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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거짓말이 있는가 하면, 그럴싸한 거짓말이 있다. 하루 이틀이면 들통 나는 거짓말이 있는가 하면, 꽤 오래 연명하는 거짓말이 있다.

원자력발전이 '안전하고, 값싸고, 깨끗하다'는 거짓말은 후자에 속하는 거짓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자력이 돈이 덜 들어가고, 친환경 에너지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미 완벽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갔기 때문이다.

원자력 전문가이자, 원전 반대에 앞장서고 있는 고이데 히로아키의 책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은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원자력 발전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키워드①] 원자력은 안전한가?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 표지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 표지 ⓒ 녹색평론사
고이데 히로아키는 도호쿠대학 공학부 원자 공학과를 졸업한 원자력 핵 전문가다. 1957년 일본 최초의 연구용 원자로의 가동을 보며 '꿈의 에너지' 원자력에 매료됐다. 그런데 센다이 시가 시민을 위한 원전을 시가지와 60km 떨어진 오나가와에 건설하는 걸 보며 안전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1986년 4월 26일,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7000명이 죽고 70여만 명이 피폭됐다. 2011년 3월 12일, 일본 동북부 대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다. 연료봉 노출로 노심 용융, 방사성 오염물질 바다 유입 등 최악의 사태로 번지기 시작했다. 비극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일본의 원전사고로 누출된 방사능이 지구를 한 바퀴 돌아 1년 후 일본에서 다시 측정되었다. 방사능은 누출된 이상 사라지지 않는다. 관련 증상이 일어나는 최소한의 피폭량을 '역치'라고 하는데, 역치 이하의 소량 피폭이라 할지라도 "분자 결합이 망가지는 것 자체는 피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크고 작은 원전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국외는 차치하고 국내에서도 핵 발전소 불시정지 사고가 2012년에만 총 441건 일어났다. 고리 1호기에서만도 108건이 발생했다. 노후 시설, 원전 납품을 둘러싼 비리 등 원전 주변은 조용할 날이 없다. 원전 사고란 이미 경험했듯 한 번만 일어나도 끔찍한 사태에 이른다.

미국은 원전에서 나온 찌꺼기인 열화우라늄 처리를 위해 열화우라늄탄이라는 무기를 제조해 이라크, 유고슬라비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지에서 사용했다. 참전했던 병사들에게서 암, 백혈병, 면역 부전, 만성 피로 등의 '걸프전 증후군'과 '발칸 증후군'이 발견되고 있다.

우리는 이미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의 위력에 대해 알고 있다. 저자는 지난 1월 22일 국회도서관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일본은 핵무기와 원자력이 별개인 것처럼 선전해 왔지만 둘은 동일한 기술"이라며 "유엔 상임이사국이 아님에도 합법적으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포함한 핵무기 제조기술을 가진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약 44톤 이상의 플루토늄을 갖고 있어 핵폭탄 2만 발을 만들 수 있다. 저자는 "한국에서도 '파이로 프로세싱'이라는 재처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 위험한 기술에 절대 손을 대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절대로 원전과 핵 기술은 안전하지 않다.

사람의 마을과 인접한 고리원전 1~4호기 사고 후 26년이 지난 체르노빌은 아직도 반경 30㎞가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이다. 후쿠시마는 20㎞ 지역에 주민이 거주하지 못한다. 부산시청과 고리원전은 거리는 25㎞ 남짓이다.
사람의 마을과 인접한 고리원전 1~4호기사고 후 26년이 지난 체르노빌은 아직도 반경 30㎞가 민간인 출입통제구역이다. 후쿠시마는 20㎞ 지역에 주민이 거주하지 못한다. 부산시청과 고리원전은 거리는 25㎞ 남짓이다. ⓒ 황윤희

[키워드②] 원자력은 값싼가?

일본은 히로시마 피폭으로 원자력의 위력을 실감했다. 원자력에 대한 공포는 미래 에너지원에 대한 기대로 바뀌었다. 책 속에서 인용한 1955년 12월 31일 <도쿄신문>은 이렇게 보도했다.

