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학교 특권교육'이라는 논란 속에 대전시교육청이 제출한 대전국제중고 설립 예산안이 대전시의회 예결산위원회를 통과했다. 이를 반대해 온 전교조 대전지부는 시의회를 강력 비난했다.
대전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박정현, 이하 예결위)는 지난 8일 2015년도 대전광역시 교육비특별회계 세입세출예산안 심사에서 교육감이 제출한 1조 5849억여 원 중 1억7400만 원을 삭감하여 예비비로 편성하는 것으로 심사를 마쳤다.
이에 대해 전교조 대전지부(지부장 김영주, 이하 대전지부)는 9일 성명을 내고 "대전시의회의 초라한 성적표에 실망했다"며 "시의회에 '새정치'란 없었다, '비판과 견제'라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였고, 교육철학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비난했다.
대전지부는 예결위가 이번 교육예산심사에서 원안의 고작 0.0001%만을 삭감했고, 이마저도 전시성 정책이라고 지적받아왔던 예산은 교육감의 신규 공약 사업인 '학생 국외과학체험 프로그램' 예산 중 교사 경비 3600만 원이 전부였다고 밝혔다.
나머지 '학력신장우수학교지원비(1700만원)'와 '학교평가우수교지원비(5000만원)' 등은 오래 전부터 폐지 압박을 받아오던, 사실상 '시효 소멸' 성격의 정책 사업이었다는 것.
예결위의 가장 큰 문제는 '귀족학교 특권교육' 논란으로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던 대전국제중고 설립 예산 231억 4천만 원을 표결 끝에 5대4로 원안 의결했다는 것으로, 결국 대전시의회가 소리만 요란했지 '집행기관의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는 게 대전지부의 주장이다.
대전국제중고는 설립 계획 단계에서부터 논란이 되어 왔으며, 전교조는 물론, 학부모 단체, 시민사회단체들의 거센 반대에도 교육청은 2015년 예산안에 대전국제중고 설립 예산 229억 5천여만 원(전체 시설비의 약 50%)과 건축 감리비 1억8천여만 원 등 모두 231억4천만 원을 편성,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대전지부를 비롯한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국제중고 예산 전액을 삭감하고, 그 예산을 공립유치원 신설이나 공립유치원 학급 증설 등에 사용하라고 촉구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중고 예산이 원안대로 통과되자 대전지부는 성명을 통해 "올해 대전시의회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약진으로 적잖은 기대를 모았던 게 사실"이라며 "교육위원회는 5명 모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로 채워졌고, 예결위도 총 9명 중 7명이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고 개탄했다.
이어 "의원들은 '대전국제중고'라는 특권학교 설립이 초래할 돌이킬 수 없는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었다"며 "'우리 지역에 좋은 학교가 생긴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뭐냐'는 식의 수준 이하의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참으로 안타깝고 실망스럽다"고 비난했다.
대전지부는 또 "대전시교육청은 교육부의 국제학교 신설 1차 교부금 58억 설계비조차 제 때 집행하지 못할 정도로 준비 부족을 드러냈다, 58억 중 40억 원은 일찌감치 예비비로 돌려 다른 사업예산으로 전용했고, 그나마 편성한 18억조차 그린벨트 미해제 문제로 설계가 중지된 상황"이라며 "뿐만 아니라 교육청은 대전국제중고 설립에 대한 최소한의 의견수렴조차 거치지 않은 채 앞만 보고 밀어붙이는 '불도저 행정'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전지부는 끝으로 "대전국제중고 설립 논란은 이제 대전시의회 본회의만을 남겨두고 있다"며 "김인식 대전시의회 의장이 마지막 남은 '새정치'의 기회를 살릴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전시의회 전문학 의원은 지난 3일 예결위 심사 질의를 통해 "대전국제중고는 당초에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내에 유치해 교육인프라와 인구유입 효과를 기대했었는데, 부지가 중도에 바뀐 것은 당초 국제중고 설립 취지에 맞지 않다"고 질타했다.
이어 "부지를 옮기는 과정에서도 그린벨트 지역을 부지로 선정, 현재 설계가 중단된 것은 사업계획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면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토론회나 공청회를 전혀 개최하지 않은 것은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전 의원은 "교육청이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사업은 국제중고의 신설보다는 대안학교, 특수학교 관련 분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