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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65회 조선학회 대회에서 서울대학교 권재일 교수님께서 공개 강연을 하시고 있습니다.
  제 65회 조선학회 대회에서 서울대학교 권재일 교수님께서 공개 강연을 하시고 있습니다. ⓒ 박현국

4일과 5일 이틀 동안 일본 나라현(奈良縣) 텐리시(天理市) 텐리대학에서 제65회 조선학회 대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조선학회 대회에서는 공개 강연과 총회, 한국말 연구자들의 연구발표가 있었습니다. 텐리대학에서는 일찍이 한국어학과가 생기고 조선학회를 결성하여 한국어 연구와 교육에 힘써왔습니다.

이번 조선학회 공개 강연에서는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권재일 교수님과 후쿠오카대학 히로세 교수님의 발표(廣瀨貞三, 근대 조선의 수도사업과 지역 사회)가 있었습니다. 그밖에 초청 연구발표에서는 동국대학교 최연식 교수님(고려 사원형지안 가운데 선종사원의 양상)과 서울대학교 규장각 안승택 교수님(전라북도 임실 창평일기를 통해서 본 공동체 질서)께서 참가해주셨습니다. 

학술발표에서는 언어, 문학, 민속역사 등 세 분야로 나누어서 연구자들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 발표는 연구자 30명이 참가하였습니다. 조선학회는 일본 국내외 회원 약 600명이 있습니다. 이번 학회에는 200여 회원들이 참가하여 연구 발표를 듣고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연구 발표는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습니다. 멀리 한국에서도 발표를 위해서 참가한 회원도 있었습니다.

첫날 공개 강연에서 서울대학교 권재일 교수님은 중앙아시아 고려말의 구어와 문어에 대해서 발표하셨습니다. 중앙아시아 나라 가운데 우즈베키스탄(17만3832명), 카자크스탄(10만7130명) 키르키스탄(1만8230명) 등에 한민족의 피를 이어받은 고려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조선학회가 열리는 나라현 텐리시는 비교적 따뜻한 곳입니다. 학교 밖 텃밭에는 양하(?荷, 양애, 양애간)꽃이 노랗게 피었습니다.
  조선학회가 열리는 나라현 텐리시는 비교적 따뜻한 곳입니다. 학교 밖 텃밭에는 양하(?荷, 양애, 양애간)꽃이 노랗게 피었습니다. ⓒ 박현국

이들은 대부분 집에서는 우리말을 사용하고, 밖에서는 현지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권재일 교수님 연구팀은 10여 년 전부터 이곳 여러 나라를 방문하여 고려 사람들의 말을 조사였습니다. 여기서 고려는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조선 등 시대적으로 부르는 고려가 아닙니다.

중앙아시아에 사는 한민족들을 대부분 고려인이라고 부르고 그들이 사용하는 말을 고려말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은 대부분 1863년부터 함경북도 육진, 명천, 길주 등에서 연해주로 옮겨간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처음 연해주로 옮겨가 살다가 1937년 스탈린의 이주정책에 의해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하였습니다. 이때 10살 전후였던 사람들은 연해주에 살면서 집에서는 주로 우리말을 사용했기 때문에 이주 뒤에도 우리말을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때 연해주에서는 뜻이 있는 민족 지도자들에 의해서 정책적으로 우리말 교육이 실시되었습니다. 이때 시도된 우리말 교육은 한글학회를 비롯한 연구단체에서 만든 우리말 맞춤법 통일안 등을 교재로 사용하였습니다.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은 집에서는 길주 명천 등지에서 옮겨오기 전 지역 사투리를 사용하고, 우리말 교육을 통해서는 현대 한국어를 배웠습니다. 그래서 나이든 고려인들은 지금도 집에서는 1863년 함경북도 육진, 명천, 길주 등에서 사용하던 사투리를 사용하고, 집 밖에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거나 문서를 쓸 때는 현대 우리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권재일 교수님을 비롯한 연구팀은 10여 년 전부터 중앙아시아 세 나라를 방문하여 고려말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해오셨습니다. 이번 공개 강연에서는 그 조사와 연구 결과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발표하셨습니다.

현재 지구에는 말이 약 7천 개 정도 있다고 합니다. 말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수천 년 동안 말을 써온 사람들의 생활, 문화, 역사, 지식 등등 모든 것이 담겨있는 보물입니다. 지금 지구는 여러 가지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일본 나라현 텐리시도 이제 어느덧 가을입니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나라현 텐리시도 이제 어느덧 가을입니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 박현국

지구 환경의 변화와 개발, 재난, 재앙 등으로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그들이 사용하는 말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지금도 한 주에 말 두 개 정도가 사라지고 있으며 지금 세기가 가기 전에 지금 남아있는 말의 반이 없어질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말을 살려서 쓰고, 보존하고 가꾸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중앙아시아 고려말 조사를 통해서 1863년 무렵 함경북도 특정 지역의 사투리를 지금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조사할 수 있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중앙아시아 고려말 조사를 통하여 우리말 역사의 일부를 복원할 수도 있고, 특정 지역 사투리가 지닌 역사적, 문화적, 언어학적 가치를 밝힐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녹음이나 녹화 기술이 보편화 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1863년 녹음된 우리말 기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권재일 교수님께서는 발표에서 고려말의 구어와 문어의 비교, 문법적 특징을 다각적으로 비교 분석하셨습니다. 그리고 고려말을 중국 조선족 우리말과 현대 북한 말과도 비교하여 설명하셨습니다.

조선학회 연구발표는 30 명이 참가하여 진지하게 진행되었습니다. 한반도 밖에서 우리말에 대해서 이렇게 많은 학자들이 자율적으로 조직하고 참가하여 진행되는 연구발표나 학회는 조선학회가 유일할 것입니다.

   왼쪽 사진은 회원이 연구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오른쪽은 회원들이 참가한 간담회 모습입니다.
  왼쪽 사진은 회원이 연구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오른쪽은 회원들이 참가한 간담회 모습입니다. ⓒ 박현국

덧붙이는 글 | <참고문헌> 권재일, 중앙아시아 고려말의 구어와 문어, 조선학회 제65회 대회 요지집, 2014.10.4.,5, 조선학회 누리집>, http://www.tenri-u.ac.jp/soc/korea.html, 2014.10.5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조선학회#텐리대학#권재일#고려말#은행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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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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