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면서 감사와 사랑의 뜻을 전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새해에 소망했던 일들이 더러는 이루어지고 더러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기쁨의 순간과 안타까운 순간을 한 해의 말미에서 정리하고 돌아보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이루어지지 않은 일이 있더라도 현재 숨 쉬고 살아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너무나도 소중하고 귀한 것 아닐까? 세월호의 아픔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절실하게 깊어지는 때이다.
지난 10월 광영동에서 골목아트플레이 축제를 하면서 무료로 재능 기부를 해주신 고마운 분들과 소리 없이 응원을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자 큰그림기획연구소에서 작은 송년회를 준비했다. 이번에도 십시일반으로 회원들이 먹거리를 준비하고 행사 후 뒷풀이도 못한 터라 재미있는 프로그램도 계획했다.
일을 추진하면서 무엇보다도 너무나 귀한 사람들을 만난 것이 재산이라고 말하는 큰그림기획연구소 대표 이현숙 씨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다."라고 항상 말한다. 주위에 너무나 좋으신 분들이 자신이 가진 재능을 기꺼이 내놓으며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든지 달려와 도움을 주시기 때문이다. 이런 좋은 분들을 모셔놓고 감사 인사 겸 송년회를 연 것은 너무나도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7일 오후 7시에 람카페에서 시작하는 송년회를 준비하기 위해 회원들은 각자 과일과 과자, 떡, 빵, 케이크, 와인 등을 사들고 모였다. 접시를 닦고 와인잔을 준비하고 샐러드를 만들었다. 마케팅 부서에서는 셀러들이 비누 공예품으로 꽃다발을 만들어 왔다. "블랙&레드" 라는 주제로 베스트 드레서도 뽑아 상을 주기 위해서다. 행운권 추첨 순서도 만들어 될 수 있으면 많은 분들이 작은 상품이라도 받아가는 기회를 주려고 애썼다.
송년회는 재능 기부를 하러 순천에서 달려온 분들의 흥겨운 연주로 시작되었다. 클라리넷, 피아노, 바이올린, 색소폰이 어우러져 금세 작은 음악회장이 되었다. 즐겁고 흐뭇한 분위기가 가득 넘쳐흘렀다. 멋진 목소리로 '오솔레미오' 를 부르는 분, "쑥대머리.."하면서 창을 부르시는 분, 광양중진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우크렐레 찬조 출연, 파헬벨의 캐논을 배웠다고 즉석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어린이들... 시간이 갈수록 정겹고 아름다운 모습이 연출되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회원들은 음식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살피며 다녔고 간간히 지인들과 와인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도 하였다. 참으로 자연스럽고 음악처럼 가슴에 젖어드는 풍경이었다. 드디어 베스트 드레서를 뽑는 시간이 되었다. 미리 공지했지만 검정과 빨간색의 옷을 멋스럽게 입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는지 그다지 눈에 띄는 드레서가 없었다.
결국 빨간 외투에 검정 바지를 입은 여자분이 상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주황색 티를 입은 분이 아차상을 받아서 모두가 웃음바다가 되었다. 어떤 분은 빨간 넥타이를 하고 왔고 어떤 분은 빨간 머리띠를 하고 왔고 또 어떤 분은 빨간 구두를 신고 왔다. 행운권 추첨할 때도 웃음바다가 이어졌다. 당첨된 사람이 다음 사람을 뽑는 형식이었는데 동생이 오빠를 뽑기도 하고 상품을 양보 받은 학생이 자기 것을 뽑기도 하였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냐며 박장대소하였는데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서로 양보하며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서 그런 일도 일어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맛있게 먹고 즐겁고 다양하게 즐기며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친근하게 인사 나누며 시간은 금세 2시간이 흘러 버렸다. 뜻하지 않은 작은 송년음악회는 춥고 어두운 골목을 밝고 정겹게 울리면서 끝났다. 아쉬운 인사로 서로를 배웅하며 다음에 또 만날 것을 기약하였다.
송년회를 마치고 회원들은 뒷정리를 하면서 앞으로 해야 할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큰그림기획연구소가 해야 할 가장 큰 일은 광영동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것이므로 벽화 그리는 일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므로 작은 행사를 통해 주민들과 함께 움직이고 융화되어야 한다. 이 침체된 마을을 문화예술의 거리로 만들어보고자 시작한 일이니 꼭 해보자. 우선은 아무 지원을 받을 수 없지만 응원해주시는 좋은 분들이 있으니 페인트 값이라도 지원된다면 담벼락 하나씩이라도 그려 나가자."
늘 머리를 맞대고 회의 때마다 하던 이야기지만 한 해를 마무리 지으면서 회원들은 다시 새로운 다짐을 했다. 그리고 감사의 작은 송년 음악회가 너무 흐뭇하고 따뜻했다며 이렇게라도 감사의 인사를 전할 수 있어서 좋았고 수고했다며 서로의 등을 감싸 안고 격려했다.
큰그림기획연구소 회원들은 지난 11월에 순천만 국제습지센터에서 있었던 '전라남도 좋은 경관 만들기 추진단 발대식'에도 참석하여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가는 데도 앞장서고자 하는 의지를 가졌다. 이처럼 좋은 경관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내년에도 또 그 다음 해에도 계속 될 것이다. 그리고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이 광영동을 찾기를 바란다. 그래서 재능도 나누고 마음도 나누고 시간도 나누며 함께 걸어다니며 즐기길 바란다.
지금 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 때, 우리 곁에서 정말 아름답고 따뜻한 동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큰그림기획연구소 회원들이 앞으로 하는 일이 더 보람 있기를, 그리고 꼭 아름다운 광영동을 만들어 내기를 바라며 홧팅!! 자축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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