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래창조과학부(아래 미래부)가 오는 12월 국내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콘텐츠 코리아 플랫폼(K-플랫폼) 추진계획을 마련하여 내년 10월부터 운영을 시작할 계획임을 밝혔다. 미래부는 지난해 12월 발표된 방송산업발전종합계획에 따라 직접 나서 한국형 유튜브(K-튜브)를 추진하려 한다. 내년 2월 관련 용역을 공고하고 4월부터 개발에 들어가는 것이 구체적 일정이다. 목적은 국내 방송사 및 제작사의 한류 콘텐츠 수출 활성화와 기존 유튜브의 시장 독점 방지다.
그러나 단 6개월 만에 콘텐츠 플랫폼을 만든다는 건 '1970년대 근성'에 사로잡힌 망상이다. 6개월이란 시간은 글로벌 스마트 콘텐츠 시장에 맞는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선 너무 부족한 시간이다. 한류 콘텐츠의 VOD 서비스와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가능케 하고, 해외로 뻗어나가는 채널링 서비스를 만드는 데에는 몇 년도 부족하다.
금액 역시 턱없다. 유튜브는 오픈 초창기인 2005년 1100만 달러(약 113억 원, 2005년 연평균 원/달러 환율 1024.31원 기준)의 투자를 받으며 서비스를 키워나갔다. 그에 비해 미래부가 편성한 10억 원은 그야말로 '새 발의 피' 수준이다. 10억 원으로는 어떠한 서비스도 경쟁력을 보장받을 수 없다.
심지어 동영상 플랫폼을 '새로' 개발할 이유도 충분치 않다. 이미 한국에는 네이버와 다음 등 유수의 포털사이트들이 동영상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고, 아프리카TV라는 걸출한 콘텐츠 송출사업자도 있다. 심지어 지상파 방송사들과 제휴해서 만든 플랫폼인 '푹(pooq)'도 멀쩡히 운영되고 있지 않은가. 기존의 플랫폼을 무시하고, 80%의 점유율을 뽐내고 있는 유튜브와 경쟁하기 위해 새로운 틀을 만든다는 건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사실 한국의 미디어 플랫폼을 망친 건 다름 아닌 정부다. 2009년 정부는 공공기관 등에만 적용되던 '제한적 본인 확인제'를 하루 방문자 10만 명 이상의 모든 웹사이트로 확대했다. 구글은 이 정책에 '한국' 국적 사용자만 영상 업로드를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한국의 '판도라TV', '곰TV'는 정부의 규제에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많은 사용자들은 유튜브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비록 2012년 8월 저 제도는 위헌 판결을 받아 무력화되었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 당시 유튜브는 이미 70%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는 끝이 없었다. 위헌판결을 받은 '제한적 본인 확인제' 대신 '성인물 이용 전 본인 확인제'가 2013년 2월부터 시행되어 국내 인터넷 서비스기업들은 휴대전화 등으로 본인 인증을 받아야만 한다. 이 역시 해외 서비스는 규제의 대상이 아니다.
한국 미디어 플랫폼 망친 게 누구였더라
한국 정부가 국내 IT 기업들에게 날리는 규제라는 이름의 족쇄는 이뿐만이 아니다. 2012년 지식경제부는 당시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의 '공인전자주소' 제도에 의거하여 '샵(#)메일'이라는 새로운 전자주소를 만들었다. 취지는 공공기관과 기업 간 e메일의 보안성을 높이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이는 글로벌 웹표준에 맞지 않는 그야말로 '비정상'이었다.
샵메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가 필요한데, 이 공인인증서가 한국에서만 쓰이는 '갈라파고스'와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공인인증서를 없애도 모자랄 판국에, 더 요구하는 꼴이 됐다. 심지어 발신과 등록에 수수료까지 들어간다. 결국 2013년 10월 기준으로 샵메일은 초기 예상치였던 180만 개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1만7000여 개만 등록됐다. 헛발질도 이런 헛발질이 없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정보통신산업을 중심으로 창의성이 존중되고 개인의 잠재력이 최대한 발현되는 미래사회를 구축하는 것이다. 즉, 새로운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산업생태계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20세기에 머물러 있다.
1999년 공인인증서 도입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정부' 주도로 법과 표준을 제정하고, 관치 위주의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산업을 이끌어 가려 한다. 1960년대의 중공업이라면 모를까, 2014년의 정보통신산업에는 무조건 '틀린' 방식이다. 마인드가 저러니 나오는 건 'K-앱스(한국통합앱스토어)'니 '창조경제타운(창업 아이디어 플랫폼)'이니 하는 전형적인 탁상공론 및 생색내기 정책들이다.
창조는 누군가의 주도와 강요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와 마크 저커버그는 미국 정부의 품이 아니라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태어났다. 미국 정부는 그저 스타트업이 쉬운 환경을 조성하고, 대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을 뿐이다.
스타트업 생태계는커녕 기존의 IT산업 생태계마저 정부규제에 의해 역동성을 잃어가는 한국에선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정부의 각종 규제와 IT 종사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 스타트업의 어려움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K-튜브니 한국형 플랫폼이니 하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