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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장애인예술단 풍물패 ‘두드림’ 단원들과 어머니들. 사진 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신경심 대표, 왼쪽에서 네 번째가 김민지 선생이다.
인천장애인예술단 풍물패 ‘두드림’ 단원들과 어머니들. 사진 뒷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신경심 대표, 왼쪽에서 네 번째가 김민지 선생이다. ⓒ 김영숙

"저희 아이가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이에요. 지적장애 1급인데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풍물을 배웠어요. 2년이 지날 때까지 악기를 치는 데 힘이 없어 소리도 안 나고 재미없어하는 것 같았어요. 주변에서는 '애가 싫어하는데 왜 계속 시키느냐'고 하더라고요. 아이한테 물어보니 하지 않겠다는 소리는 하지 않고 수업시간이 되면 수업하러 가겠다고 했어요.

저는 억지로 시키지는 않거든요. 아이한테 김덕수 사물놀이 동영상을 꾸준히 보여주고 풍물 전공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여줬더니, 어느 날 갑자기 관심을 갖고 직접 동영상을 찾아보고 영상에서 나온 장단을 흉내 내기 시작하는 거예요.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니까 되더라고요."

지난 18일에 만난 신경심(44) '두드림' 대표의 말이다. 신 대표의 아들 이현재(18)군은 계산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다. 신 대표의 말이 이어졌다.

"풍물을 좋아하면 대학에 가서 전공을 할 수도 있다고 하니까, 어디를 가면 되냐고 물어서, 깜짝 놀랐어요. 장애가 있지만 꿈을 심어주면 아이가 할 수 있는 게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저도 많이 배웠죠. 지금은 아이가 연주를 꽤 잘해요."

신 대표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악기를 다루면 집중력이 생기고, 악보를 보고 연주하기 위해 생각하고 조율하는 등의 뇌 활동은 생활을 하는 데도 효과가 크다고 했다.

7년 전, '두드림'을 시작하다

7년 전인 2007년, '두드림'을 만들었다. 당시 부평초교 4학년이었던 현재군과 그의 친구들이 계산1동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던 '장애아동 풍물반'에 참여해 활동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부평초교에서 통합교육을 하던 교사의 도움과 부평·계산초교 장애아들의 참여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때 함께한 학생들이 '두드림'의 현재 단원이며, 지금은 고등학생이 됐다.

"풍물패 단원이 7명이예요. 작년에는 10명이었는데 3명이 다른 일을 도전하겠다고 나갔어요. 중·고등학생이 대상인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이곳에 남아 있을 수 있죠."

그런데 초교 때부터 풍물을 쳐온 기존 단원들의 실력이 상당해, 처음 이곳을 찾은 초보자들이 바로 단원으로 합류하기에는 어렵다.

"오디션을 보는데, 웬만하면 함께하려 하지만 기초가 부족한 친구들에게는 개인적으로 기본 장단을 배워오라고 권합니다."

지난해엔 풍물패 '두드림'을 비영리사업자인 인천장애인예술단으로 등록했다. 운영 자금을 가족이 온전히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여러 단체에서 지원받기 위한 방법을 알아보니 동아리 활동이 아닌 비영리단체 등록이 필요했다.

"지금은 '두드림'만 사업자로 등록했지만, 가족합창단 '하모니'와 클래식 합주단 '앙상블'도 개별적으로 등록할 예정입니다. 아이들이 문화예술 활동을 좋아해 연습을 많이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면 갈 데가 없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 자립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도 주민' 주민센터의 협조

 김민지 선생의 지도로 풍물을 연습하고 있는 ‘두드림’ 단원들.
김민지 선생의 지도로 풍물을 연습하고 있는 ‘두드림’ 단원들. ⓒ 김영숙

'두드림'과 계산1동 주민자치센터의 관계 맺음은 '두드림'의 시작이다.

"제가 계산1동에 살고 있을 때 장애아들을 위한 풍물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고 건의했어요. 주민센터에서도 '장애인도 지역주민'이라고 흔쾌히 문을 열어줬어요."

지금에야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처음엔 쉽지 않았다. 주민센터 직원이나 주민자치센터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장애아들에게 공간을 빌려줘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아이들과 만나고 배우는 모습을 보면서 우려는 신뢰로 변해갔다.

