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부처나 여래는 곧 법(=다르마)의 몸으로서 육체의 몸이 아니다.'
<대승조성공덕경>에 나오는 법문 내용이다. 이 법어는 불자들이 형상에 집착하는 것을 경계하고 진리에 눈 뜰 것을 강조한다. 즉 부처라는 형상도 엄밀히 말하면 조각상에 그치지 않는다. 하물며 그 미물에 대고 연신 절을 하는 것은 또 다른 집착이라는 것. '처처부처'라 했듯 마음의 눈을 뜨면 부처는 어디에서나 나타난다는 의미다.
석가여래불상과 지장보살상에 생명을 불어넣는 부처님 점안 법회가 23일 오전 11시 인천 남동구 간석동에 위치한 약사사에서 봉행됐다. 이번 점안식은 삼귀의, 반야심경, 발원문, 포교사 표창, 점안의식, 육법공양, 꽃공양, 산회가 순으로 진행됐다. 화담·월운·대호·도정·선종·정학 스님과 윤관석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
점안의식은 불교신앙의 대상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주는 의식이다. 불상이나 불화, 만다라, 석탑, 불단 등을 새로 만들었을 때 공양의식을 치른다. 한반도의 불교의식을 집대성한 책인 <석문의식>에 보면 불상점안, 나한점안, 시왕점안, 천왕점안, 조탑점안, 가사점안 등이 나온다.
약사사 주지 화응 스님은 "모든 불상이나 탑은 종이, 돌, 천, 나무의 천연물에 불과하다. 그 자연물에 조각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바느질을 하면 일종의 예술품이 된다"며 "그 예술품에 불보살의 위신과 영감을 불어 넣게 되면 같은 미물이라 할지라도 그 속에는 부처님의 영험과 신통력이 들어가게 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점안의식을 베푸는 의미다"라고 설명했다.
약사사에서 봉행된 점안식은 먼저 전지전능한 신앙의 대상이 되어 줄 것을 발원했다. 그리고 삼배한 뒤 팥알을 뿌리고 붓으로 불상의 눈을 그린다. 점안절차가 모두 끝나면 삼신불(=법신불, 보신불, 화신불)에게 생명력을 갖춘 불상으로서 증명을 받는 예를 갖춘다. 마지막으로 범패를 비롯해 불교의 여러 의례절차가 동시에 베풀어진다.
화응 스님에 따르면 점안의식은 평생에 한 번 찾아오는 공덕의 기회이다. 모든 의식을 마칠 때까지 기다림과 인내 속에 드디어 부처의 눈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불상의 형상을 넘어 마음의 눈을 뜬다. 이때 바로 부처가 전한 자비와 나눔,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가 몸과 마음에 깃드는 것이다.
한편 만월산 약사사는 고려가 건국될 때 왕명에 의해 개국사로 창건했다. 이후 100여명의 스님들이 수행정진 함으로써 백인사로 바뀌었다. 조선시대에는 억불정책으로 9대 성종임금 때 폐쇄되기도 했다. 그러다 1900년 금강산 유점사에서 수행하던 보월 스님이 약사암이라 명칭하며 부처를 모셨다. 그리고 인천 해광사에서 용맹정진하고 있던 한능해 스님에 이르러 오늘날의 화엄종 대본산 약사사로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