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자 논란'에 휘말린 배우 차승원. 그의 집 '경비아저씨'의 아들은 그가 "진정 좋은 아버지였을 거란 추측"을 한다.
허재현 <한겨레> 기자가 최근 배우 차승원씨와 관련된 인연을 풀어놨다. 허재현 기자는 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얼마 전까지 차승원의 집 '경비아저씨'였다"고 밝혔다.
허 기자가 그의 아버지로부터 전해들은 차승원씨는 "'수고하십니다'는 한 마디를 흔쾌히 건네는 예의바른 집주인"이었으며, "몇 차례씩 자비로 수고비를 따로 챙겨주어 내 아버지를 기쁘게" 한 연예인이었다.
허 기자는 "(아버지가 경비 일을 그만두시면서) 차승원이라는 배우를 잊고 지내다가 어제 아들 노아가 친자식이 아니라는 보도를 봤다"면서 "'어렸을 때 사고 쳐서 애 낳은 사람' 이라는, 연예인으로서 이미지에 별로 도움도 안 되는 평판을 감수하면서 노아를 친자식으로 소개한 것은 칭찬받을 일"이라고 썼다.
또한 허 기자는 "차승원에 대해 난 잘 모르고, 우리 아버지도 약간의 대화와 평소의 행실을 목격한 것 일뿐 자세히 아는 건 아니다"라고 쓴 뒤 "다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언이 차승원에게도 적용된다면 그는 적어도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까칠하거나, 차도남(차가운사람을 일컫는 신조어-기자주)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고 남겼다.
한편 차승원은 지난 6일 공식발표를 통해 "노아는 마음으로 낳은 아들"이라며 친아들이 아님을 인정했다. <오마이뉴스>는 허재현 기자의 허락을 구해 그가 페이스북에 남긴 글 전문을 싣는다.
차승원이라는 배우. 8년 넘게 사회 기사만 쓰고 있는 나 같은 기자가 개인적으로 안면은 있을 리 없다. 다만 나는 그를 품성이 괜찮은 배우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사실은 우리 아버지가 얼마 전까지 차승원의 집 '경비 아저씨'였다. 차승원의 집은 십여 가구가 모여 있는 강남의 고급 빌라다. 그곳 집들의 안전을 책임지신 분이 내 아버지셨다.아버지는 가끔씩 차승원 얘기를 하셨다. 난 연예인의 사생활에 큰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연예인 얘기라서 아버지의 얘기를 온전히 흘려듣지는 않았다.아버지 이야기의 핵심은 이렇다. 차승원은 예의바른 사람 같다는 것이다. 차승원 빌라에 들어가려면 늘 정문 앞의 경비실을 지나게 돼있다. 늦은 밤에 차승원이 들어올 때 늘 경비 아저씨에게 인사를 잊지 않는다고 아버지는 설명하셨다. 연예인 같지 않다는 거. 연예인 같은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연예인은 경비 아저씨를 그림자 보듯 하는 사람 정도로 아셨을지 모른다. 또 실제 그런 사람들도 많고. 아무튼 차승원은 연예인 같지 않게 예의 있는 사람이라고 내 아버지에게 기억돼 있다.'수고하십니다' 한 마디를 흔쾌히 건네는 예의바른 집주인. 사실 이런 인사 예절은 너무 당연한 거지만, 일부 집주인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 졸부 근성인가. 이유는 잘 모르겠다.언젠가 한 집주인이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는 길에 대문 앞에 강아지가 똥을 쌌나보다. 아버지는 당연히 그 분이 치우실 줄 알고 내버려두셨는데, 나중에 그 집주인이 왜 똥 안 치웠냐며 아버지 혼을 내시더란다. 아버지는 꾹 참으셨지만 그날 소주 한잔을 드시고 주무셔야 했다. 물론 내게도 약간의 한탄을 좀 하셨다. 돈 못 버는 아들내미 때문에 늘그막에 쉬지도 못하시고 이런 일 겪는 아버지께 나도 죄송스런 밤을 보낸 기억이 있다.