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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세월호 선체 인양이 "희생자가 나타날 수 있고,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또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라며 "인양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13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양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인명피해와 1000억 원에서 3000억 원까지 예상되는 인양비용 등을 우려하며 "정말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봐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후 김 의원은 자신의 발언을 새정치민주연합이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박수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이 김 의원의 발언에 "침몰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도, 다시는 이런 최악의 인재가 일어나지 않도록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서도 세월호는 인양되고 보전돼야 마땅하다. 김 의원의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주장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고 비판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김 의원이 자신의 발언이 왜곡됐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상 세월호 인양 반대 의견을 낸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는 아직 남은 9명의 실종자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에도 "시신이 확보될지도 보장이 없다. 그런 시신을 위해서 이렇게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라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김 의원의 말에 따르면 세월호를 인양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불과 2주 전만 해도 김 의원은 세월호 인양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김 의원이 생각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세월호 선체 인양의 사회적 의미를 생각하면 짧은 시간에 완전히 정반대의 의견을 내기란 쉽지 않다. 결국 김 의원은 세월호 참사를 상당히 정치적으로 대한다고 볼 수 있다. 인명피해와 비용 등을 말했지만 실제로는 세월호 참사를 종결짓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불과 2주 전에는 "조속히 인양 방법 강구하기 바란다"김 의원은 지난달 31일 국회 대정부질의에 나섰다. 그는 정홍원 국무총리를 불러 세우고 세월호 실종자 수색과 관련해 질의했다. 김 의원은 "세월호를 인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날이 추워지고 잠수사들이 들어가기 힘들다. 인양하는 것도 수색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양 반대 의견을 낸 것과 비슷한 화법이다. 이때 김 의원의 요지는 세월호 수색을 중단하라는 것이었다.
김 의원은 정 총리가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가족들의 의사를 존중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라고 답하자 "지금 시작한다고 해도 1년이 걸린다고 한다. 조속히 인양하는 방법을 강구하기 바란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월호 수색작업에서 사망자 11명, 부상자 93명이(나왔)다, 추가 희생자가 또 발생할 수 있다"라며 "지금까지 1600억 원이 쓰였다. 시신수색을 위해 안보예산, 일자리 예산 전용해도 되겠나"라고 말했다.
역시 마찬가지로 추가 인명 피해와 예산 소요를 감안해 잠수 수색을 중단하고 인양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다. 당시에는 수색 중단, 지금은 인양 중단을 주장한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김 의원은 "삼풍백화점 사태, 서해훼리호 사고 때는 정치 쟁점화도 없었고, 대통령 퇴진구호도 없었다"라며 "세월호를 핑계로 더 이상 대한민국호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세월호 때문에 대한민국의 복원력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라고 질의를 마쳤다.
김 의원의 말처럼 구조나 인양 과정에서 추가 인명피해가 나오고 상당한 예산이 드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당연히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세월호 인양도 같은 의미다. 바닷속 깊이 사라져가는 세월호를 꺼내는 것은 참사를 잊지 않고, 또 다시 그런 사고로 무고한 희생이 없게 하기 위해서다. 비용이 얼마가 들든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든 최대한 안전한 방법으로 인양을 준비해야 하는 게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