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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한달 째인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휴대폰 판매업 종사자들로 모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회원들이 단통법 시행 중단을 촉구하며 '단통법중단' 현수막을 태워 붉은 글씨만 남아 있다.
▲ 불에 타버린 단통법 현수막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한달 째인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휴대폰 판매업 종사자들로 모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회원들이 단통법 시행 중단을 촉구하며 '단통법중단' 현수막을 태워 붉은 글씨만 남아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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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17일 오후 6시 2분]

"규제로 시장을 이길 수는 없다. '규제 실패'다."
"제조업체 이익만 대변하는 일방적인 주장이다."

단말기유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아래 단통법) 존폐를 놓고 보수 논객과 미래창조과학부가 제대로 '한판' 붙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16일 <데일리안>에 기고한 '미래창조부? 단통법 보니 창조는커녕 미래도 없다'는 글에서 단통법을 정면 비판하자, 미래부가 17일 이를 비판하는 장문의 해명 자료를 낸 것이다. 언론사 기사가 아닌 외부 필진 칼럼에 대한 해명도 이례적이지만 칼럼의 8가지 문제점을 7쪽에 걸쳐 조목조목하게 비판했다.

보수논객 '단통법 흔들기'에 미래부 "제조업체 입장 대변"

조 교수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바른사회시민회의를 비롯한 보수단체는 그동안 단통법에 줄곧 반대해왔고, 지금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조 교수는 이 칼럼에서도 "경쟁을 제한해 소비자 차별을 해소하고 통신요금 인하를 가져오겠다는 발상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라면서 단통법을 "통신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과 명분에의 포획이 빚은 '정책 실패'"로 규정했다.   

"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 지급 차별은 없어졌을지 모르지만 모든 국민은 예전에 비해 단말기를 비싼 가격에 사야만 했"고, "결과적으로 단통법은 '전국민 호갱법'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에 미래부는 "조동근 교수 주장은 통신시장 현실에 대한 이해 및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라면서 "단통법은 극심한 이용자 차별과 불투명하고 비생산적인 보조금 경쟁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장 실패'를 치유하기 위한 정부의 정당한 개입이지, 명분에 포획된 '정책실패'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보조금 수준이 낮아졌다는 일부 불만에 대해서도 "이는 과거 과도한 불법지원금이 지급되었던 일부 시기, 지역을 기준으로 한 불만"이라면서 "단통법 시행 초기 공시지원금 평균 수준은 약 15만 원으로, '보조금 대란'이 없던 평상시 지원금 평균 수준과 비슷했고 지금은 경쟁이 활성화돼 오히려 더 올랐다"고 주장했다.

또 단통법 시행 후 신규와 번호이동 가입자가 급감하고 중고폰 가입자는 급증했지만 "영세 판매·대리점은 죽을 맛"이고 "단말기 제조사에도 불똥이 튀었다"는 조 교수 지적에도 "시장이 안정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단통법 폐지 주장은 소비자들의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시장 냉각을 장기화시키는 무책임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특히 삼성전자와 타 부처의 반대로 결국 무산된 '단말기 보조금 분리공시'에 대해 조 교수가 "분리공시 강제는 국가가 강제로 단말기 제조업자의 영업 비밀을 공개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면서 "제조업자의 합리적 경제 계산에 따른 차별적 장려금을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삼성 쪽 주장을 적극 옹호하자 미래부도 '발끈'했다.

"삼성 분리공시 반대는 국내 영업이익 지키려는 전략"

미래부는 "소비자 혜택을 무시한 채 제조업체의 이익만 대변하는 일방적인 주장"이라면서 "(일부 제조사의 영업비밀 침해 주장은) 장려금 구조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 부족을 악용한 주장으로 장려금 추정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삼성전자 휴대폰 국내 판매량이 전체의 4.9%지만 영업이익 기여도는 25% 이상으로 추정된다는 2012년 삼성증권 분석보고서를 인용하면서 "가격 거품을 통해 해외에 비해 훨씬 높게 유지하고 있는 국내 영업이익을 지키려는 전략"이라고 삼성전자를 우회 비판했다.

그동안 미래부와 방통위, 이통사, 야당, 진보적 시민단체에서 '보조금 차별 해소' 차원에서 단통법을 적극 지지한 반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삼성전자, 보수적 시민단체에선 '경쟁 제한'과 '영업비밀 침해' 등을 들어 단통법을 반대해왔다.

지난달 말 '아이폰6 보조금 대란' 등으로 단통법 부작용이 부각되자 진보단체에선 지원금 상향, 분리 공시 입법 등 '보완'에 무게를 싣는 반면 보수단체에선 단통법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번 칼럼 역시 그 연장에 있고 사실상 '삼성의 목소리'란 면에서 미래부의 강경 대응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래부 관계자는 "그동안 단통법 관련 기사에 계속 해명 자료를 내왔다"면서 "외부 칼럼까지 가급적 해명하지 않았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자꾸 확대재생산돼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부는 지난주 통신정책국 안에 '단말기유통법 홍보대책팀'까지 따로 만들어 '단통법 흔들기'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성공회대 'NGO 프로젝트' 참여 대학생 10여 명이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앞에서 참여연대와 함께 단통법 개정과 통신요금 인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팻말을 모으고 있다.
 성공회대 'NGO 프로젝트' 참여 대학생 10여 명이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앞에서 참여연대와 함께 단통법 개정과 통신요금 인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팻말을 모으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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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 KT 앞에선 성공회대 'NGO 프로젝트' 참여 대학생 10여 명이 모여 단통법 개정과 통신요금 인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협동사무처장 제안으로 참여한 이들의 통신요금은 월 4만 원에서 11만 원까지 제각각이었지만 대부분 6만 원대 고가 요금제에 단말기 할부금까지 매달 8~10만 원을 부담하고 있었다.

이들이 각자 적어온 팻말에는 "분리공시 도입", "단통법 개정", "기본료 폐지" 등 다양한 요구가 담겨 있었지만 한 달만 밀려도 10만 원이 훌쩍 넘는 통신비를 제발 낮춰 달라는 목소리가 가장 절실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단말기'를 써야하는 대학생들 눈에 미래부나 방통위도 '삼성의 호갱'일 뿐이었다.


태그:#단통법, #미래부, #삼성전자, #보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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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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