한데 아버지는 차승원에 대해선 한 번도 불쾌한 경험을 했다고 말씀 한 적이 없었다. 어느 날이었다. 아버지는 퇴근하며 맥주캔 몇 박스를 집에 들고 오셨다. 차승원이 준 거라고 했다. 그 당시 차승원이 맥주 광고를 찍었는데 협찬사에게서 맥주 박스를 서비스로 몇 개 받았나보다. 그걸 경비 아저씨와 나눠먹겠다며 드린 모양이다. 차승원의 작은 챙김에 감동받은 내 아버지께서는 그날, 웃으셨다.어느 명절에는 차승원이 적잖은 용돈을 얼마간 챙겨주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차승원이 빌라 대표도 아니라서 굳이 그럴 필요 없는 건데. 차승원은 알아서 신경을 좀 썼나 보다.아버지는 그 돈으로 고기를 사오셨고 콩구멍 같이 작은 우리 집은 그날 저녁 기름 냄새로 진동할 수 있었다. 차승원이 사준 고기인 셈이다. 차승원은 그 후에도 몇 차례씩 자비로 수고비를 따로 챙겨주었고 내 아버지를 기쁘게 했다(아버지는 차승원에게 아들이 <한겨레> 기자라고 말한 적 없다. 그런 거 말하고 다니시는 성격도 아니고 말해봤자 강남의 부자들에게 그리 좋은 정보도 아닐 것이다).지금 경비 일을 그만두었다. 그렇게 나는 차승원이라는 배우를 잊고 지내다가 어제 차승원 아들 노아가 친자식이 아니라는 보도를 보았다. '마음으로 낳아 기른 자식'이라는 발표를 한 모양이다. 처음에는 차승원이 그동안 노아를 친자식이라고 설명한 행적들이 비판받는가 싶었지만, 이내 '피 안 섞인 아들'을 친자식처럼 키운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누리꾼이 칭찬하는 듯하다.다행이다. 노아의 친아버지라는 사람. 그가 대체 무슨 명예훼손을 당한 건지 모르겠지만, 난 제 자식처럼 노아를 키워온 차승원이 뭔 잘못을 한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오히려 칭찬받을 일 아닌가. 게다가 차승원은 '어렸을 때 사고 쳐서 애 낳은 사람'이라는, 연예인으로서 이미지에 별로 도움도 안 되는 평판을 감수하면서 노아를 친자식으로 소개해왔다. 아마 노아를 위해 그랬을 것이다. 칭찬받을 일 아닌가.우리 아버지도 몇 번 노아를 본적은 있지만 차승원의 친자식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한다. 둘 사이에선 그런 차가운 벽 같은 걸 느낀 적은 없다고 한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노아가 어느 날 얼굴을 바짝 태워서 집에 돌아왔는데 우리 아버지가 '누구냐'고 묻자 '차승원씨 아들입니다'하고 공손하게 대답했고, 우리 아버지는 그렇게만 알고 있었다고 한다. 차승원도 그렇고 노아도 그렇고 서로 그냥 친아버지 친아들로 생각하고 일상생활을 했던 것 같다(차승원 아들이 친엄마가 아니라는 동네의 소문은 있어서 아버지도 들어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거꾸로 알고 계셨던 것이다).차승원에 대해 난 잘 모른다. 우리 아버지도 그와 약간의 대화와 평소의 행실을 목격한 것뿐 자세히 아는 건 아니다. 다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언이 차승원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면 그는 적어도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까칠하거나, 차도남 같은 사람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몸만 섹시한 게 아니라 품성도 근육질인 사람일 거 같다는 말이다. 노아에게도 진정 좋은 아버지였을 거란 추측을 한다. 피가 섞였다는 그 친아버지란 사람보다도, 최소한(물론, 가정사는 외부인이 정확히 알기 어렵다).차승원의 <하이힐>이란 작품이 최근에 개봉했다. 소수자의 아픔을 그린 영화로 안다. 그가 배우로서도 좋은 평가를 받길 바란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