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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자기 개성과 문맥, 당당한 자기 목소리가 담긴 작품을 찾아 창작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매년 가을에 공모 시상한다."

1500만원 고료(시 500만원, 소설 1000만원)의 '진주가을문예' 상패에 담긴 내용이다. 29일 오후 진주 '더하우스 갑을'에서 올해로 20회를 맞은 진주가을문예 시상식이 열렸다. 역대 수상자를 비롯해, 지역 문인과 문화예술인 등이 참석해 신인의 출현을 축하해 주었다.

올해는 시 '원형극장-옮겨진 의자'를 낸 김수완(오산), 소설 '렛츠 탱고'를 낸 이주혜(서울)씨가 당선했다. 시는 장철문·김춘식(예심)·김사인(본심), 소설은 백가흠·황현진(예심)·윤후명(본심)씨가 심사했다.

올해로 20회를 맞은 진주가을문예 시상식이 29일 진주 '더하우스 갑을'에서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시분야 심사위원장 김사인 동덕여대 교수, 시부문 김수완 당선자, 김장하 남성문화재단 이사장, 소설부문 이주혜 당선자, 소설분야 심사위원장 윤후명 국민대 겸인교수.
 올해로 20회를 맞은 진주가을문예 시상식이 29일 진주 '더하우스 갑을'에서 열렸다. 사진 왼쪽부터 시분야 심사위원장 김사인 동덕여대 교수, 시부문 김수완 당선자, 김장하 남성문화재단 이사장, 소설부문 이주혜 당선자, 소설분야 심사위원장 윤후명 국민대 겸인교수.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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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인 동덕여대 교수는 심사평을 통해 "액수는 말할 것도 없고, 이런 규모의 행사를 20년 전부터 흔들림없이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진주가 가진 문화적 전통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 느꼈다"고 말했다.

윤후명 국민대 겸임교수는 "진주가을문예는 문단에서 많이 알려져 있고, 저도 언젠가부터 심사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고, 이번에 소설 당선자를 뽑게 되어 기쁘다"며 "이미 당선자들이 활동을 열심히 하고, 훌륭한 행사를 20년 이어 올 수 있었다는 것에 경탄스럽다"고 말했다.

리영달 진주문화사랑모임 회장은 격려사를 통해 "김장하 이사장은 진주문화 복원의 동지이고, 저는 앞에 나서서 이름값을 하려고 했지만, 김 이사장은 늘 뒤에서 많은 사람들을 위해 마음의 선물을 해오신 것"이라며 "서울도 하나의 지역이고, 진주가을문예는 서울지역과 동등한 문학 세계를 열어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백 명성한약방 원장은 "저도 요즘 수필을 쓰는데, 글은 거짓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며 "진주가을문예를 해마다 지켜보면서, 거짓이 없는 문학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진주가을문예는 1994년 9월 김장하 이사장이 기금 1억5000만원을 확보해 운영하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진주신문가을문예'로 출발하다 <진주신문>이 휴간하면서 이름을 바꾸었다.

진주가을문예는 그동안 김일남, 이영수, 유영금, 김영산, 김남용, 김형미, 김애란, 김승원, 김영미, 김영수, 김애리나, 이애경, 김현욱, 전영관, 임재정, 박미선, 오유균, 나온동희, 신호승 시인과 문재호, 조명숙, 정연승, 이광민, 박태갑, 원시림, 김세웅, 강영, 김언수, 김옥성, 박대봉, 양관수, 최민경, 이춘실, 서은아, 이미홍, 최시은, 황혜영, 김민혁, 권상혁 소설가를 문단에 배출했다.

진주에서 남성당한약방을 운영하는 김장하 이사장은 장학사업과 사회문화사업을 해오고 있으며,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한 뒤 국가에 헌납했고, 지금은 남성문화재단을 설립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4년도 시 당선작

"원형극장-옮겨진 의자" - 김수완

의자가 옮겨져 있다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 내 등을
누군가 보고 간 것이 틀림없다
미농지를 대고 그대로 옮겨 가지고
어디론가 달아났다 나는 순간 
가구들을 얼른 돌려 놓고
등 없는 벽처럼 서 있었다
의자는 가끔 옮겨지기도 하니까
그자는 다시 올 것이 틀림없다
벽이 되니 등은 더욱 어두워진다
그자는 좀처럼 오지 않는다
나는 독극물을 해독하는 쥐처럼 몸을 뒤틀며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 내 등을
닦아낸다 닦을수록 오히려 마음 약했던
자해의 자국들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나는
거울을 보며 미농지를 등에 대고 애써 
그 희미한 선 하나하나를 그려 나간다
그것은 내 시력을 달아난 그자에게
내어주는 일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되겠지만
나는 조금씩 의자를 스스로
옮겨 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태그:#진주가을문예, #남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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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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