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힌 조국의 앞날이 걱정되어 영상을 전합니다. 나만 알고 있을 수가 없군요. 분당의 한 교회에서 한성주 장군(장로님)이 불을 뿜어내는 호소에 그냥 있어서는 머지않아 후회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꼭 보십시오. 이 말이 진실이라면 정말 큰일이네요. 목사님의 기도가 절실한 때인 것 같아요.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이다. 링크를 클릭하니 유튜브로 연결된다. 예비역 공군 소장인 한성주씨가 분당의 한 교회에서 행한 간증 영상이었다. 북한이 땅굴을 파고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땅굴이 있어도 대통령에게 없다고 보고된다는 것이다. (유튜브 보기:
한성주소장 남침 땅굴위기 강연)
[한성주] "제2롯데월드 싱크홀, 북한 땅굴 때문"
한씨는 자신도 현역에 있을 때는 땅굴이 없다고 했는데 전역하고 나와 보니 땅굴이 수도 없이 많았다고 한다. 서울의 유명 교회 지하는 물론이고 청와대와 국회의사당 지하에도 땅굴이 있다고 한다.
그는 남침용 땅굴은 바둑판처럼 촘촘하게 대한민국 지하를 관통하고 있고, 제2롯데월드 주변 싱크홀도 땅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석촌동 지하차도는 남침용 땅굴이고, 종북 좌파인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연 동굴이라며 덮어 버렸다고 했다.
한씨에 따르면, 김정은은 3년 전 김정일 영전에서 '3년 내 조선반도 통일'을 공언했고, 그 시한이 '오는 12월 17일 김정일 사망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석기의 RO사건도, 북한의 장성택 숙청사건도 김정은의 땅굴 전쟁 준비 때문에 벌어진 사태라고 했다. 한씨는 땅굴을 덮는 인물들이라며 몇몇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맹비난하기도 했다.
한씨는 또 "제4땅굴을 발견한 1990년 이래 24년간 단 한 개의 땅굴도 추가로 발견할 수 없었다"며, 그 이유를 "박 대통령 주변을 이미 종북 좌파가 점령해 땅굴을 은폐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씨는 최근에는 전남 목포에서도 땅굴망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한씨의 이 같은 주장은 유튜브와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급기야 공영방송과 종편들도 앞 다투어 한씨의 주장을 보도했다.
한씨는 '땅굴안보 국민연합' 대표로 지난 10월 27일에는 '북한남침땅굴위기 알림운동연대'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전 국방장관이며 안기부장이었던 권영해씨(기독교 장로)도 이 단체 상임고문으로 이름을 올렸고 '남침땅굴을 찾는 사람들'(김진철 목사), '땅굴안보 국민연합'(정석중 총무), '함께 기도해요'(김베드로 목사) 등이 동참했다.
이 단체는 오는 8일에는 '북한남침땅굴 위기해소를 위한 구국기도회'를 서울역광장에서 열 예정이다.
[홍혜선] "12월에 제2 한국전쟁 발발"
한씨와 비슷한 주장을 하는 또 한 사람이 있다. 홍혜선씨인데, 홍씨는 "땅굴을 이용한 북한의 침투작전으로 12월에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할 거"라고 주장한다. 그는 "대한민국에 땅굴을 막을 단 두 사람"이 있는데, "하나는 대통령이고 다른 하나는 시민"이라고 한다.(유튜브 보기:
홍혜선 전도사 14년 12월 한국전쟁메세지)
홍혜선씨는 지난 9월 6일부터 10월 25일까지 '12월 한국전쟁'에 대한 주장을 9회에 걸쳐 했고, 이는 유튜브와 SNS 등을 타고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동영상 등에서 홍씨는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사건도 자신이 예언한 대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촛불집회를 종북 좌파의 짓"이라며, 빨리 "기술자들을 동원하여 중요 땅굴 15개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홍씨는 이어 "국방부도 종북세력이 잡고 있다"며 "종북세력을 빨리 박근혜 대통령이 해고하라"고 주문한다. 홍씨는 "북한이 청와대 지하 땅굴을 이용해 박근혜 대통령을 먼저 납치하고 그 이후에 전쟁이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6·25전쟁도 '프리메이슨'이 일으켰고 12월 전쟁도 그들이 일으킬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는 세계교회협의회(WCC)에서 한국교회들이 빨리 탈퇴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이 빠져 나갈 여지는 남긴다. 그의 간증을 옮겨본다.
