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또 미국인 인질을 참수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IS는 17일(한국시각) 미국인 구호활동가 피터 캐식을 참수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로써 IS가 참수 장면을 공개한 미국인은 3명, 서방 국적자는 5명으로 늘어났다.
검은 복면을 쓰고 동영상에 등장한 IS 조직원은 "마지막 십자군(미군)을 끝장낼 것"이라며 "이라크에서 미군으로 복무하면서 이슬람에 대적했던 이 인질은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특수부대 출신인 캐식은 시리아 난민을 돕는 비정부 단체를 직접 조직해 시리아와 레바논에서 의료 구호 활동을 펼쳤다. 지난해 10월 레바논에서 시리아 동부로 이동하다가 IS에 납치된 캐식은, IS가 지난달 3일 영국인 구호활동가 앨런 헤닝을 참수하며 다음 희생자로 지목한 바 있다.
이라크전에도 파병됐던 캐식은 2007년 전역한 뒤 구호 활동에 투신했다. IS가 동영상에서 캐식을 '압둘-라흐만'이라고 부른 것을 보면 납치된 후 이슬람교로 강제 개종하면서 이름도 바꾼 것으로 추정된다.
캐식의 피살을 확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즉각 성명을 내고 "캐식의 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전 세계가 비인도적으로 간주하는 테러집단의 사악한 행동에 캐식이 목숨을 잃었다"고 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IS에 의해 참수된 미국인 제임스 폴리, 스티븐 소트로프의 이름도 함께 거명한 뒤 "IS의 행동은 이슬람을 포함해 어떠한 신앙도 아니다"라며 "캐식이 밝힌 빛이 결국 IS라는 어둠을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주도로 영국, 프랑스 등 서방의 공습을 받고 있는 IS가 또다시 미국인 참수를 공개한 것은 그만큼 IS가 절박(desperation)한 상황에 몰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CNN은 이날 IS의 미국인 참수 동영상 공개를 "심한 부상을 입은 동물이 격분해서 달려드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캐식을 참수한 동영상을 공개한 것은 IS가 절박하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반극단주의 싱크탱크 퀼리암 재단의 하라스 라피크는 "이번 참수 동영상은 IS가 자신들이 포위당했다고 느끼며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미국 주도의 연합군 공습이 성과를 내고 있는 가운데 IS는 자신들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앞서 공개된 4명의 참수 동영상이 다양한 각조에서 여러 대의 카메라로 촬영하고 전문적인 편집을 거친 반면 이번 동영상은 하나의 카메라로 촬영되고 편집도 어설프다는 것이 지적됐다. 이는 서방의 공습에 피해를 입은 IS가 예전과 같은 조건으로 동영상을 제작하지 못하게 됐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