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폐쇄 중인 창원공단 케이비알(KBR)의 노동자 부인이 생계 어려움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노-사가 고용노동부의 주선으로 협상을 벌였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이종철 KBR 회장과 신천섭 금속노조 경남지부장은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에서 2일 만나 1시간 30분 가량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승한 창원고용노동지청장과 함께 쟁점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창원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이종철 회장은 '외주화'와 '설비 문제'는 경영권과 관계된 것으로, 노조가 경영권에 대해 간섭하지 말라는 전제조건을 달았고, 그런 속에 해결 실마리를 찾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해결 실마리 찾기 어려워"... 노사, 6일 다시 만나 교섭
양측은 6일 다시 만나 교섭하기로 했다. 창원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양측이 다시 만나기로 했다"며 "고용노동부는 갈등이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철 회장과 신천섭 지부장이 창원고용노동지청에서 만나자, 금속노조 경남지부 케이비알지회 조합원들은 상복을 입고 이곳을 찾기도 했다.
금속노조 케이비알지회 한 간부 부인은 하루 전날인 1일 오전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부인은 "어머님 등 가족들 도움 받지 않도록 …, 돈은 얼마 없다, 힘들었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베어링(쇠구슬)을 생산하는 케이비알은 '생산과정 외주화'와 '기계 반출 시도' 등으로 노사 갈등을 겪어 왔고, 금속노조 케이비알지회는 파업을 벌였다. 이런 속에 사측은 지난 5월부터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현재 공장은 경비만 남겨둔 상태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2일 소식지 <들불>을 통해 "자본가의 탐욕이 노동자 가족의 죽음을 불렀다"며 "고인의 죽음은 명백히 KBR자본의 탐욕과 노동탄압이 부른 타살"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고인의 유서에서 나타났듯이 고인이 생을 마감해야 했던 이유는 생활고이고, 생활고를 유발한 장본인은 KBR자본"이라며 "조합원 가족이 자결까지 해야 했던 상황에 대해 분노를 안고, 하나된 연대 투쟁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케이비알 조합원 부인의 빈소는 창원 한마음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어 있으며, 민주노총 경남본부 간부·조합원들이 조문하고 있다. 장례식은 3일 오전 '가족장'으로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