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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작가가 지난 9월 29일 대구시에 보낸 편지. 이 작가는 이 편지에서 대구시를 원망하며 미술관 건립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우환 작가가 지난 9월 29일 대구시에 보낸 편지. 이 작가는 이 편지에서 대구시를 원망하며 미술관 건립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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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만남의 미술관-이우환과 그 친구들(이우환 미술관)' 건립을 사실상 포기하기로 결정하고도 내년도 예산을 편성해, '시의회에 떠넘기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달 28일 대구시의회가 이우환 미술관 건립비 48억 원을 전액 삭감했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후 권영진 시장은 2일 오전 대구시의회가 확대의장단 회의를 개최하자 이 자리에서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했다.

권 시장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우환 작가가 지난 9월 11일 대구시에서 설명회를 연 뒤 보낸 편지에서 '대구시를 원망'하며 '미술관 건립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우환 작가는 지난 9월 29일 대구시에 보낸 서신에서 "대구시가 아무런 경과보고도 없이 대뜸 미술관 건립에 대해 설명하라는 식이어서 어리둥절했다"며 "저를 중상모략하고 범인 취급하게 내버려뒀다"고 서운해 했다. 이 작가는 "비겁하고 무책임하고 확신과 실천의지가 안 보이는 대구시에 경악하고 실망해 더 이상 미술관 추진을 할 수가 없다"며 "대구시와 시민은 정중히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이우환 작가의 편지가 도착하기 하루 전 편지를 보냈다. 권영진 시장은 이우환 작가에게 서신을 보내 10월 말일까지 작품구입비와 참여 작가의 명단을 요청했지만 이우환 작가는 권영진 시장의 편지를 받고도 답장을 하지 않으며 미술관 건립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지난 11월 21일 대구시 담당자가 이 작가를 서울에서 만났지만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대구시가 지난 10월 15일 이우환 작가에게 보낸 서신. 이 편지에서 권영진 시장은 작품 수와 참여작가에 대해 알려달라고 했지만 이우환 작가는 가격에 대해 대답하지 않는 대신 지금까지의 미술관 건립 계획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가 지난 10월 15일 이우환 작가에게 보낸 서신. 이 편지에서 권영진 시장은 작품 수와 참여작가에 대해 알려달라고 했지만 이우환 작가는 가격에 대해 대답하지 않는 대신 지금까지의 미술관 건립 계획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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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작가가 이미 대구시에 미술관 건립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지만 대구시는 계속 미적거리며 건립 예산을 편성했다. 결국 대구시의회가 나서 예산을 삭감하고서야 미술관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대구시는 2일 오전 대구시의회 의장단 회의에서 미술관 포기 이유를 설명한 데 이어, 오후에는 대구시청 기자실에서 일부 기자들만 지켜보는 가운데 정태옥 부시장과 안국중 문화체육관광국장이 미술관 포기를 발표했다.

정태옥 부시장은 "이우환 작가가 보낸 편지가 감정적이어서 누그러뜨린 후 다시 협의하느라 시간이 늦어졌다"며 "예산을 책정하기 전에 미술관 건립을 포기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권영진 시장이 보낸 편지의 핵심은 작품 구입비와 참여 작가의 명단을 알려달라는 것이다"라며 "총사업규모가 나와야 미술관 추진을 하든지 안 하든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구시가 그동안 시민들을 속이고 꼼수를 부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우환 작가가 자신이 보낸 편지에 대해 '공개를 전제로 쓰여진 것'이라고 밝혔지만 대구시는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재화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은 "대구시가 이우환 작가의 편지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비난하고 "더 이상 이우환 미술관 건립에 대해서는 말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도 "그동안 시민들이 이우환 미술관을 반대했지만 대구시는 끝까지 밀어붙이려다 망신만 당했다"며 "시민들의 여론을 분열시키고 혈세를 낭비한 공무원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그:#이우환 미술관,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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