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7일 오후 5시 27분]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씨와 관련해 "정씨는 이미 오래 전에 내 옆을 떠났고, 전혀 연락도 없이 끊긴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씨가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대선 후 감사전화 한 통 받은 것밖에 없다"라고 밝힌 것과 상반되는 발언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청, 내년도 예산안 법정시한 내 처리 성과를 기념하기 위한 오찬 자리에서 정씨와 자신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의 권력 암투설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이 의혹이 제기된 이후 정씨와 박 회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반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찌라시에 나라 전체가 흔들려, 부끄럽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역대 정권의 친인척 관리를 보고 지만 부부는 청와대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있다"라며 "오래 전에 곁을 떠난 사람과 청와대에 얼씬도 못하는 사람이 갈등을 빚고 국정 전횡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일은 없으니 새누리당에서 자신감을 가지라"며 지도부를 독려했다고도 밝혔다. 정윤회씨는 박 대통령이 의원이던 시절 비서실장이었다.
오찬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박 대통령은 "찌라시에 나오는 그런 이야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모처럼 국회가 국민들에게 큰 선물을 주셨는데 예상치 못한 논란들이 발생하고 있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경제가 한시가 급한 상황인데 소모적인 의혹 제기와 논란으로 국정이 발목 잡히는 일이 없도록 여당에서 중심을 잘 잡아주셨으면 한다"라며 "일방적 주장에 흔들리지 말고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 언론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한 후에 여러 곳에서 터무니없는 얘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라며 관련 의혹을 최초 보도한 <세계일보>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저는 항상 비리를 척결하고 국민의 삶이 편안해지도록 그런 생으로 일해 왔지만 앞으로도 그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후 전화 받았다"는 정윤회, "오래 전에 떠났다"는 박근혜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 새누리당과 검찰에 이번 의혹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당에게는 '국정 발목잡기'라는 명분을 쥐어줬고, '검찰 수사를 지켜보라'는 말과 함께 관련 문건을 '찌라시'로 명명하면서 수사의 방향성도 단속 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정씨의 최근 인터뷰와 내용이 상반돼 논란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정씨는 지난 1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물론 3인의 측근 비서관들과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면서도 "당선된 이후 박 대통령이 전화 한 번 한 것이 전부"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내년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해다. 아무리 정책이 좋고 인정을 받은 정책이라도 우리가 타이밍을 놓치고 제때 쓰지 못하면 효과를 낼 수 없다"라며 "경제를 확실히 살려내고 일자리를 늘려 국민의 삶이 보다 편안해지도록 당과 국회에서 앞장서서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발언에 힘을 실었다. 그는 "여러 현안이 산적해있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안도 꼭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다"라며 "국민들도 이것의 심각성을 느끼고 이번에는 정치권이 해결해달라는 상황이 조성된 상태에서 역사적인 책임감, 사명감을 갖고 꼭 처리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한 몸"이라면서 "언론보도를 보면 박근혜 정권의 일대 위기가 온 것처럼 되고 있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잘못된 것을 시정하고, 잘못 알려진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께 속시원히 오해가 풀리도록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