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유일하게 분쟁 사학에서 시립대학교를 거쳐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한 인천대가 흔들리고 있다. 장밋빛 청사진을 가지고 출범했지만 재정 문제가 심각하다. 최성을 초대 총장의 리더십도 위협받고 있다. 이에 3회에 걸쳐 인천대를 진단하고자 한다. - 기자 말"강의실이 부족해 떠돌이처럼 사회과학대, 동북아경제통상대, 자연과학대, 이곳저곳 안 가본 곳이 없습니다. 다음 수업에 늦지 않게 강의실을 찾아 뛰어다닙니다. 실험실도 없고, 학생회 사무실도 없습니다. 송도 캠퍼스로 이전한 후 4년간 그랬습니다. 한 학생이 입학해 졸업할 때까지 그랬습니다. 인천시장은 약속을 했으면 지키셔야죠."지난 8일 인천대학교 학생 1000명은 인천시청을 방문해 항의성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신홍제(23) 환경공학과 학생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천시에 약속대로 학교 건물 증축공사 대금 지급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명색이 국립대학임에도 인천대 학생들의 처지는 딱하다. 시립대학 시절 안상수 전 시장이 송도로 이전 시켰는데, 이전 몇 년 만에 학교 공간은 포화상태가 됐다. 뒤를 이은 송영길 전 시장은 시립대인 인천대를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인천대에 지원하기로 한 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이전 몇 년 만에 공간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 몫이 됐다. 학생들은 강의실이 부족해 메뚜기처럼 떠돌고 있다. 실험실도 부족하고 학생자치공간도 없다. 점심시간에 학생식당은 포화 상태다. 송도 허허벌판엔 학생들이 이용할 만한 변변한 식당도 없다. 이 때문에 점심을 거르는 학생이 늘고 있다. 수년째 이 상태지만, 정부나 인천시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구체적 현황을 보면, 2010년 인천대와 인천전문대 통합 이후 신입생 정원이 1680명에서 2680명으로 1000명 늘었다. 하지만 학생 1인당 건물 확보 면적은 17㎡로, 전국 국공립대 평균 30㎡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치다.
"인천시는 약속대로 돈 내놔라"이러한 상황을 참다못한 학생들이 인천시청을 방문해 건물 증축 비용을 약속대로 달라고 촉구한 것이다. 인천시와 인천대는 2013년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협약을 맺었다. 주요 협약 내용은 '송도 캠퍼스 증축 사업비 961억 원은 인천도시공사가 현물과 현금으로 지급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현물은 송도 미추홀타원 별관 A동과 B동, 송도 R&D(연구개발) 부지(송도동 7-43)로 하고, 현금은 현물 감정평가금액을 제외한 잔여금액을 2013년(50%), 2014년(30%), 2015년(20%)에 각각 분할 지급한다'였다.
이 증축 공사는 지난 1월부터 시작해 내년 5월 완공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인천도시공사는 지불해야 할 공사 자금 202억 원이 부족해 약속대로 이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을 최근 인천대에 전달했다.
인천시는 지난해 인천대에 지급해야 할 돈 171억 원 중 72억 원만 지급했다. 올해 지급해야 할 103억 원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 급기야 인천도시공사는 지난 8월 '합의 내용을 지킬 수 없다'는 공문을 인천대에 보냈다. 2015년 지급 완료 계획을 2017년으로 연장한다는 게 인천도시공사의 의사라, 강의실 부족 사태는 더 지속될 상황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도시공사가 증축 공사와 관련한 자금 지급을 2017년까지로 연장하지만 융자 원금과 이자는 모두 지원해 주겠다고 한 만큼, 시가 중간에서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인천대와 인천시는 증축 공사 비용문제 이외에도 대학발전기금 문제를 놓고도 충돌하고 있다. 인천시는 최근 '인천대학교 지방대학 특성화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 등 인천대와 관련한 조례 4건과 규칙 2건을 폐지하는 입법예고를 시행했다. 해당 조례와 규칙들이 폐지되면, 인천시가 인천대에 지원하기로 한 대학발전기금 104억 원과 지방대학 특성화사업 기금 97억 원은 허공으로 사라지게 된다.
