 판단해서 응모했다, 대학 시절 이야기(위증 의혹)는 정말 일방적인 이야기"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코바코 사장직에 지원했던 한 인사는 24일 <JTBC> 뉴스에서 "(나도) 청와대 전화를 받고 응모했는데 알고 보니 들러리였다"라고 밝혀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코바코 노동조합원들은 지난 17일 성명서를 통해 "정권 입맛에만 맞는 부적격 인사, 도덕적 결함이 있는 인물이 코바코 수장이 돼서는 안 된다"라면서 "권력의 불나방들이 자리할 곳은 코바코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조준희 위원장은 25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곽 전 의원이 코바코 사장이 되는 것은, 공기업 코바코를 넘어 한국방송광고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일"이라면서 "앞으로 주시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