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해직자들이 YTN 동료들에게 마음의 부담으로 남은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어요. (해직 후) 시간이 길어지면서 미안한 마음이 없지않아 있거든요. 이게 전 이명박 정권 차원에서 벌어졌던 일이니 높은 (정권) 차원에서 (해결) 의지를 갖고, YTN 안에서도 변화의 목소리가 나온다면 문제는 쉽게 풀릴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정유신 <뉴스타파> 기자(YTN 해직기자)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해직된 지 2192일 째. 2008년 10월 6일, YTN 회사 측이 권석재·노종면·우장균·조승호·정유신·현덕수 기자를 해고한 뒤 꼬박 6년이 흘렀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방송 공정성 사수'를 이유로, 이명박 전 대통령 언론특보 출신인 구본홍씨의 YTN 사장 내정에 반대한 것이 6명 YTN 기자들의 해고 사유다. 2011년 4월 서울고등법원이 "해고는 전원 무효"라던 1심 판결을 뒤집고 "(6명 중) 3명의 해고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놨다. 노조 측은 즉각 항고했으나, 대법원 측은 이 판결을 3년6개월째 내리지 않고 있다.
그 사이 해직된 6명 중 3명은 전국언론노동조합 YTN 지부(아래 YTN 노조)와의 합의 아래 '파견' 형식으로 <뉴스타파>(권석재, 정유신)와 <국민TV>(노종면) 등 대안언론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나머지 3명도 YTN 노조 측의 도움을 받아 학업 등을 계속하면서 생활을 꾸려가는 중이다.
YTN 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관련 시민단체는 6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YTN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 하에서도 언론 탄압이 전방위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며 "정부는 공정 보도와 언론 자유를 외치다 부당하게 해고된 언론인들을 즉각 복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YTN 뿐 아니라 MBC, 국민일보 등 많은 언론인이 이명박 정권에서 해직됐음에도, 박근혜 정권이 이를 그냥 방치하는 현 상황이 바로 이 정권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언론 상황 더욱 나빠져"
2000일 넘게 복직을 기다리는 동안 정유신 기자에게는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해직 후 태어난 첫째 딸아이는 이제 다섯 살이 돼 컴퓨터화면에서 나오는 아빠얼굴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날 <뉴스타파> 기자로 'YTN 해직 사태 6년, 언론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취재하기 위해 온 권석재씨도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권 기자는 특히 기자회견 후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투쟁이) 길어질 거라 예상 못했다"며 "사실 오늘 안 오려고 했는데, 기다려주는 사람들을 만나니 오길 잘 했다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우리 신분이 변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지만, '옳은 일 하면 복을 받는다'는 당연한 이치가 실현되길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직기자들은 박근혜 정권 들어서의 언론 자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권 기자는 "최악이라고 본다"며 "일부 대안 언론을 빼놓고 언론의 감시, 비판 기능은 거의 사라졌다. 공중파 TV 쪽의 언론 기능은 거의 끝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정 기자도 "신문·방송을 보는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것"이라며 "세월호 사태에서 보여졌듯이, 국민이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등 갈수록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YTN은) 늘 고향 같은 곳인데, 밖에서 보니 좋은 소식보다는 힘들어 하는 동료들이 보여 많이 안타깝다, 좋은 보도를 고민했던 사람들이 징계 받는 모습을 보면서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해직자 복직을 촉구하며 회사 로비에서 연좌 농성을 하던 이성호 노조 사무처장 또한 "(노조원들은) 사측에 대해 전반적으로 냉소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날 오후 6시 반께 상암동 YTN 회사 로비 1층에서는 노조 조합원들이 해직자 복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60여명의 조합원들은 "YTN 해직 사태 해결은 더 이상 해직 동료들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YTN이라는 언론사와 구성원 전체의,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