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심판이자 미국 정계를 좌우할 11·4 중간선거가 막을 올렸다.
한국 시각으로 4일 늦은 밤 시작되는 이번 선거로 미국 하원 435명 전체와 상원 100명 가운데 6년의 임기를 다한 36석, 그리고 주지사 36명이 새롭게 선출된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의회 권력을 놓고 격돌하는, 대통령 선거 못지않게 중요한 일전이다.
이번에는 경제정책, 오바마케어, 이민법 개혁, 이슬람 국가(IS) 격퇴, 에볼라 바이러스 등 민감한 쟁점이 많다. 선거 결과에 따라 미국을 넘어 국제사회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몰고 올 전망이어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구나 2016년 치러질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의미까지 맞물려 양 당의 '잠룡'들이 총출동했다. 민주당은 대권 1순위로 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비롯해 조 바이든 부통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이 경합 지역을 돌며 지원 유세를 벌이고 있다.
대권 탈환을 노리는 공화당 역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랜드 폴 상원의원 등 유력한 대선 후보들이 얼굴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2012년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었던 미트 롬니 전 후보도 지원 유세에 나섰다.
공화당, 8년 만의 상·하원 '독식' 유력결론부터 말하자면 야당 공화당의 압승이, 집권 민주당의 고전이 유력하다. 특히 공화당은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화당은 벌써 승리의 기대감에 들떠 있고, 민주당은 최악의 사태를 각오하면서도 막판 반전을 노리고 있다.
현재 하원은 공화당이 233석, 민주당이 199석, 공석 3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현직 의원의 재선 성공률이 90%에 달하는 하원 선거의 특성상 다수당인 공화당의 승리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의 '메인 게임'은 바로 상원이다. 현재 상원은 민주당이 55석, 공화당이 45석을 차지하고 있다. 공화당이 상원 다수를 차지하려면 기존 의석에다가 민주당의 6석을 빼앗아와야 한다. 대다수 미국 언론은 공화당이 6~7석을 더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원 선거가 열리는 지역구 가운데 양 당의 당선 안정권을 제외하면 13곳이 경합 지역으로 꼽힌다. 이 중 민주당 현역이 10곳, 공화당 현역이 3곳이다. 따라서 공화당이 가진 3곳을 모두 지키고 민주당의 10곳 가운데 6곳을 빼앗으면 상원 다수당이 된다.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민주당 지역구 몬태나, 사우스다코타, 웨스트버지니아, 켄터키가 이미 공화당으로 돌아섰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텃밭으로 불리던 알래스카와 아칸소도 공화당이 다소 앞서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합 지역 13곳 가운데 민주당이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곳은 노스캐롤라이나와 뉴햄프셔 2개뿐이다. 나머지 5곳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승부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초접전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미국 유력 언론들도 공화당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이 될 확률을 <워싱턴포스트>는 무려 96%, <뉴욕타임스>는 70%로 예측했다. 진보 성향의 <허핑턴포스트>도 75%로 공화당의 우세를 전망했다.
민주당 참패하면 오바마 '레임덕' 불가피
패배가 유력한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난감하다. 물론 중간선거는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라서 집권당이 불리하다. 특히 '6년 권태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2년째, 즉 첫 취임 후 6년 뒤 열리는 중간선거는 더욱 집권당이 고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패한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역대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으로서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1946, 1950년)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1954, 1958년)에 이어 56년 만에 중간선거에서 연패를 당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된다.
한때 두자릿수까지 치솟았던 미국 실업률이 최근 6%대로 떨어지며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됐다. 하지만 오바마케어의 시행착오, IS와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늑장 대응 등이 선거의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오바마 행정부를 바라보는 민심이 싸늘해졌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선거 운동을 하며 오바마 대통령과 거리 두기에 나설 정도다.
만약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에 내준다면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이 불가피하다. '여소야대'라는 악조건 속에서 남은 2년간의 임기를 보내며 오바마케어, 이민법 등 중대 과제의 추진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다급해진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조기투표에 나서 지지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며 뒤늦게 지원사격에 나섰다. 또 선거를 하루 앞두고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과 단독 회동을 하면서 유권자의 관심을 경제로 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이미 대세가 기울어진 상·하원 선거를 포기하고 주지사 선거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의회보다 대선과 연관성이 깊은 주지사를 최대한 확보해 다음 대권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공화당은 2006년 이후 8년 만의 상·하원 동시 다수당을 넘어 트루먼 행정부 시절의 246석에 이어 가장 많은 하원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부풀어 있다. 이 기세를 몰아 다음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연거푸 빼앗겼던 대권을 되찾아오겠다는 각오다. 이번 선거 결과는 5일 낮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