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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울산 지회(아래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 성아무개씨가 지난 6일 새벽 약물을 과다 복용해 목숨을 버리고자 했다. 이유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압박한 사측에 대한 분노였다. (관련기사: "현대 상대로 꼭 이기세요"... 현대차 비정규직 자살 시도)

성씨는 지난 6일 새벽 3시 40분쯤 동료들과의 단체 채팅방에 "너무 힘들어 죽을랍니다. 제가 죽으면 꼭 정규직 들어가서 편히 사세요. 현대에게 꼭 이기세요"라는 글을 올리고 자살을 시도했다. 동료 조합원들이 그의 자취방에서 그를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다.

병원에서 약물을 씻어내기 위해 위세척을 시도했으나 성씨가 완강한 거부해 무산되기도 했다. 결국 해독제 투입을 처방했다. 

주변 동료들에 따르면 성씨는 당시 "비정규직을 너무 힘들게 하는 현대차, 이를 수수방관하는 정부를 보며 희망이 없어 죽음을 택했다"면서 "왜 죽도록 놔두지 않고 살렸나, 왜 병원에 데려왔느냐"고 토로했다. 현대차 비정규직의 '정규직 인정 집단 소송'의 참여자로 승소의 기쁨을 누리며 희망에 차있던 그였다.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울산지회 성아무개(39) 조합원이 6일 새벽 3시 40분쯤 동료들과의 휴대전화 단체 채팅방에 올린 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울산지회 성아무개(39) 조합원이 6일 새벽 3시 40분쯤 동료들과의 휴대전화 단체 채팅방에 올린 글.
ⓒ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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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씨는 활달한 성격, 평소 우울증 없어"

지난 2004년, 노동부는 비정규직들의 호소를 받아들여 조사를 벌인 뒤 현대차 대부분 공정에 대해 불법 파견 판정을 내렸다. 이 무렵 노조를 결성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성씨는 불법파견 판정이 난 다음해인 지난 2005년 현대차 울산 공장 엔진 변속기 사업부 하청 업체에 입사해 현재까지 근무했다.

12일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이진환 수석부지회장은 "성씨는 평소 활달한 성격으로 동료 조합원과 잘 어울렸고 우울증은 없었다"며 "최근까지도 매주 사내에서 진행하는 수요 집회와 서울 상경 투쟁, 그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투쟁 등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조합원이었다"고 말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2004년 노동부 불법파견 판정 이후 계속해서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그 사이 조합원 수백 명이 해고됐고, 수백 억 원의 손해배상 가압류가 진행됐다.

특히 비정규직 노조 조합원 최병승씨가 조합원들의 대표격으로 7년간의 소송을 벌인 끝에 지난 2010년 대법원으로부터 '정규직 인정 파기 환송' 판결을 받자 동료 비정규직 1900여 명이 그해 11월 민변의 도움을 받아 '정규직 인정 집단 소송'에 참여했다.

소송을 시작할 당시인 지난 2010년 11월 15일, 현대차 회사 측이 이에 맞서 현대차 울산공장 중 시트공장 내 하청업체인 동성 기업의 폐업을 강행하면서 이에 저항하는 비정규직노동자 10여 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에 실려가고 5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에 성씨는 동료들과 함께 그해 12월 9일까지 25일간 현대차 울산 1공장의 완성차 컨베이어 시스템을 세운 채 농성을 벌였다.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는 당시 현대차 비정규직의 공장 점거 농성이 미리 계획된 것이 아닌, 동료 비정규직의 폐업 해고와 폭행에 맞서다 우연히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2010년 11월 시작된 '정규직 인정 집단소송'과 '공장 점거 농성'은 결과적으로 성씨가 4년 뒤 자살을 생각하게 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손배소 때문에 천당과 지옥 오가

2010년 11월 집단 소송 제기 이후 3년 넘게 끌어오던 판결이 올해 들어서도 지난 2월 13일에서 4월 10일로, 다시 8월 21~22일에서 9월 18~19일로 연기에 연기를 거듭했다. 결국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41부와 42부는 '현대차 사내 하청이 불법파견'이라고 인정하고 '그동안 밀린 정규직 임금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성씨는 이 판결에 동료 조합원과 함께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10년을 기다린 정규직이 성사되는 듯했다. 하지만 한 달 뒤인 지난 10월 23일, 울산지법은 2010년 공장 점거 파업과 관련해 회사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성씨를 포함 "노조원 122명이 연대해 70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공장 점거와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은 이외 모두 7건, 전체 손배 금액은 203억 원에 달한다.

성씨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성씨가 좌절감에 스스로 목숨을 버릴 생각을 한 이유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이진환 수석부지회장은 "성씨는 위세척을 거부한 후유증으로 아직 몸속의 약이 다 빠지지 않아 당분간 치료를 더 해야 하는 상태"라며 "심리적 불안도 문제인데, 전문 심리상담사와 연결해 심리 상담을 지속적으로 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게재됩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작성한 기사에 한 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현대차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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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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