"지금은 프로그램을 더 늘려가고 있어요. 사물놀이보다 좀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난타'를 제안하니까, 주민센터에서 북을 사주기도 했고, 어른들과 함께 하는 사물놀이반도 생겼어요. 주민들은 주로 오후 3시까지 이용해, 오후 4시 이후에는 공간이 많이 비어 있어요. 오후시간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우리가 사용할 수 있게 개방해줍니다."

'두드림'은 2년 전부터 정기연주회를 열었다. 지난해엔 계양구청장이 참석해 끝까지 공연을 관람했고 특별상을 시상하기도 했다.

"장애인문화교육센터 만들고 싶어"

연습 도중 잠깐 쉬는 시간에 신 대표의 도움으로 현재군과 인터뷰를 했다. 장구를 8년간 쳤는데 재미있냐는 질문에, 모든 가락이 재미있다고 했다. 선생님한테 혼날 때도 있지만 힘들지 않단다. 공연할 때가 제일 좋고 대학에서 장구를 전공해 앞으로 계속 장구를 배우고 싶다고도 했다.

신 대표에게 힘들었을 때는 언제였는지 등, 질문 몇 가지를 더 했다.

"힘들었을 때는 관객들의 반응이 냉소적일 때예요. 우리의 가락이라 우리나라 관객들한테 인정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도 없이 '시끄럽다'는 반응을 보일 때면 우리 아이들이 이걸 계속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그런데 행복할 때 또한 관객들과 만날 때죠. 아이들이 은근히 무대체질이에요. 선생님이 새로운 가락을 가르쳐주는데 정말 잘 습득해 공연 때 박수를 받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고 아이들이 기특하죠."

장구 치는 걸 정말 좋아하는데 연습할 공간이 없는 게 가장 큰 고민이라는 신 대표는 더 노력해 사단법인 인천장애인문화교육센터(가칭)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사무실과 교사도 필요하고 지원할 수 있는 부모들과 연계도 필요하기에, 법인을 세워 문화와 교육활동을 체계적으로 해나가려한다.

턱없이 부족한 정부 지원에 대해 신 대표는 한마디 했다.

"복지 쪽 예산을 삭감한다고 하는데, 낭비성 예산의 일부만이라도 우리 아이들의 교육과 문화에 투자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서 연습하고 훨씬 나은 세상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의 감동

'두드림' 아이들을 4년째 가르치고 있는 김면지(40) 선생은 "어려움은 없어요. 발달장애 아이들이 인지가 떨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단지 수업의 집중도가 조금 낮아, 동기유발을 추동하거나 반복교육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죠"라며 "혼자 했다면 못 가르쳤을 거예요. 어머니들이 도와줘 훨씬 수월했어요"라고 말했다.

'두드림' 단원들의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직접 풍물을 배우기도 했다. 김 선생이 수업을 진행하고, 어머니들은 아이들 옆에서 보조교사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지도교사가 7년간 4명 교체됐는데, 김 선생은 4년 동안 지속하고 있다. 그 비결을 묻자, 역시 어머니들의 도움이란다. 김 선생이 강습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일까?

"장애청소년들이라고 조심하거나 다르게 대하지 않아요. 아이들한테 장애가 있다는 걸 인지하게 하지만, 비장애인과 같은 방법으로 가르쳐요. '너희들은 특별하지 않다. 너희도 할 수 있고 더 잘 칠 수도 있다'고 가르쳐요. 실제 그런 경우도 봤어요."

이런 생각으로 김 선생은 일부러 좀 힘들더라도 어려운 가락을 가르친다. 힘들게 배워야 쉬운 것을 편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장애아에게는 보통 쉽게 가르치려는 경향이 있는데, 기초를 다진 후 변형된 가락을 배우고 그것으로 성취감과 자신감을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집중하지 못해 감정조절이 안 될 때 당황스럽기도 하다는 김 선생은 "공연이 끝나고 아이들이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할 때, 감동적이죠. 특히 헌신적인 어머니들이 저에게 '감사하다'고 표현할 때도 감동이에요. 우리 아이들이 대회에 나가 상을 받으면 정말 좋아요"라고 했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인천장애인예술단#풍물패 두드림#신경심#김면지#가족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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