"아무리 예언자가 정확하게 주님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할지라도 그것이 정말 이루어지는 것이냐 안 이루어지는 것이냐. 예언한 대로 전달한 대로 되는 것이냐 안 되는 것이냐는 하나님의 마음이거든요. (중략) 어떠한 예언은 예언한 대로 이뤄지기도 하고, 어떤 예언은 예언을 했어도 하나님이 자비를 베푸셔서 그 기간이 아닌 다른 때에..."20여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다미선교회'가 생각난다. 소위 '시한부 종말론자'들인데, 다미선교회는 특정 날짜를 지정해 예수 재림을 말했다. 불발되면 우리를 불쌍히 여겨 연장됐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홍씨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미국 풀러 신학대학교(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공부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영화배우 또는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미국 풀러 신학대학교는 그녀의 천국과 지옥 간증이나 한국전쟁 12월 발발 예언 등에 대해 부정적 입장의 보도자료를 지난 10월 27일 발표했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홍씨는 풀러 신학대학교에 입학은 했지만 졸업생은 아니었다. 풀러 신학대학교는 "사람들이 하나님을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음을 인정하지만 하나님의 계시에 대한 모든 주장은 성경에 비춰 검증돼야 한다"면서 "홍씨의 가르침과 간증은 그녀의 개인적인 관점을 반영할 뿐 풀러 신학대학교의 신학적 입장이나 가르침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런 기독교인들, 정말 부끄럽다한성주씨는 개신교(아래 기독교) 장로다. 홍혜선씨는 동영상에서 자신의 이름 뒤에 '전도사'라고 직함을 붙이고 있다. 즉, 두 사람 모두 기독교인이라는 말이다. 지금 기독교인들이 인터넷과 대중매체를 통해 남침용 땅굴과 12월 한국전쟁 이야기로 '대한민국 위기론'을 활활 지피고 있다.
한씨의 동영상도 그렇고, 홍씨의 동영상에서도 그렇고, 그들은 확신에 차 있다. 동영상에서 "영적으로 깨어있는 시민이 이걸 막아야 한다"고 홍씨가 말하니까, 신도들이 "아멘"을 합창한다. 그의 '영적으로 확신에 찬(?) 기세'에 누구라도 '아멘'하지 않을 수 없었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개신교 목사인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한씨나 홍씨 두 사람의 공통점은 전쟁 공포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면서 '땅굴'이라는 공통분모를 들고 나왔다는 점이다. 기독교 극우인사들이 교회 강단을 이용하거나 예언이라는 이름으로, 남침용 "땅굴이 심각한 수준"(한성주)이라거나 "땅굴을 이용해 북한이 12월에 남침 전쟁을 일으킬 것"(홍혜선)이라는 등의 전쟁론을 퍼뜨리고 있다.
또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님이 한국을 사랑하셔서 자신들을 통해 땅굴과 12월 전쟁설을 널리 알리게 했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두 사람 다 자신들의 이런 생각을 담은 책들을 출간했다. 그들 나름대로 이런 복음(기독교의 본질적 사역의 내용인 '복음'이 그들에겐 땅굴과 12월 전쟁설로 치환됨)을 알리지 않으면 하나님께 벌을 받게 될 것 같아 열심을 다하는 모습이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이미 국방부는 신고가 접수되어 찾아봤지만 "땅굴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땅굴 주장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하나님' 운운하며 기독교의 믿음이나 계시를 빗대며 이뤄지는 '종북몰이' '전쟁확산론' '땅굴작전' 등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땅굴은 없다"는 말로만 국민을 안심시키려 하지 말고, 적극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땅굴 여부를 조사하고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만약 그들의 주장이 거짓이라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건강한 기독교인들을 비롯한 국민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