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예외없이 매일 꿈을 꾸고 있다고 한다. 그것도 하룻밤에 다섯 번 이상 말이다. 독자들 중에도 일어나자마자 꾼 꿈에 대해 얼핏 기억할 수도 있겠다. 일어나자마자 기억하려고 애쓰면 좀 더 많은 내용을 뽑아낼 수 있다. 꿈은 중요하다. 우리가 깨어 있는 동안 경험하는 의식의 세계가 빙산의 일각이라면 무의식의 세계는 바닷 속에 숨어 있는 광대무변한 빙산의 뿌리로 은유되기 때문이다.
책, <나의 꿈 사용법>은 신화학 박사 고혜경의 신작이다. 작년 가을, 그녀의 강연을 들었다. 강연 중 그녀가 추천한 책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로버트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를 읽기도 했다.
지난 번에 쓴 '
'온전한' 나를 찾아 떠나는 무의식으로의 여행'은 이 책의 리뷰다. 책의 내용을 자세하게 정리했기 때문에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독자들이 참고할만하다.
"꿈은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텍스트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깊고 오롯한, 본질적인 자신을 알고 싶은 욕망이 있습니다. '나는 누구일까?', '내게 벌어지는 이 모든 일들은 어떤 인과관계를 지니는 것일까?', 꿈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데 매우 유용하고 안전한 도구랍니다."-서문 중-
저자 고혜경 박사는 꿈을 '신이 우리에게 매일 밤 보내는 연애편지'라고 말하면서 우리들 대부분이 꿈을 그냥 흘려 보내고 마는 사실을 안타까워한다. 심층심리학의 아버지, 프로이트 또한 꿈을 '무의식에 이르는 왕도(王道)'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저자는 꿈을 '삶의 나침반'이라고 말한다.
꿈에 관해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저자의 스승, 제레미 테일러는 1960년대 그룹 투사 꿈 작업(Group Projective Dreamwork)을 만들어서 노숙자, 정신병자, 베트남 참전용사, 성적 소수자 등 전세계 수십만 명의 사람들과 꿈작업을 하며 '꿈에 관해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을 연구로 남겼다고 한다.
첫째, 꿈은 언제나 보편적인 언어로 표현되며 꿈꾼 사람의 건강과 자기실현을 돕는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반쪽만 추구하거나 인지하며 살아온 우리가 꿈을 통해 무의식의 세계를 접하면서 삶의 온전성(wholeness)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꿈의 중요한 점인데 이 꿈이 무슨 뜻인지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꿈꾼 사람뿐이라는 것이다. 꿈은 무의식이 보내는 메시지라서 꿈의 의미를 바로 알 수는 없지만 지속적인 채록과 의미추구 또, 그룹 작업을 통해서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될 수 있다고 한다.
셋째, 꿈은 수 많은 층위의 의미들을 동시에 이야기한다. 한 가지 뜻만 있는 꿈은 없다. 꿈이 사용하는 언어는 수 많은 복선을 깔아 놓아 단번에 의미를 알 수는 없다고 한다. '정교하게 조직화되어 잘 쓰인 상징시처럼 꿈이 지닌 의미의 샘은 절대 마르지 않는다'는 저자의 표현을 참고하자.
투사(projection)우리는 우리가 보여지는 것을 보기 때문에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사물과 현상을 보고 있다고 믿는다. 책을 읽다 보니,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 우리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투사(projection)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고 한다. 자식의 부족한 면을 지적하며 화 내는 부모들, 친구의 이해 못할 행동이나 말에 화내는 자신들은 모두 본인에게 내재되어 있는 부분을 타자(他者)로부터 발견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의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투사를 계속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편견이 강해질수록 겉으로는 부인할지라도 내면 깊은 곳에서는 이게 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두려워진다. 이 두려움이 도전을 받으면 광적이 분노와 공포로 표출된다."(p.81)집단의례오랜동안 꿈작업을 해온 저자는 광주에서 고등학생이 자신의 부모님이 겪은 광주항쟁의 상황을 꿈에서 목격하는 일이 있다고 전하면서, 무의식의 세계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모두 기록하고 저장한다는 숨겨진 진실을 밝히고 있다. 대참사는 어떤 형태로든 무의식을 통해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된다는 거다.
당연히 올해의 가장 큰 비극이었던 세월호 대참사를 이대로 덮어서는 곤란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진실을 밝히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집단의례라고 한다. 의례의 본질이 변형(transformation)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집단의례를 통해 참사의 당사자인 모든 국민이 '가슴이 꽉 막히는 듯한 체증처럼 남아 있는 슬픔과 분노, 절망과 두려움을 마음껏 토해낼 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꿈을 기록하는 방법첫째, 잠에서 깨자마자 기록할 수 있도록 노트를 머리맡에 두는 방법을 권하지만 시간 여유가 없는 경우, 간단한 녹음을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둘째, 꿈은 자세하게 기록하기를 권한다. 스토리뿐 아니라 꿈의 배경, 밝기 등 모든 것을 적는다. 셋째, 꿈은 현재형으로 적는다. 넷째, 꿈에 제목과 날짜를 단다. 몇 달 전부터 나는 매일 꿈을 꾼다. 그보다는 매일 꾸던 꿈을 잊지 않고 한 두 가지라도 기록하려고 애를 쓴 지 몇 달 됐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꿈 일기를 적은 후 깨달은 조금의 변화라면 내가하고 있는 행동이나 말이 진정 내가 원하는 것들인가 생각하게 된 다는 것이다. 남보다는 나와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사실도 흥미로운 체험 중 하나다.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대화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혼자만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나의 꿈 사용법> 고혜경 지음, 유현미 그림, 2014년 11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