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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 4대강과 자원외교, 그리고 방산비리 등 이른바 사자방 관련 국정조사와 공무원연금 개혁, 정치개혁 특위, 청와대 문건 유출 문제 등을 논의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악수하는 여야 지도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 4대강과 자원외교, 그리고 방산비리 등 이른바 사자방 관련 국정조사와 공무원연금 개혁, 정치개혁 특위, 청와대 문건 유출 문제 등을 논의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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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였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10일 공무원연금 국회 특위와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주고받았다.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마주 앉은 지 1시간여 만에 지난 정기국회 내내 민감한 쟁점현안이었던 것들을 풀어낸 것이다. 양당의 '투톱'이 모두 출격한 만큼 "마지막 순간 해야 할 회담(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이라는 안팎의 시선으로 인한 압박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관련 기사 : 새누리당·새정치연합, 공무원연금-자원외교 '빅딜').

양당 모두 협상 결과에는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협상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는 만나면 합의다, 좋은 만남이었다"라고 평가했고,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할 말을 허심탄회하게 했다"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날 양당의 협상결과가 '등가교환'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여당엔 가장 시급한 현안이었던 공무원연금 개편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에 반해, 야당은 당초 요구했던 사자방(4대강사업·자원외교·방위사업 비리) 국정조사 중 자원외교 사안에만 국정조사를 확정받았다. 가장 민감한 현안인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 규명을 위한 국회 운영위 소집은 답변조차 받지 못했다.

여야 속익계산표

당장 새누리당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던 공무원연금 개편 문제를 야당과 공식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테이블을 얻었다. 관련 기구를 연내까지 구성하기로 하면서 당초 목표했던 '공무원연금 연내 개편'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일단 굳게 닫혀있던 문을 열어젖힌 셈이다.

야당과 공무원사회가 요구했던 '사회적 합의체' 구성을 자신들의 취지에 맞게 수정한 것도 성과다. '국민대타협기구'를 설치하되, 정작 구체적인 입법논의는 여야만의 테이블에서 진행되도록 했기 때문이다.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던 세월호 협상 상황을 감안하면 오히려 야당이 여당과 공무원사회 사이에서 내용을 조율해야 하는 부담감을 떠안을 수 있다. 더군다나 이날 회동에서는 구체적인 국민대타협기구 참여 구성원도 논의되지 않았다. 향후 이를 세부적으로 논의할 때 다시 진통을 겪을 수도 있다.

반면 야당은 당초 요구했던 사자방 국정조사 중 자원외교 국정조사만 얻어냈다. 아예 사자방 국정조사 전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여당에 '그렇다면 이제 그만 얘기하자'면서 배수진을 쳐서 얻어낸 결과다.

4대강 사업 관련 국정조사는 추후 논의하는 것으로 그쳤고, 방위사업 비리는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라는 조건부 합의밖에 얻지 못했다.

당초 이날 회동 의제 중 하나로 꼽혔던 정치개혁특위 및 개헌특위 구성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우리 보고 죽으라는 것이냐"라고까지 하면서 개헌특위 구성에 반대했다.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에서는 기초적인 답변조차 얻지 못했다. 당장 야당은 지난달부터 이 문제를 규명하기 위한 국회 운영위 소집을 요구하고 있다. 국정조사나 특검 요구와 비교하면 상당히 기초적 수준의 요구인 셈이다. 그러나 여당은 이날 회동에서도 이 문제를 피해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 4대강과 자원외교, 그리고 방산비리 등 이른바 사자방 관련 국정조사와 공무원연금 개혁, 정치개혁 특위, 청와대 문건 유출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지도부 회동을 하고 있다.
▲ 여야 지도부 회동 갖는 김무성-문희상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 4대강과 자원외교, 그리고 방산비리 등 이른바 사자방 관련 국정조사와 공무원연금 개혁, 정치개혁 특위, 청와대 문건 유출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지도부 회동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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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홍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야당은 이날 회동에서 상당히 강경하게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을 짚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김기춘 비서실장이든, '문고리 3인방'이든,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라며 "(새누리당은) 왜 직간(直諫)을 못하냐"라고 추궁했다. 특히 지난 7일 청와대 오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권위주의 정권 시절 용어인 '각하'로 칭했던 이완구 원내대표를 겨냥해 "여당이 밤낮 각하, 각하나 하면 국민이 여당을 믿겠느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 위원장은 이날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선실세 의혹은) 국정조사를 할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청와대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게 우선이라는 태도를 유지했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대표도 그렇고 (새누리당의) 기존 입장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므로 다른 액션은 없다는 것"이라며 "오늘 이 부분을 많이 논의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즉, 이 문제에서는 야당의 강경한 질책에도 한 치도 진전하지 못한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구상대로 진행중

사실 공무원연금 개편과 사자방 국정조사를 주고받은 자체가 여당이 원했던 바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청와대 문건 파동으로 연말 분위기가 뒤숭숭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오직 민생과 경제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일해야 한다"라며 "공무원연금개혁은 많은 국민들이 빨리 해결책을 찾아내라고 촉구하는 피할 수 없는 숙제인 만큼, 여야가 오늘 통 큰 결단을 내려야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완구 원내대표 역시 같은 자리에서 "모든 문제를 성역 없이 테이블에 올려놓고 진솔하게 얘기를 나눌 것이다"라며 '빅딜'을 시사했다.

반면 야당은 공무원연금 개편과 사자방 국정조사 문제는 '빅딜'의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실제로 박완주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고작 이틀 전인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사자방 국정조사 실시는 어떠한 조건도 전제도 있을 수 없다"라며 "범죄적 행위는 거래의 대상이 아니라 처벌의 대상이자 진상규명의 대상"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무엇보다 사자방 국정조사 요구에 대한 새누리당의 태도가 변한 것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관련 기사 : 새누리당, 공무원연금-사자방 국조 '빅딜' 공식 제안).

앞서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24일 "야당이 연일 사자방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여당은 거부해야 한다"라며 "이것을 수용하면 내년 1년 내내 또 정쟁으로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른바 '정윤회 문건'이 공개된 이후 당의 태도는 변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성역도 없이 마음을 열어놓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라며 공무원연금 개편과 사자방 국정조사의 빅딜을 공식 제안했다.

이를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권이 '이슈 분산'을 노리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 정권의 문제인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을 전 정권의 문제인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 등을 부각해 물타기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에 근무했던 여권 관계자는 "친이계가 이번 일(정윤회 문건)을 계기로 반격한다는 분석이 있던데 잘못된 것"이라며 "오히려 이번 일을 덮는 과정에서 (4대강 사업·자원외교 등) 전 정권 문제가 더 크게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야당이 사자방 국정조사와 공무원연금 개편 문제를 '딜'한다는 건 전략적으로 잘못됐다고 본다"라며 "자원외교 문제는 전 정권의 문제인데 차라리 '딜'을 하려면 차기 집권을 위한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거래대상으로 삼았어야 했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김제남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오늘 양당 합의에는 이른바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 및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라며 "국기를 뒤흔들고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친 이 사건들이야말로 국회가 하루 빨리 진상조사 및 책임규명에 나서야 할 우선과제"라고 강조했다.


태그:#정윤회, #이명박, #김무성, #박근혜, #공무원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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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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