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시들어버린 장르문학 시장에 '스포츠 소설'이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이따금씩 이색 장르로 출간되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야구, 축구는 물론 MMA의 인기를 타고 종합격투기물까지 나오고 있다. 이같은 높은 관심도를 반영하듯 각종 인터넷 소설 사이트 등에서는 기성작가는 물론 미래의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들이 앞다투어 스포츠 소설을 연재중이다. 본래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작가들도 있지만 전혀 다른 장르를 쓰던 이들까지도 영역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본래 한국을 대표하던 장르소설은 무협, 판타지, 로맨스 등이었다. 무협-판타지는 남성들 사이에서, 로맨스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꾸준하게 사랑을 받고 있었다. 워낙 지지층이 탄탄한지라 그 사이를 비집고 다른 종류의 장르가 들어갈 것이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더욱이 그 대상이 스포츠라는 것은 다소 의외로까지 평가된다.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포츠는 무협-판타지에서 느낄 수 있는 대리만족을 현실적으로 풀어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장르다. 전국민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것은 물론 헤아릴 수 조차 없는 다양한 스토리가 끊이지 않고 쏟아진다.
때문에 만화에서는 진작부터 인기장르의 하나로 다루어졌다. 특별한 스토리가 없어도 생생한 경기묘사만으로도 독자의 눈길을 끌 수 있으며 그런 만큼 출판-웹툰-언론매체 및 포털사이트 연재 등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이 무척 많았다.
하지만 소설은 상황이 달랐다. 팬들이 스포츠를 통해 보고자 하는 것은 생생한 경기감인데 아무래도 그림 없이 활자만으로는 쉽지 않다는 우려가 많았고 그로인해 작가들은 좀처럼 시도하기를 꺼려했다. 이를 입증하듯 과거에도 실패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스포츠 매니아들로부터 다시금 시도되기 시작한 스포츠소설 열풍은 새로운 장르를 갈구하던 독자들의 취향과 맞물려 하나둘 성공작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당당히 주요 장르중 하나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무협-판타지가 그러듯이 인물의 고난과 성장과정을 묘사하기가 쉽고 로맨스적인 스토리까지 첨가되면 독자들은 그 매력에 빠져나올 줄을 모른다.
거대한 축구관의 시작 '택틱스(tactics)'택틱스는 스포츠 소설 열풍을 타고 등장한 작품 중 하나다. 축구광인 작가의 풍부한 지식과 식견을 바탕으로 쓰여 졌는데 그런 만큼 그 내용 또한 방대하다.
'분데스리가의 카리스마가 품격을 전술에 녹이며, 프리메라리가의 득점 기계는 기록을 다시 쓴다. 프리미어리그의 태양이 중앙에서 빛나고, 암흑기를 거친 세리아 A의 수비수가 한국 축구의 앞날을 책임진다.K리그에서는 철벽이 존재하며, 좌우를 종횡무진, 모두 다 튕겨내는 강철 몸이 있다. 바야흐로 월드컵을 앞두고 대한민국 출신의 감독부터 선수까지 동시대에 같이 활약한다. 이들이 모여서 역대 최강을 만들었다. 브라질, 스페인, 독일, 프랑스. 그 어떤 나라와도 한판 대결할 수 있는 감독과 선수들. 이제 FIFA 컵을 향한 코리안들의 함성이 세계를 향해 포효하리라!'작품소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월드컵 제패의 야망(?)을 꿈꾸고 있다. 최근 작은 이변을 일으키고 있지만 여전히 멀고먼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우리가 주인공이 되어 세계를 호령하는 꿈! 축구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 정도는 상상해봤을 그런 순간이다. 아직은 비현실적인 판타지이기는 하지만 무림강호를 제패하고 드래곤과 싸우고 모든 것을 다 갖춘 꽃미남-꽃미녀와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는 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실제로 많은 축구팬들은 지금부터 착실히 준비한다면 독일 분데스리가의 손흥민(바이엘 레버쿠젠), 구자철(FSV 마인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기성용(스완지시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 유스 팀 유망주 이승우, 장결희 콤비 등이 K리그 스타들과 힘을 합쳐 대이변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 어찌보면 소설 택틱스 속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기에 팬들은 어렵지만 있을법한 판타지에 열광한다.
작가는 욕심도 많지만 꼼꼼하다. 자신이 꿈꾸는 거대한 축구관을 하나의 작품 속에 녹이기보다는 지도자-선수별로 나누었다. 마치 영화 '어벤저스'처럼 나중에 합류할 캐릭터들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기위해 각각의 스토리를 부여한 것. 스토리에 등장인물들을 넣은 것이 아닌 각각의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며 작품을 끌고 가는 모양새다.
택틱스는 한국판 드림팀을 이끌어나갈 젊고 참신한 지도자 박정의 이야기다. 프로 초년생 때 입은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고 독일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하는데. 연인인 레오니가 구단주로 있는 올덴부르크의 사령탑을 맡고 있다. 소설 속에서의 팀은 하부리그에서도 최하위를 전전할 정도로 형편없는 상황인데 박정은 특유의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오합지졸에 가까운 선수들을 이끌고 거대한 강팀들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감독이 주인공인 만큼 택틱스는 주인공의 엄청난 기술적 능력보다는 다양한 전략-전술이 돋보인다. 선수 하나하나를 파악해 각자의 특성에 맞는 옷을 입히고 상대팀의 허를 찌르는 한수로 몰입해있던 독자들을 놀래킨다. 물론 아무리 천재적이라고는 하나 박정은 초보감독이다. 성공도 있지만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많이 봉착한다. 열정으로 가득찬 이방인 지도자가 일으킬 신선한 독일발 전설 속으로 같이 빠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