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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가 올해 8월에 만든 검인정 교과서 선정 지침.
교육부가 올해 8월에 만든 검인정 교과서 선정 지침. ⓒ 교육부

교육부가 교과용도서 선정 과정에서 전국 초중고의 교과 담당 교사들이 가진 '교과서 순위 추천권'을 올해부터 박탈한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살리기 위해 교사들의 교과전문성을 죽이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학운위에 순위 추천 권한 올해부터 슬쩍 삭제

1일, 교육부가 지난 8월 만든 <2014학년도 검인정 교과용도서 선정 매뉴얼>을 입수해 살펴보니 교육부는 기존 교사들에게 부여했던 전문 교과 교사들의 회의인 교과협의회의 순위 추천 권한을 없앴다.

이 매뉴얼은 검인정교과서 선정을 위해 각 학교가 학교운영위원회에 심의를 넘길 때 "전체 교사의 평가점수를 합산하여 3종의 교과서를 선정한 후, 순위를 정하지 않고 학교운영위(학운위)에 추천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매뉴얼은 "학교운영위원회는 교과협의회가 추천한 검인정 도서를 심의한 후, 그 순위를 정하여 학교장에게 통보하고 학교장이 도서를 최종 결정한다"고 못 박았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해까지 교과협의회에 순위 추천권을 준 매뉴얼 내용을 바꿔치기 한 것이어서 교사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2013년도와 2012년도의 <검인정 교과용도서 선정 매뉴얼>에서는 "동일 교과 전체 교사의 개인별 평가표를 합산하여 3종을 선정한 후, 순위를 정해 학운위에 추천"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교과 담당 전체 교사들이 여러 출판사의 교과서를 한 달여간에 걸쳐 분석, 평가하는 교과협의회가 요식행위로 전락할 위기로 내몰렸다.

 지난해 교육부의 검인정 교과서 선정 지침.
지난해 교육부의 검인정 교과서 선정 지침. ⓒ 교육부

현재 학운위에는 학부모위원과 지역위원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교과교육 전문가는 거의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학운위원인 해당 학교 교장에게 사실상 교과서 선택권을 몰아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기존 초중고의 학운위는 교과전문가인 교사들의 의견을 존중해 사실상 1순위로 추천된 교과서를 선택해왔고 이는 교육의 본질과 맞닿아 있는 것"이라면서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부가 갑자기 매뉴얼을 바꾼 것은 교학사 교과서를 살리기 위해 사실상 교장 1인에게 교과서 선택권을 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교학사 교과서 파동 당시 학운위에서 교학사를 최종 선택했던 상당수의 고교가 내부 교과협의회에서는 교학사 교과서가 3등 턱걸이로 추천된 바 있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빚어졌다.

교사의 교과서 선택권 빼앗아 교장에게 몰아주기?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도 "교육부 지침은 비전문가인 학운위원들이 10개가 넘는 과목의 30종 교과서를 1~2시간의 회의로 검토하도록 한 황당한 지시"라면서 "교학사 교과서 파동을 겪은 교육부가 눈물겨운 꼼수를 쓴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작 학운위원들도 "교과서 순위를 학부모들에게 매기도록 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한 중학교에서 학운위원(학부모위원)을 맡고 있는 고유경씨는 "전문가인 교사들의 추천 순위가 없는 상태에서 학운위원들이 등수를 매기는 것은 불가능하며 교장의 입김에 좌우되기 십상"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의 해명을 듣기 위해 교과서기획과 과장과 사무관 등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교학사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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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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