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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김 시의원의 살인교사 혐의를 유죄로 평결했고, 재판부는 배심원 평경대로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사진은 지난 7월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김 시의원.
 지난 27일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김 시의원의 살인교사 혐의를 유죄로 평결했고, 재판부는 배심원 평경대로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사진은 지난 7월 서울 강서구 강서경찰서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는 김 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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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재력가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형식 시의원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판을 국민참여재판으로 끌고 가 열정적으로 변론했지만, 일반 국민 배심원들 설득에 실패했다. 오히려 사건의 성격을 "스폰서 재력가와 부정거래한 정치인의 이야기"라고 규정하고 차분하게 설명해나간 검찰 측이 설득에 성공했다.

지난 27일 저녁 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김 시의원의 살인교사 혐의를 유죄로 평결했다. 재판부(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1부, 재판장 박정수)는 배심원들의 평결대로 김 시의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배심원들은 유무죄 여부는 꽤 까다롭게 판단하지만, 일단 유죄로 판단하면 양형에 있어서는 법관들보다 엄한 경향이 있다는 국민참여재판의 일반적인 평가가 이번 재판에서도 확인됐다. 가중 요소를 감안할 때 이번 살인교사 죄목의 권고 양형 선택지는 징역 18년~30년, 무기징역, 사형이었다. 이중 배심원들은 5명이 무기징역이 적당하다고 밝혔고, 사형도 2명이나 됐다. 유기징역을 선택한 배심원은 징역 20년 1명, 30년 1명으로 9명 중 2명뿐이었다.

재판부는 최종적으로 김 시의원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 역시 배심원단의 다수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였다. 최종 선고는 검찰 구형보다는 한 단계 낮은 형량이지만, 매우 중한 결정이다. 앞서 최종 의견 진술에서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선고 전 피고인 최후진술 시간이 돌아오자 김 시의원은 울먹이며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진실을 밝혀주십시오"라고 짧게 말하고 끝냈다. 변호인은 재판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이번 사건은 교사의 동기가 없다, 생활고에 쫓긴 팽아무개씨의 단순 강도치사사건"이라며 "반드시 원점에서 재조사돼야 한다"라고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시의원과 10년 지기 친구이자 공범 관계인 팽아무개씨는 김씨의 교사를 받아 강서구 재력가 송아무개씨를 손도끼와 전기충격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로 징역 25년이 선고됐다.

이번 재판은 서울시의원이 연루된 살인사건이라는 점과, 지난 20일부터 주말과 휴일을 제외하고 연속 6일간이라는 역대 최장기간 국민참여재판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배심원 평결 시작 약 1시간 30분 만에 종료

지난 7월 22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검에서 최경규 부장검사(왼쪽)와 이상호 차장검사가 매일기록부를 들고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 살인교사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지난 7월 22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검에서 최경규 부장검사(왼쪽)와 이상호 차장검사가 매일기록부를 들고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 살인교사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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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6시가 조금 넘어 배심원 평결이 시작되면서 닫혔던 서울남부지법 406호 대법정 문은 약 1시간 반 후인 오후 7시 42분께 다시 열렸다. 방청객들과 변호인이 입장했고, 잠시 후 배심원들과 검사들이 입장했다. 변호인은 자리에 앉아 눈을 질끈 감았다.

재판부와 피고인들이 입장하면서 읽어내려간 판결 내용은 김 시의원 측이 주로 다퉜던 살인교사 동기 부분에 집중됐다. 재판부는 "(김형식 피고인이 피해자 송아무개씨로부터) 5억2000만 원을 받았다는 부분의 증거는 매일기록부와 차용증이 있다"면서 "매일기록부는 그 자체로 신빙성이 높을 뿐 아니라, 피고인에 대한 부분은 차용증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차용증에 대해 "피고인은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의 요청에 의해 서명하고 지장을 찍었다고 주장하지만, 돈 관계에 민감한 정치인이 5억2000만 원 차용증에 그렇게 서명했다는 것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상업지구 용도변경을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매일기록부에 나와 있는 대로, 강서구청 관계자들에게 줄 돈을 가져갔다고 한 이후부터 계속해서 용도변경이 시도된다"며 "피해자는 피고인을 통해 2014년 4월께에는 상업지구 용도변경이 가능할 것으로 믿고 이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7월 3일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으로부터 사주를 받아 수천억 원대 자산을 지닌 재력가를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고 있는 팽아무개씨가 서울 강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3일 김형식 서울시의회 의원으로부터 사주를 받아 수천억 원대 자산을 지닌 재력가를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고 있는 팽아무개씨가 서울 강서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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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재판부는 ▲ 팽씨가 손도끼를 휘두르는 CCTV 장면에서 살인의 고의가 보인다는 점 ▲ 살해 후 팽씨가 피해자의 지갑과 손가방, 금고에서 돈을 가져오지 않은 점 ▲ 김 시의원과 팽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 내용 ▲ 김 시의원이 지속적으로 팽씨에게 금전을 제공하고 ▲ 경찰이 팽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조사할 당시 팽씨가 지인에게 보낸 문자에서 청부살인이 언급된다는 점 등을 지목하며, 김 시의원의 사주에 의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팽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오랫동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김형식 피고인으로부터 여러 도움을 받던 팽씨가 이 사건 전후에 김형식에게 특별히 악감정을 가질 아무런 사정이 엿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즉, 변호인 측은 김 시의원이 피해자 송씨를 죽이라고 시킬 아무런 동기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반대로 팽씨가 단독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것을 김 시의원에게 뒤집어씌울 아무런 동기가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재판부는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피해자와 그 유족들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음은 물론, 팽씨가 체포 후 자살하도록 요구했다"며 "이와 같은 사정을 보면 상응하는 중형을 선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변호인 "억울하다,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당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김 시의원 측은 "억울하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변론을 주도한 정훈탁 변호사는 판결 직후 법정 앞에서 "이번 판결은 동기나 조건·대가·압박 여부 등 어느 모로 보나 잘못된 판결이다, 항소해서 반드시 무죄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우리는 재판에만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경찰과 검찰의 언론플레이에 당했다"며 "잘못된 언론플레이를 통해 그동안 피고인에 대해 유죄의 심증을 배심원들에게 심어주고 국민 여러분에게 심어준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도 잘못된 것 하나하나를 언론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태그:#김형식, #살인교사, #국민참여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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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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