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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 아파트는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아파트 이름 중 하나이다. 쌍용 아파트는 10여년 넘게 진안에 살면서 생활했던 가족의 터전이었다. 5층 건물이고 한 동짜리로 40세대가 살고 있는 아파트였다.

아파트에 사시는 아저씨는 40세대면 마을 규모라며 정겹게 살아가기를 바랐다. 대부분 그런 마음에서 이사해 왔기 때문이었다. 쌍용 아파트는 아주 정겨운 곳이었다. 여느 아파트와는 아주 다른 광경을 수시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아파트 앞 정원에 펼쳐진 장독대가 그 주인공이다. 지금도 그 광경을 볼 수 있다. 도시의 아파트 정원에 장독을 내다놓는 것이 말이나 될 법한 소리인가. 그러나 쌍용 아파트는 그렇지 않았다. 처음 이사 왔을 때 몇 개의 장독이 백 여 개의 장독으로 장독대를 이루고 있었다. 단독주택에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쌍용 아파트에 사시는 나이 드신 분들은 지역에서 사시는 분들이라 아파트라 할지라도 사람 사는 곳에 장독대를 만드는 것이 뭐 어떠랴하는 마음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사 오는 날이면 몇 개의 장독이 함께 오고 장독대는 그마 만큼 늘어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장독대가 그냥 장독대가 아니라 정이 오가는 길목 역할을 해 주었다. 고추장, 된장, 간장이 부족하면 스스럼없이 나눠먹을 수 있는 장독대여서 더욱 좋았다.

마치 동면이라도 한 양 움직임이 없던 아파트에 봄이 되면 아파트는 생기를 찾는다. 아파트 주변 한 뼘의 땅이라도 일구어 고추며 부추며 파, 가지 등을 심었다. 부추 밭은 한 뼘짜리 밭으로 아파트주변에 십 여 개에 이르렀었다. 제각기 주인이 따로 있었다. 서로 서로 작물이 커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때로는 여러 집의 부추가 모여 전을 부쳐 먹기도 했다. 그래도 아파트 앞은 꽃밭을 이루었다. 연분홍의 철쭉, 분홍색의 봉숭아, 붉은 장미, 노란 서광 등은 아파트를 정원 속에 지어 놓은 듯 만들었다. 어디 이뿐인가 아이들은 철따라 정원에 심어진 빨강의 보리 똥이며, 주홍색의 살구, 검정의 오디 등을 따먹을 수 있는 특권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또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널따란 평상이었다. 비가 오면 별수 없었지만 단풍나무 그늘아래서 여름 내내 아주머니의 놀이터가 되고 모임 장소가 되었다. 그뿐인가 고기도 구워먹고, 천렵도 하는 장소가 되었다.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이럴 때면 누군가가 술을 가져오고, 밥을 가져오고, 과일을 가져왔다. 자연스럽게 마을잔치가 되었다. 그곳이 평상이었다. 술 몇 잔에 노래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똑같이 아주머니'가 분위기를 이끌지만 누구나 즐거웠다. 아이들 까지도…….

아파트 주변은 시시때때로 이채로웠다. 마치 시골마당에 온 듯했다. 봄이 되어 햇빛이 제법 비치면 부각을 만들어 아파트 앞 평상에 말렸다. 몇 백 장의 부각이 열 지어 있으면 밥을 생각나게 했다. 부각 만드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주변사람들에게 조그마한 봉지에 몇 개씩 넣어주는 정도 함께 있었다. 한동안 매일같이 아침에 보는 풍경중 하나가 고사리 말리는 광경이었다. 회장 아주머니가 연일 고사리를 말리면 모두가 부러운 표정이었다. 부러울 만큼 그 귀한 고사리를 연일 끊어다 말렸기 때문이었다. 한동안 고사리를 보다가 매년 농사짓는 용훈 할머니의 마늘이 아파트를 지켰다. 여름엔 고추가 아파트 광장을 지키고 가을이면 도토리들이 서로서로를 의지하며 아파트를 지켰다. 겨울이 오면 왁자지껄하게 김장을 담그고 동면하듯이 아파트는 잠이 들었다. 봄이 올 때까지…. 이런 아파트에서 우리가족은 행복했었다. 그런 진안 생활이 많이 그립다.

덧붙이는 글 | 이-진안 신문(2014.11.10)실린 글입니다.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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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북 전주고에서 한국사를 담당하는 교사입니다. 저는 대학때 부터 지금까지 민속과 풍수에 관심을 갖고 전북지역 마을 곳 곳을 답사하고 틈틈히 내용을 정히라여 97년에는<우리얼굴>이란 책을 낸 바 있습니다. 90년대 초반에는 전북지역의문화지인 <전북 문화저널> 편집위원을 몇년간 활동한 바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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