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서재 화목난로에 불을 지피고 고구마를 구워 먹다가 자정을 넘기다 -이상옥의 디카시 <초겨울>시골집에서 아침 출근길, 고성가도로 달리다 고성터널을 지나면 곧 마산 가는 자동차전용도로가 나온다. 이곳은 신호등이 하나도 없어 시간이 많이 단축된다. 20대 후반에 처음 교편을 잡았으니 올해가 30년 째다. 50대 후반. 40대에서 50대로 넘어갈 때 참 생각이 많았는데, 내후년이면 50대에서 60대로 넘어간다. 지금은 의외로 담담하다.
그러고 보니, 나도 베이비부머 세대다. 지금 고향마을에는 친구가 한 명도 남지 않고 다 도시로 나갔지만, 어릴 때는 또래들이 참 많았다. 유년기를 보낸 60년대는 농경사회였기에 당시 들개처럼 산으로, 들로 쏘다녔다.
지금 고향마을에는 친구 한 명도 없고...고향 장산마을에서 고성읍내에 한 번 가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장날 어머니를 따라 고성읍내에라도 나들이 할 때면, 고성읍은 큰 도시처럼 여겨졌다. 고성읍내에는 그 당시 제과점도 있었던 것 같은데, 양과가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다. 어머니와 함께 고성장날 국밥 한 그릇 사 먹는 맛은 단연 최고였다.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이다. 그래서 시골집 창고서재에 화목난로를 설치하고, 불을 지피고 고구마를 구워먹어 보는 것이리라. 퇴근 후 저녁 산책길, 애견 두 마리를 데리고 들길을 산책하다, 돌아오는 길에 앞산 등성이에서 마른 나무 몇 개 주워들고 와서 화목으로 쓴다.
양철지붕으로 듣는 실로폰 음악 소리요즘 창고서재 업그레이드 중이다. 너무 많이 쌓인 연구실 책을 시골집 창고에 임시방편으로 옮겼는데, 의외로 창고서재로서 정이 갔다. 창고서재는 양철지붕으로 되어 있어서 비가 오면 실로폰 음악 소리가 난다. 시멘트바닥으로 되어 있던 곳에 대자리를 깔고, 그 위에 다시 헌 카펫을 덧깔고 보니, 아늑하다.
화목난로도 교체하고, 난로 바닥에는 집 철거할 때 보관해두었던 작은 문짝을 놓으니 인테리어 효과 만점이다. 창고서재 들어오는 입구에도 역시 작은 문짝을 놓아두니, 문턱으로 안성맞춤이다.
창고서재는 어머님 품 같다. 긴 겨울밤, 창고서재에서 화목난로 불을 지펴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못다 읽은 고전도 읽고 생각을 가다듬어 볼 작정이다.
덧붙이는 글 | 2004년부터 '디카시'라는 새로운 시 장르 운동을 해오고 있는바, 오마이뉴스를 통해 디카시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저는 시인으로 반년간 '디카시' 주간이며 창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