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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컸네. 많이 컸네."

영문을 모르는 호송 교도관은 "어, 집에 있는 애 보고 싶어서 그래?" 하면서 빨리 가자고 독촉을 했고 남편은 웃으며 지나쳐 갔다. 1분!

세상에서 가장 짧은 영원한 만남. 일주일 뒤 남편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 책 내용 -

인혁당 사건으로 대법원 선고 후 18시간 만에 사형당한 이수병이 사형 일주일 전 단 1분 간 스쳐 지나면서 아내와 만난 가슴 아픈 장면이다.

당시 인혁당 가족들은 가장이 붙잡혀가서 사형이 집행되는 순간까지 면회 한 번 못했다고 한다. 이수병의 아내는 서른도 안 된 젊은 새댁이었고 어린 딸을 둘러업고 아들은 걸려서 매일 서대문 구치소로 출근을 했다. 마당 안으로 들어 갈 수조차 없어 문틈 사이로 열심히 안을 들여다보다가 어쩌다 운이 좋으면 남편이 이동하는 모습을 보곤 했다. 젊은 새댁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착한 교도관 덕분에 꿈에 그리던 남편을 한 1분쯤 볼 수 있었다.

저 안타까운 장면에 침몰하는 세월호 배 안에서 찍은 단원고 2학년 학생의 동영상이 겹쳐지며 영상에서 절규하던 목소리가 생각난다.

"내가 왜! 나는 꿈이 있는데! 나는 살고 싶은데!"

동혁군이 절규하는 목소리에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동혁군의 새엄마 김성실씨는 세월호 참사 처음에는 소극적인 자세였단다. 그런 그녀가 동영상을 본 후 완전히 달라졌다. 가슴으로 낳은 자식이 '살고 싶다'고 절규하는 모습을 본 후 자식이 억울하게  죽은 이유라도  알아야겠다며 서명을 받고 발언을 하며 발로 뛰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술만 마시면 '인혁당' 사람들을 죽인 걸 후회하고 눈물을 흘리곤 했다는데 304명을 죽게 만든 박근혜 정부는 반성이나 후회가 없어 보이니 더 안타깝다.

지상에서 가장 짧은 영원한 만남 김형태 변호사 비망록
지상에서 가장 짧은 영원한 만남김형태 변호사 비망록 ⓒ 한겨레출판
<지상에서 가장 짧은 영원한  만남>은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사건들 속에서 진실과 정의를 밝히려 했던 김형태 변호사가 엮은 비망록이다.

82년 검사 시보 시절부터 인혁당 민청학련 재심, 용산참사. 노무현 전 대통령 이야기. PD수첩 광우병 보도, 황우석  교수 사건,  천안함 사건에 이르기까지 70여년 세월의 흐름 속에서 진실과 정의를 밝히려 애쓴 흔적을 담아냈다.

1부 '그래도 사형은 안 된다'에서는 법이라는 이름으로 죄 없는 스물한 살 여인의 운명을 감옥 안에 가두어 버렸던 양평 생매장 사건부터 칠십대 노인의 욕정을 못 이겨 이십대 청년들을 바닷물에 빠트려 죽인 보성 노인 살해 사건을 통해 흉악한 살인범의 인권도 존엄한가 물으며 사형제도의 존폐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갖게 만든다.

2부 ' 누가 그를 망루에서 떨어뜨렸는가'에서는 무분별한 재개발로 죽어간  달동네 사람과 용산 참사로 희생된 분들, 자본과 권력에 의해 죽어간  한진중공업 박창수, 서울대 최종길 교수, 이내창, 의문사 신호수 위장 자살 사건 JSA 김훈 중위 의문사를 통해 권력이 저지른 살인과 사회적 살인의 진실 여부를 묻고 있다.

