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특히 복지국가로 유명한 북유럽 국가로의 이민이 대세다. 세월호 사건의 여파로 북유럽으로의 이민이 2배나 증가했다는 언론보도가 있기도 했다.
이러한 이민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회의를 품은 사람들의 의사표현이자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엑소더스다. 하지만 이민을 택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일 수밖에 없다. 사실 북유럽으로의 이민은 전문직에 종사하거나 상당한 자산을 가져야만 가능한 것으로, 보통 사람들에게는 요원한 일이다.
이민을 할 수 없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다. 바로 대한민국이란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도 북유럽 국가처럼 행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일이다.
UN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행복지수 1위를 차지한 국가는 덴마크다. 스스로 행복하다는 국가가 있다면 대한민국 사회도 그것을 벤치마킹하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사람이 있다. 바로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다.
오연호 대표는 세계 행복지수 1위인 덴마크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지, 한 명의 탐험가로 분(扮)해 그 이유를 찾아 나선다. 덴마크의 행복이 어디서 연원했는지 탐험한 오연호 대표의 족적은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로 묶였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는 대한민국 사회가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을지에 관한 절절한 고민에서 출발한 책이다.
평등, 안정, 신뢰, 그리고 가치관"독일 역시 복지 제도가 잘 돼있는데도 왜 덴마크인들이 더 행복하다고 할까요? 그것은 제도 이전에 태도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모두 똑같다'는 정신적인 태도, 가치관이 중요하죠. 덴마크에서는 남이 큰 집을 갖고 있어도, 친구가 좋은 대학을 다녀도 부러워하는 문화가 없습니다. 어찌 보면 덴마크 사회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려고 하기보다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을 먼저 제거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94쪽)""너 공부 안 하면, 커서 저렇게 돼." 한 모자(母子)가 길을 청소하고 있는 환경미화원을 보며 나누는 이야기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엄마의 입장에서 공부하지 않고 놀기 바쁜 자식에게 잘 되라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이야기겠지만, 그 엄마가 환경미화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폭력적이다. 환경미화원은 상대적으로 천한 직업이라는 인식을 은연중에 보인 것이다. 깔보는 시선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러한 시선을 받는 환경미화원 역시 자신을 부끄럽게 여긴다.
남보다 못한 자신을 부끄러워하고, 자신보다 못한 남을 깔보는 사회. 대한민국은 우열을 가리기 좋아하는 사회다. 심지어 엄마의 배 안에서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같은 기간을 자란 쌍둥이조차 누가 먼저 나왔는지에 따라 형(언니)/동생이 나뉜다. 쌍둥이를 그냥 쌍둥이라 부르는 다른 나라와는 사뭇 다른 광경이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살기 위해서는 우열이 명확해야 하고, 열에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깔봄을 당하는 것도 모자라 스스로를 부끄러워해야 하는 지경에 있다.
앞서 언급한 덴마크의 사례처럼 행복하기 위해서는 우열보다는 평등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사회로 변모해야 한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상황에 처했든, 온전한 인간으로 바라봐주는 사회라야 행복해질 수 있다. 인간이라는 절대적인 가치보다 다른 가치에 의해 존재를 평가받는다면 소수만이 행복할 수 있고, 다수는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수치 속에서 살 수밖에 없다.
"행복이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이죠. 기대를 충족시키는 것. 그건 주로 좋은 관계를 맺는 데서 나옵니다. 나는 좋은 관계 속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행복합니다. 미국인들은 아마도 우리가 세금을 월급의 50퍼센트나 내면서 왜 행복하다고 하는지 잘 이해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그 세금을 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직장을 잃어도 별 걱정이 없어요. 빈부격차가 크지 않고 평등하죠. 늦은 밤에 코펜하겐 시내를 걱정 없이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치안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친구와 이웃이 있어요. 자기에게 어떤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친구들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할 수 있습니다. 덴마크 시민에게는 정부와의 관계든 이웃과의 관계든 가족 관계든 매우 높은 수준의 신뢰가 형성돼 있습니다.(102쪽)"평등이라는 가치관이 사회 내에서 광범위하게 통용된다면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신뢰다. 대한민국 사회는 현재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행정부에서 시작해 사법부, 입법부, 그리고 국민들 사이조차 불신으로 팽배해 있다. 아무도 믿지 못하고,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정글과도 같은 상황이다. 이런 사회에서 행복이 존재할 리 만무하다. 전향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러한 사회적 불신은 계속될 전망이다. 과연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행복은 교육에서부터 시작한다<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에서 저자가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교육이다. 덴마크의 교육은 우열을 나누지 않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기회의 균등보다 결과의 평등을 중요시 한다. 요컨대 누가 빨리 목표한 수준에 오르는지 평가하기 보다는 모두가 목표로 한 수준에 오르는 것을 중요시 여긴다. 더불어 경쟁보다는 협동이 중요함을 교육함으로써 모두가 동일한 인간임을 깨우칠 수 있게 한다.
이는 현재 대한민국 교육과는 딴판이다. 우열반을 나눠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차별하고, 학생간의 경쟁을 조장해 서로의 노트를 찢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유치원 때부터 시작되는 사교육과 부모의 등쌀은 대한민국을 OECD국가 중 가장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로 만들어버렸다.
가장 순수하고 때 묻지 않는 아이들조차 행복하지 않은데,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행복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아이들부터 인간으로서 동등하며 스스로의 개성을 존중받는 존재로 교육받는 것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1945년 해방 직후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였지만 지금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전세계가 놀랄 만큼의 기적적인 발전을 이뤘지만, 그것은 경제적인 성장에 국한된 것이었다. 요컨대 대한민국은 경제가 성장한 만큼 사회적인 의식이나 문화적인 수준이 따라오지 못하는 문화지체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어난 경비원 분신 사건만 보더라도 직업의 귀천을 구분하고 인간의 평등이란 가치가 상실된 대한민국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물질만능주의가 지배하는 자본주의사회라도 자본이라는 것을 넘어서는 가치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를 배제하고 물질적인 것만 추구할 때 지금의 대한민국과 같은, 행복이 없는 사회가 탄생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행복한 사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인식, 인간의 존엄을 유지할 수 있는 기본적인 생활 보장, 개인의 능력을 맹신하는 것에서 벗어나 사회적 연대를 추구하는 것 등 자본이 아니라 인간에 가치를 두는 사회로의 변신이 필요하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행복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그런 고민은 오연호 작가처럼 가장 행복한 나라에 가서 그 나라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는가 취재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대한민국의 실정에 맞는 새로운 정책이나 운동을 고안해내는 노력일 수도 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현재에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고, 또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나라를 물려줄 수 있는 길이다.
덧붙이는 글 |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오연호 씀/ 오마이북/ 2014. 9/ 정가 16,000원)
이 기사는 본 기자의 블로그 http://picturewriter.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