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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도의회 본회의에서 '천안지역 고교평준화 개정조례안'이 찬성 14표, 반대 19표, 기권5표로 부결됐다.
 충남도의회 본회의에서 '천안지역 고교평준화 개정조례안'이 찬성 14표, 반대 19표, 기권5표로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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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지역에서 오는 2016년부터 고교평준화를 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충남도의회는 13일 본회의(274회 정례회)를 갖고 격론 끝에 무기명 전자투표를 통한 표결에서 '천안지역 고교평준화 개정조례안'을 부결시켰다. 본회의 참석의원 38명중 찬성 14표, 반대 19표, 기권 5표로 가결에 필요한 과반수를 얻지 못했다. 일반고 대비 평준화 비율이 0%인 곳은 전국에서 충남뿐이다.

이에 따라 20년 만에 다시 평준화 체제를 만들려던 천안지역 교육시민단체와 시민들의 염원이 또 다시 좌절됐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이 천안을 시작으로  고교평준화 지역을 확대하려던 움직임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이번 조례 개정의 주 내용은 2016년부터 고교평준화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지역으로 '천안시'를 명시하는 것이다. 도의회는 이날 표결에 앞서 평준화 조례시행을 놓고 각각 3명씩 치열한 찬반 토론을 벌였다. 고교평준화 지역은 교육감이 학군 내 일반계고등학교 총정원만큼 학생을 선발한 후 합격자를 대상으로 성적과는 무관하게 배정하고 있다. 반면 비평준화 지역인 충남은 학교장이 고등학교별 정원만큼 학생을 선발한 후 합격자를 대상으로 입학을 허가하고 있다.

찬성 의원 "학교 격차, 학생 간 차별 해소"... 반대 의원 "우수 학생 유출"

2012년  4월 충남지역 70여 개 단체로 구성된 '충남고교평준화주민조례제정운동본부'가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충남고교평준화 조례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 2012년 4월 충남지역 70여 개 단체로 구성된 '충남고교평준화주민조례제정운동본부'가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충남고교평준화 조례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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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에서 고교평준화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각종 연구결과를 근거로 "평준화가 학력 제고에도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학교 격차와 학생 간 차별 해소를 위해 고교평준화 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 토론에 나선 의원들은  평준화가 되면 우수 학생이 대거 타 지역으로 유출되고 지역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안과 인접해 있는 아산지역 여당 의원의 경우 "평준화가 되면 충남에서 천안지역을 모두 지원할 수 있어 아산지역 학생들이 다른 지역으로 다시 밀려나는 피해를 입게 된다"고 반대했다. 일부 의원들은 지난해 평준화 여론조사 자체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개정조례안에는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 10명 외에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기권표가 늘어나면서 과반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충남고교평준화운동본부와 천안고교평준화학부모모임 회원들은 실망감과 함께 기대를 저버린 도의회를 성토하고 나섰다.

최근 몇 년 동안 충남 교육시민단체의 고교평준화를 위한 움직임은 눈물겹다. 교육시민단체는 지난 2011년부터 '충남고교평준화주민조례제정운동본부'를 결성했다. 이어 조례제정을 위해 수개월 동안 주민 1만7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도의회에 제출했다. 지난 2012년 6월, 충남도의회는 표결 끝에 '충남고교평준화 조례'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고교평준화 실시 기준이 되는 여론조사 찬성비율을 주민들이 요구한 50%보다 높은 65% 이상으로 정했다.   

"진보 교육감 발목 잡기 위해 시민의 염원 무시하고 우롱"

2012년 6월  '충남고교평준화주민조례제정운동본부'가 충남도청에서 주민들이 원하는 조례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 2012년 6월 '충남고교평준화주민조례제정운동본부'가 충남도청에서 주민들이 원하는 조례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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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충남고교평준화운동본부와 천안고교평준화학부모모임이 충남도의회 앞에서 항의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천안고교평준화 조례개정을 지연시켰다며 도의회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2014년 9월 충남고교평준화운동본부와 천안고교평준화학부모모임이 충남도의회 앞에서 항의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천안고교평준화 조례개정을 지연시켰다며 도의회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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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벌인 천안지역 학생과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한 고교평준화 실시 여론조사 결과 찬성률은 기준보다 높은 73.8%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현재 중학교 2학년들이 진학하는 2016학년도에 고교평준화를 안정적으로 도입하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마침 지난 선거에서 '고교평준화'를 핵심공약으로 제시한 김지철 교육감이 당선됐다. 김 교육감은 지난 8월 고교평준화 조례에 실시지역을 '천안시'로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례개정안을 충남도의회에 송부했다.

하지만 도의회는 지난 9월 초 열린 임시회(273회)에서 '준비부족'을 이유로 개정 조례 심의를 보류했다. 다시 지난 6일 도의회교육위원회에서는 표결 끝에 찬성 5, 반대 1, 기권 2표로 조례안이 통과됐다.  마지막 절차인 이날 정례회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만 것이다.

이 때문에 다수당인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들이 진보성향인 김 교육감의 리더십에 흠집을 내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천안고교평준화학부모모임 관계자는 "도의회가 수 년 전, 찬반 토론과 표결을 통해 '충남고교평준화 조례'를 제정했고, 여론조사를 거쳐 조례개정에 나서게 된 것"이라며 "오늘 찬반 토론을 거쳐 조례개정안을 부결시킨 것은 문제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놓은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진보 교육감의 발목을 잡기 위해 시민의 염원을 무시하고 우롱한  것"이라며 "반대 표를 던진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고교평준화#충남도교육청#충남도의회#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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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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