3부 '조각난 나라에 산다는 것'에서는 임수경 문규현 신부 방북 사건, 송두율 사건, 보도연맹 사건, 재일동포 간첩 조작 사건, 인혁당, 민청학련 사건 북파공작원 등 동강난 나라 국민이기에  죄 없이 희생된 이들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4부 '광기의 시대, 그 한복판에서'는 검찰에 의해 유도된 조폐공사 사업유도 사건, 천안함의 진실, 이승복 오보 소송을 통해 본 조선일보의 행태, 당파성, 종교인 재판, 노무현 전 대통령 이야기. 황우석 교수 사건, PD수첩 광우병 보도 사건 을 통해 비판을 용납하지 않고 권력과 언론과 자본이 만들어 낸 통제와 광기, 실종된 법과 정의에 대해 짚어본다.

김형태 변호사는 2012년 비로소 무죄 판결을 받아낸 인혁당, 민청학련 사건에서부터 아직도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용산, 천안함, 사건까지를 통해 우리 사대 진실과 정의에 대해 묻는다. 그의 물음은 세월호 사건이 왜 일어났으며 왜 우리는 끝까지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만 하는지 알 수 있게 만든다.

우리는 진실을 알려는 노력, 정의를 찾으려넌 노력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던가. 독재 권력에 길들여진 언론과 법이 진실과 정의를 세우기 위한 역할을 포기하지는 않았는가. 정부는 자신들의 잘못을 철저하게 반성하고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노력 대신 자기들의 권력을 지켜내기에만 급급하지 않았는가. 거기에 대한 답은 아래에서 찾을 수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양민 수만 내지 십수만 명을 학살한 이 희대의 사건은 철저히 묻혀 있다가 1999년 노근리 미군 학살사건이 드러나는 걸 기점으로 다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1950년 7월 미군은 노근리 철길에서 피난민 300여 명을 비행기로 폭격하고 굴다리에 숨은 이들을 사흘 동안 총으로 사살했다. 2000년 미국 클링턴 대통령이 공식 사과를 했다. 한국 전쟁 기간에 미군의 무차별 폭격 등으로 많은 양민이 죽었다. 단양 곡계굴에서 200명. 인천 월미도에서 100명. 포항, 서울 등 전국 여러 곳에서.

2005년 5월 국가기구 과거사위원회가 출범하면서 한국전쟁 중 민간인 희생 사건들 조사가 시작되어 2010년 문을 닫을 때까지 약 5,000명의 희생자가 확인되었다. - 책 내용 -

조능희 피디 등 다섯 피고인이 3년 6개월을 끌려다녔던 'PD수첩 광우병 보도 사건'은 7전  7승이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김형태 변호사는 결론은 무죄였지만 검찰의 승리로 끝난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이 사건으로 촛불을 들었던 국민만이 아니라 언론까지 정부 비판에 겁을 먹고 자기 검열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어떤가.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었다는 말 한마디에 개인의 사생활이 담긴 카카오톡을 사찰 당하는 공안 정국이 되었다. 김형태 변호사가 70년 세월과 역사를 오가며 밝히고자 했던 우리 시대 진실과 정의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2014년 4월 16일 팽목항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후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가 팽목항에 37일간 머물며 보고 들었던 사실, 다이빙벨로 보여 준 사건은 사실을 전하려는 한 언롬인의 몸무림 이다. 국가가 살려주리라 믿었다가 희생된 아이들이 남긴 동영상은 진실을 밝혀달라는 간절한 유언이자 바람이다. 우리 살아남은 자는 그 바람에 답할 의무가 있다.

이제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4월 16일로 돌아가 다시 묻고 싶다.

"정부는 아이들을 구하려 노력을 했는가? 언론은 오보에 대해 책임 질 자세가 되었는가. '우리 시대 진실과 정의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덧붙이는 글 | <지상에서 가장 짧은 영원한 만남> 김형태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2013년 5월, 446쪽, 1만8000원



지상에서 가장 짧은 영원한 만남 - 김형태 변호사 비망록

김형태 지음, 한겨레출판(2013)


#심형태 변호사 비망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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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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