'시립대가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된 만큼, 발전기금의 취지에 맞게 인천대에 줘야 한다'는 게 인천대의 의사다. 또한 특성화사업 기금도, 국립대학법인 전환과 무관한 지역사회의 우수한 인재 양성을 위한 조례와 기금인 만큼, 조례는 유지돼야 하고, 기금은 현행대로 운용돼야 한다는 게 인천대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이용범 인천시의회 의원은 지난 8일 열린 시의회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인천대 발전기금은 시립대학 출범 이후 캠퍼스 내 매점과 식당, 카페 등의 운영수익과 임대료 수입 등을 통해 적립됐다"며 "발전기금은 조성 연혁을 고려할 때 인천대에게 주는 것이 타당하고, 특성화사업 기금도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현행대로 운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천시는 "발전기금과 특성화사업 기금을 인천대에 줄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인천인재육성재단으로 돌려 인천에 있는 모든 학생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법인화는 결국 민영화 꼼수?... "정부 상대로 투쟁해야 했다"국립대학은 정부가 설치·운영한다는 법적 형식과 더불어, 대학 재정을 국가가 지원함으로써 대학이 일시적인 정치권력과 사회세력에 의해 조정 또는 통제되지 않게 하는 데 그 존재 의의가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체계에선 사학이 갖고 있는 몫이 크다. 문제는 사학들은 특정한 설립 목적을 가지고 운영되기 때문에 공적 역할을 전담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하늘을 찌르는 등록금도 사학들이 주도하고 있다.
공적 영역인 교육을 통해 부를 축적하려 한 비리 사학이었던 인천대는 1994년 시립대로 거듭났고, 다시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천대의 국립대 전환 타당성을 언급했고, 인천에 국립대를 만들자는 인천시민들의 열망이 있어 가능했다. 2005년 국립대 전환 서명운동에 인천시민 130만 명이 참여했다.
하지만 온전한 국립대 전환이 되지 못했다. 국립대가 아닌 국립대학법인으로 출범한 것이다. 당시 정부와 학교당국은 국가 행정조직의 일부인 국립대학에 독자적인 법인격을 부여해 국가로부터 법적으로 분리하고, 스스로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도록 법적 형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덧붙여 '시립인천대는 인천시의 하부조직으로서 가지는 경직성과 비효율성 때문에 대학 발전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했다. 일면 타당성도 있었다. 교수 채용 시 '공무원법'상 규제를 받았고, 퇴임 시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인천시 공무원이 낙하산으로 내려오기도 했다.
그러나 국립대법인화는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 국립대학임에도 국가의 지원은 한 푼도 없기 때문이다. 국립대법인 전환 시 정부와 체결한 양해각서(MOU)에 따라 법인화 5년차인 2018년부터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인천대가 차입한 돈에 대한 이자만 부담하고 있다. 이에 반해 서울대는 4083억 원, 울산과학기술대는 831억 원 등 매해 국가출연금을 지급받고 있다.
인천대 학생들은 "인천대를 국제경쟁력을 갖춘 거점대학으로 육성하겠다는 법의 취지에도 불구, 정부는 계속 양해각서만을 핑계로 국비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며 "정부가 교육을 대하는 철학을 의심하게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사실 법인화를 앞두고 총동문회와 학생회, 시민사회는 '법인화의 문제점을 비롯해 양해각서의 위험성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인화는 결국 인천대를 교육시장 경쟁에 내모는 민영화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었다. 하지만 정부와 인천시, 학교당국은 이러한 의견을 무시하고 법인화를 졸속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법인화에 반대해온 최갑수 서울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구조는 사립대 위주이다,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의 빈약성은 심각하며, 이로 인해 기초학문과 '서울-지방' 대학 간 양극화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대와 인천대 법인화로 득을 보는 세력은 재벌과 사학재단이다, 인천대는 법인화 반대운동을 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