"산타마 산중에 새로운 불이 타고 있다. 공장과 가정으로 많은 전기를 보낸다. 그런데 이런 원자력을 잠재 전력으로 생각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것이다. (중략) 전기료는 2000분의 1이 된다. (중략) 원자력 발전에는 화력 발전처럼 큰 공장이 필요 없다. 석탄을 운반하고 재를 버리기 위한 철도나 트럭도 필요 없다. (중략) 물론 산간벽지를 선택할 필요도 없다. 빌딩의 지하실이 발전소가 될 수 있다." (42쪽)

책은 이 기사가 완전히 틀렸다고 말한다. 전기 요금이 2000분의 1로 떨어지지도 않았고 원자력 발전소는 화력 발전소에 비해 훨씬 거대한 공장이 필요하다. 거대한 공장 시설은 더 많은 건물 비용과 운영비를 지출할 수밖에 없다. 원전은 기계 시설이기에 고장이 나도 비용이 들어가고, 사고가 난다면 엄청난 손해를 봐야 한다.

미국의 경우 1975년 원자력을 설치하기 전 원자력위원회(AEC)에서 원전 사고 시 보상에 관한 부분을 상세히 검토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출력 50만 kW의 시설에서 사고가 났을 때 3400명이 사망하고, 4만 3000명이 장애를 입는다. 또 72km 떨어진 곳까지 방사능 피해를 입으며, 각종 오염 등으로 70억 달러의 손해가 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는 당시 일본 일반 회계의 두 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원전은 빌딩 지하실은커녕 인적이 드문 외지가 아니면 건설할 수 없다. 바로 위의 위험성 때문이다. 외지에서 생산한 전력을 다시 도시로 보내기 위해서도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송전탑과 송전선 연결 문제 때문이다. 관련 지역 주민들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저자는 화석연료의 대안으로 원자력 에너지를 택하는 것에 반대한다. 원자력에 사용되는 우라늄과 플루토늄 역시 고갈 자원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양으로 환산하면 (우라늄은) 석유에 몇 분의 1, 석탄에 비해서는 수십 분의 1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략) 우라늄은 금방이라도 고갈되어 버리기 때문에 당분간은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진실입니다." (46쪽)

화석연료보다 원자력 자원이 먼저 고갈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비싼 자원이 될 것이 분명하다. 또 대부분의 나라에서 고속 증식로를 늘리며 원전에 막대한 자본을 붓는다. 일본의 경우 "1kW 발전도 못한 '몬주'에만 1조 엔이 넘는 돈을 낭비"하고 있다. 값싼 원자력은 그야말로 거짓말이다.

[키워드③] 원자력은 깨끗한가?

원자력의 가장 큰 환상은 원자력 에너지가 '친환경 에너지'라는 말이다. 원자력이 친환경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원자력 에너지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을 할 때만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을 뿐이지, 우라늄을 광산에서 캐고, 또 이를 제련해 농축·가공한 뒤 전기를 만들어 재처리하는 과정 모두 방대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 방대한 자재들을 공급하고, 시설을 건설하고, 운전하기 위해서 많은 양의 화석연료가 사용됩니다. 결국 원자로를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된다는 것입니다." (91~92쪽)

원전은 바닷물 온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원자로를 식히는 데 바닷물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더운물이 바다로 유입된다. 일본의 54기, 전기출력으로 4800kW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연간 1천억 톤(2011년도 기준)의 온배수가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이는 일본의 모든 하천 배수량을 2도씩 데우는 꼴이다.

각종 유해물질과 방사능도 방출되고 있다. 방사성 폐기물을 어디다 보관하고 폐기해야 할지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주에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이 건설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영원한 폐기가 아니라 저준위·중준위 폐기물을 지하 깊숙이 보관하는 정도다.

원자력의 3대 거짓말 중 첫 번째인 원자력의 안전성은 대부분 믿지 않고 있다. 그러나 두 번째와 세 번째 거짓말에 대한 진실은 잘 모르고 있는 사람이 많다. 우리는 이제 원자력의 환상에서 빨리 나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고이데 히로아키 지음 / 김원식·고노 다이스케 옮김 / 녹색평론사 펴냄 / 192쪽 / 1만 원)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 - 원자력 전문가가 원자력을 반대하는 이유

고이데 히로아키 지음, 김원식.고노 다이스케 옮김, 녹색평론사(2011)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고이데 히로이카#녹색평론사#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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