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상주와 함께>
▲ 조문기 작가 개인전 <상주와 함께>
ⓒ 김준희

관련사진보기


<평생와해도>
▲ 조문기 작가 개인전 <평생와해도>
ⓒ 김준희

관련사진보기


사람들은 누구나 살면서 다른 사람과 싸우기 마련이다. 말싸움이건 주먹다짐이건 살다보면 싸우게 된다. 어렸을 때도 싸우고, 성장하면서도 싸운다. 어른이 돼서도 싸우고 늙어서도 싸운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산다는 것은 싸우는 것의 연속일 수도 있다.

조문기(38) 작가는 살면서 생기는 이런 갈등과 대립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그것도 알지못하는 타인과의 싸움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가족과 친척 간의 다툼을 그리고 있다. 조문기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 <와해의 기원>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레스빠스71 갤러리(www.lespace71.com) 에서 지난 14일 시작되었다. 14일 오후 갤러리에서 만난 조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 사이의 균열에 관한 이야기예요. 아무래도 가장 가까운 사람들끼리 많이 싸우게 되죠.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생겨도 앞으로 안 보면 그만이잖아요. 하지만 가족은 그렇지 안잖아요. 한국 사회의 가족은 가부장적인 전통이 많이 남아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아요. 가족 내의 구성원이 자신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것. 그게 갈등의 원인 중 하나라고 보았어요. 실제로 명절 때 모이면 싸우잖아요."

가족간의 갈등을 표현하고 있지만 부부 사이의 다툼은 그림에 없다. 부부는 갈등이 심해질 경우 이혼하고 갈라서면 남남이 된다. 하지만 형제나 부모자식은 그럴 수 없다. 피는 물보다 진한 법이니 그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갈등도 그만큼 오래가게 된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

살면서 생겨나는 갈등과 다툼

조문기 작가
 조문기 작가
ⓒ 김준희

관련사진보기


<모자의 방>
▲ 조문기 작가 개인전 <모자의 방>
ⓒ 김준희

관련사진보기


작품 <상주와 함께>가 전시장에서 가장 시선을 끈다.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차용한 이 작품에서 작가는 장례식장에 모인 가족과 친척들이 무슨 이유인지 서로 싸우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최후의 만찬>이잖아요. '최후'와 '만찬', 이 두 가지 단어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장소가 장례식장인 거죠. 그런데 그림에서 망자의 영정은 보이지 않아요. 오직 싸우는 친척들만 있죠. 장례식장에 모인 가족과 친척들이 망자는 안중에도 없고 오직 자기들끼리 싸우기만 하는 거예요."

실제로 장례식장에서 이런 광경이 펼쳐진다면 그것은 만찬이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평생와해도> 역시 흥미롭다. 조선시대에 한 화가가 사람의 일생을 그린 <평생도>를 차용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아기 때부터 시작해서 늙을 때까지 싸우는 모습을 단계별로 보여주고 있다.

<모자의 방>도 마찬가지다. 얼굴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엄마와 아기. 엄마는 자식에게 집착하고 아기도 엄마만을 바라보며 매달린다. 그 집착이 결국 갈등으로 이어지는 것.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조 작가는 이전부터 꾸준히 인물화를 그려왔다. 어떤 상황에 처한 인물의 모습을 그려왔던 것.

작가가 보여주는 균열의 모습

<방파제 낚시>
▲ 조문기 작가 개인전 <방파제 낚시>
ⓒ 김준희

관련사진보기


전시장의 모습
▲ 조문기 작가 개인전 전시장의 모습
ⓒ 김준희

관련사진보기


이번 전시회에서 그 상황이란 싸우는 장면이다. 왜 싸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상대방을 싫어하기 때문에 싸운다. 그림에서처럼 서로 엉겨붙어서 싸우려면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을 상상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현실에서 실제로 이런 싸움들이 많이 일어나잖아요. 제 작품을 보시는 분들이 상상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림 속의 인물들이 왜 싸우게 되었는지, 그 싸움 뒤에 화해를 했는지 아니면 완전히 갈라섰는지, 이런 상상을 하면서 작품을 감상하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구약성서에 의하면 인류 최초의 살인 역시 형제 간의 살인이다. 인간은 가족에게, 가까운 사람에게 더욱 잔인해진다. 형제건 친척이건 갈등이나 반목이 완전히 없어진다면 좋겠지만, 실제로 현실에서 그렇게 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한 발 물러나서 조문기 작가의 작품을 감상해보자.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이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고 하던가. 예술작품의 역할 중 하나는 바로 공감이다. 싸우는 모습을 바라보며 공감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조 작가의 그림을 통해서 한 번쯤은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우리는 도대체 왜 싸우는지. 이런 싸움 뒤에 화해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이번 전시회는 11월 26일까지 열린다.

덧붙이는 글 | 조문기 작가 개인전 <와해의 기원>
레스빠스71
서울특별시 강남구 청담동 141-11 (지번주소)

화요일-금요일 10:00-19:00/토요일-일요일 10:00-18:00
*월요일 휴관



태그:#조문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