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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정문(자료사진).
서울대 정문(자료사진). ⓒ 권우성

20대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서울대 수리과학부 K교수가 지난 10년 동안 상습적인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나왔다.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만 22명이다.

피해 학생들로 구성된 '서울대 K교수사건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피해자X'(아래 비상대책위)는 26일 성명서를 내고 "무려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학부, 대학원, 동아리에 이르기까지 K교수의 영향력이 닿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사건이 일어났다"며 "드러나지 않은 피해까지 더하면 총 피해자의 수는 훨씬 더 많으리라 예상한다"고 밝혔다.

비상대책위는 지난 10일 K교수가 국제학술대회를 함께 준비하던 인턴을 성추행해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는 언론보도 이후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사한 피해를 봤다는 호소가 쏟아지면서 만들어졌다. 재학생과 졸업생 피해자 중 일부가 나서 모임을 꾸리고 피해 사례를 모았다.

"10년 동안 22명 성추행, 갑을 관계 탓 적극 대응 못해"

비상대책위에 접수된 피해사례에는 K교수가 일정한 유형으로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저질러 온 정황이 담겨있다. 피해 학생들에 따르면, K교수는 여학생에게 먼저 사적으로 연락한 뒤 집요하게 저녁 식사 약속을 잡았고, 그 자리에 나온 학생을 마치 이성을 대하듯 행동했다. 술집이나 연구실에서 성추행 한 뒤에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또한 이들은 "학생이 연락을 무시하거나, 거부의사를 표했을 때는 K교수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화를 냈다"고 밝혔다. 이어 "교수인 자신이 학생을 먼저 예뻐하고 잘해줬는데, 무례하게도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다니 기가 찬다는 메시지를 보낸 사례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K교수가 오랜 기간 상습적인 성추행을 저질러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건 철저한 갑을관계 때문이었다. 비상대책위는 "취업에 반영되는 학점은 교수의 고유권한이고, 대학원에 진학한다면 평생의 운명이 교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피해자들이 K교수에게 대항하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담보로 걸어야 하는 어려운 일이었다"고 토로했다.

또한 비상대책위는 학교 측이 현재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내 성폭력 문제를 담당하는 인권센터가 피해자들에게 실명 신고서를 요구했고, (신분 노출에) 위험을 느낀 피해자들이 신고서를 접수하지 못하자 손을 놓은 채 아무런 자체조사도 진행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알렸다.

이어 "현재 K교수에 대한 법적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피해자 중 일부가 검찰에 진술했다"면서 "서울대학교에서는 물론, 그 어느 곳에서도 같은 피해를 입는 사람이 없도록 K교수에게 응당한 처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대는 지난 11일 검찰 조사 결과가 나온 뒤 K교수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성추행#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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