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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에서 벌어진 행정장관 선거안 반대 시위를 머리기사로 보도하는 영국 BBC뉴스 갈무리.
홍콩에서 벌어진 행정장관 선거안 반대 시위를 머리기사로 보도하는 영국 BBC뉴스 갈무리. ⓒ BBC

중국의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서면서 경찰과 유혈 충돌이 발생해 수십 명이 다쳤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8일(한국시각)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치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학생들은 도심의 정부청사 인근에서 선거안 철회와 정치 개혁 방안 마련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는 지난 22일부터 시작됐지만, 이날 시민단체인 '센트럴을 점령하라'(Occupy Central)가 홍콩의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 지역에서 본격적인 도심 점거 시위를 벌이기 시작하고, 동맹 휴업 중인 대학생들이 가세하면서 시위대 규모가 수천 명으로 급속히 불어났다.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면서 센트럴 지역으로 향하는 차량 이동이 전면 차단됐다. 경찰은 정부청사 지하철역을 폐쇄하고 최루액과 최루탄 등을 동원해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일부 시위대는 최루탄에 대비해 우산을 들거나 마스크, 물안경을 쓰기도 했다.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시민의 의견을 귀담아 듣겠지만 도심 점거 시위는 분명한 불법적 행위"라며 "공권력을 동원해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최소 26명이 다치고 76명이 체포됐다. 전날에도 시위대를 포함해 경찰 4명과 공무원 11명 등 34명이 다치면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홍콩 '무늬만 직선제' 반발... 중국 정부와 갈등

앞서 중국의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전체 회의를 열어 오는 2017년 치러질 새로운 홍콩 행정장관 선거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발표했다.

사실상 친중국 성향을 가진 1200명의 행정장관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전체 위원의 절반 이상 지지를 얻어야 행정장관 선거에 출마할 수 있고, 최종 입후보자도 2~3명으로 제한하는 것이 새로운 선거안의 주요 내용이다. 또한 홍콩 행정장관으로 당선되더라도 중국의 중앙 인민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까지 내걸면서 결국 중국과 가까운 인물을 행정장관으로 앉히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무늬만 직선제'라는 비난 여론과 함께 강한 반발이 쏟아졌다. 영국 식민지 시절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던 홍콩 시민들이 중국의 '일당체제'에 갖고 있던 거부감이 이번 시위로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 착안해 '센트럴을 점령하라'를 만든 베니 타이 홍콩대 부교수는 "우리는 중국 정부의 통치권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선거 시스템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옛 주인' 영국도 가세...  중국 '내정 간섭' 발끈

중국이 홍콩에서 완전한 직선제를 허용하면 자칫 일당체제를 포기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일부 친중국 언론은 미국이나 유럽의 개입설까지 흘리며 시위대를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시위로 인해 1997년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반환받으며 중국이 천명한 일국양제(한 국가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모두 담겠다는 정책)가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편 영국도 끼어들고 나섰다. 영국 하원은 전인대가 내놓은 선거안이 1984년 체결된 '중-영 연합성명'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며 자체 조사단을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영 연합성명'이란 1997년 영국이 홍콩의 주권을 중국에 반환하되 50년 뒤인 2047년까지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중국의 사회주의를 홍콩에 도입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당연히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했고 외교적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센트럴을 점령하라'는 체계적으로 전열을 갖춰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경찰이 이에 맞서 고무탄까지 동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유혈 충돌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홍콩#중국#영국#홍콩 행정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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