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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만에 다시 낳은 사리(결석)는 훨씬 부드러운 모양입니다.
10년 만에 다시 낳은 사리(결석)는 훨씬 부드러운 모양입니다. ⓒ 임윤수

10년 만에 사리(?)를 또 낳습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 겁니다. 지난 월요일 아침, 아침도 잘 먹고 자전거도 1시간 정도 잘 탔습니다. 샤워를 하고 30분쯤 지났을 때 허리가 은근히 아파져 오기 시작했습니다. 아픈 정도가 점점 심해지더니 속도 메슥거렸습니다.

몸에서 끈적거리며 진땀도 나기 시작했습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건만 신기하게도 딱 기억이 났습니다. 어! 이 거 10년 전에 사리 낳을 때 겪었던 통증인데…

잽싸게 병원으로 갔습니다. 응급실로 갈 것도 없이 바로 비뇨기과로 접수해 증상을 말했더니 '마약처방전'이라는 종이를 한 장 내줬습니다. 주사실로 가 주사를 맞고 CT도 찍고 X-레이도 찍었습니다. 혈액검사를 위해 피도 뽑고, 소변도 받아 냈습니다. X-레이와 CT 결과가 나올 때 까지 잠시 기다렸습니다.

호명을 받고 진료실로 들어가니 역시나 방광이로 이어지는 끝부분에 결석이 걸려있다고 했습니다. 그냥 빠져나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참 애매한 크기라고 했습니다. 일단은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하고 처방을 받아 약을 져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통증이 가라앉기는커녕 점점 더 아팠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다시 병원으로 갔습니다. 또다시 제일 먼저 받은 처방은 '마약처방전'을 들고 주사실을 찾아가는 거였습니다. 초음파로 결석을 깨는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초음파 매질, 10년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져

쇄석기는 10년 전보다 훨씬 부드러웠습니다. 10년 전 쇄석기가 떡 메질을 하는 강도였다면 이번에 사용한 세석기는 작은 망치를 두드리는 정도의 강도였습니다. 하여튼 그렇게 초음파 매질을 당하고 다시 처방을 받아 약을 지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초음파 매질을 당하고 3일째 되던 날, 요로 끝에서 사리를 내보내겠다는 신호가 왔습니다. 이 신호 또한 겪어본 사람만 아는 신호일 겁니다. 그렇게 생산한 사리를 깨끗하게 씻어 잘 건조해 10년 전처럼 전자현미경사진을 찍고 성분도 분석해 봤습니다.

 10년 전인 2004년 7월 19일 배출한 결석을 찍은 사진
10년 전인 2004년 7월 19일 배출한 결석을 찍은 사진 ⓒ 임윤수

 주상절리를 연상시키는 모양입니다.
주상절리를 연상시키는 모양입니다. ⓒ 임윤수

결과는 10년 전과 확연히 달랐습니다. 10년 전 사리(?)는 보기에도 살벌할 만큼 날카로운 입자들이었는데 이번에 생산한 사리는 바닷가 주상절리를 떠올릴 만큼 부드러워진 모습입니다. 성분도 달랐습니다. 10년 전 사리는 온전히 칼슘(Ca) 덩어리였는데 이번에 생산한 사리에서는 인(P) 성분이 검출되었습니다.

삼각형보다는 사각형이 덜 모나고, 사각형 보다는 동글동글한 공이 훨씬 더 부드럽습니다. 사람도 나이를 먹어 가면 부드러워진다고 합니다. 그게 진짜인가 봅니다. 이럭저럭 살다 보니 삼각형처럼 모나 있던 마음이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걸 느낄 때가 있습니다. 마음의 모만 무뎌지며 둥글둥글 해지는 게 아니라 몸에 생기는 결석조차도 세월은 어쩌지 못하는 가 봅니다.

물 많이 마시고, 운동 열심히 하라고 하니 벌컥벌컥 물 마시고, 헉헉 거리며 운동할 따름입니다. 언제쯤인가 또 낳을지도 모를 사리(?)를 떠올리니 벌써 허리가 아파져 옵니다. 그때는 정말 동글동글한 깨달음의 결정체를 났으면 좋겠습니다.


#요로결석#사리#초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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