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조세소위원회(위원장 강석훈 의원)를 열고 종교인 과세에 대해 논의하면서, 다시 종교인 과세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조세소위원회는 다음 주 중에 종교인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해 의견을 수렴한 후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종교인 과세 문제는 1968년 당시 이낙선 국세청장이 "종교인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하면서 시작되었다. 종교인들은 "종교인이 어떻게 근로자냐"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종교인 과세는 이뤄지지 못했다.
종교인 과세, 소득세법 개정 논란의 중심에 서다2006년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는 종교인도 국민인데 세금을 받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국세청장을 고발했다. 그러나 정부는 마땅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2월과 12월 국회는 '2014년 세재개편안 간담회'를 열고 종교인 과세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지난 2월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며, "종교인 소득과 파생상품·금융용역에 대한 과세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말하면서 종교인 과세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지난 8월 국회에서 이중과세 논란이 불거지며 유보되었다.
종교인 과세 입법과는 별도로, 이미 가톨릭은 대부분의 교구에서 1994년부터 소득세를 내고 있다. 개신교계에서도 교회재정의 투명성을 이유로 세금을 납부하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 일부 목회자들은 개인적으로 소득을 신고하고 소득세를 자진 납부하고 있다. 불교계도 납세의 의무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종교계는 물론 조세소위에서도 종교 과세 논란이 거듭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계의 반발을 감안 신중하게 의견수렴을 해 내년 1월이나 늦으면 2016년 이후에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한 소득세법 시행령은 종교인 소득을 '기타소득'에 포함하여 과세할 수 있도록 했다.
종교인 과세는 의견이 분분하고 찬반이 팽팽하다. 종교계의 반대 이유는 개신교계가 대변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 이유는 가톨릭은 이미 대다수가 내고 있고, 교직자 수에서 개신교가 불교를 앞서고 있기에 목소리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의하면 총 교직자 수가 약 38만 명인데, 개신교가 14만 여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불교, 또 가톨릭과 원불교가 뒤를 이었다.
의견 분분하고 찬반 팽팽한 종교인의 과세반대 이유는 대강 이렇다. 목회자의 일은 노동이 아니고 종교적인 봉사로 근로소득세 징수는 부당하고 기술상 교회의 헌금이나 재무상황이 납세에 해당하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지 못하며 세금을 내게 되면 교회재정이 공개되고 세무사찰을 받는 결과도 염려된다는 것이다. 결국 종교 자유가 침해당한다는 것이다.
또 대형교회 몇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목회자는 저소득자로 면제대상이다. 실제로 2011년 통계에 따르면, 연소득이 1000만 원 이하인 교직자가 20%에 육박했다. 그 중 절반 이상은 연소득이 1천만 원에서 3천만 원 사이다. 목회자의 상위 1%만이 연간 소득이 5천만 원 이상이다.
특히 정부에 세금을 내다보면 종교가 자칫 정부에 예속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도 있다. 이스라엘의 제사장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 이미 교인들이 세금을 낸 돈에서 헌금한 것을 다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기에 이중과세다.
그러나 종교인 납세 이야기가 처음 등장한 지 46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종교인은 납세에 대해 긍정적이다. 찬성 이유는 이렇다. 헌법에 국민의 의무 및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종교인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할 때 권리 또한 말할 수 있다. 성경에도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누가복음 20장 25절)고 했다.
2006년만 해도 종교인의 과세에 반대했던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도 이제는 긍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대표회장은 19일 서울 중구 소공로 플라자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종교인 납세는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어려운 교회가 많은 한국교회의 현실을 언급하고 "(납세가) 오히려 어려운 교회를 도와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해 종교인 납세에 찬성했다.
이미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종교인 납세가 이뤄지고 있다. 먼저 미국의 경우 연방세와 주세는 물론 사회보장세와 의료보험세를 내고 있다. 독일에선 개신교와 가톨릭의 성직자들이 공무원과 같다. 나라에서 월급을 주고 원천징수한다. 캐나다나 일본의 경우 개인 과세 제도를 동일하게 적용해서 소득세를 내고 있다.
종교인에게는 '종교세'를 과세해야 한다이제 종교인 납세는 대세로 기울고 있다. 다만 그 운영의 묘만 남아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다. 더 이상 종교인, 종교단체가 '지하경제'라는 말을 들으면 안 된다. 그럼 어떻게 종교인의 납세 문제를 깔끔하게 풀 것인가. 쉽지 않다. 쉽지 않으니 문제이고, 문제이니 풀어야 한다.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풀어나가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세무조사에 대한 염려도 가산세 규정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했다. 또한 종교인에게 근로장려세제 혜택도 부여키로 했다. 대부분의 저소득 종교인을 배려한 조치로 보인다. 원천징수도 자진 신고로 바꾸었다.
이런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로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규정함으로써 근로소득자가 누릴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배제하고 있다. 종교인들이 사회안전망에서 제외되거나 사회보험 감면혜택(두리누리)이나, 고용산재보험 가입대상에서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
목사, 신부, 승려를 '전문직업인'으로 분류하는 것부터 고쳐야 한다. '종교인'으로 분류하고 그 분류에 걸맞은 의무와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 종교인은 종교인 특유의 사명감(자존심)이 있다. 그것 때문에 희생적 삶을 자처하는 이들이다. 노동자(근로소득세)로 분류되기를 거부하듯 사례비(기타소득세)나 받는 사람으로 비쳐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근로소득세'냐 '기타소득세'냐가 문제가 아니라 종교인을 종교인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말이다. 납세의 의무를 다하면서 특혜를 누려도 안 되고 국민이 누리는 권리를 누리지 못해도 안 된다. 반대 의견 중 "왜 종교인을 근로자로 보느냐"는 내용이 거센 것은 종교인을 여기저기 끼워 넣지 말라는 의미다. 종교인을 종교인으로 분류하고 '종교세'를 부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