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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컸던 누리과정 예산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루었다고는 하나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일단 급한 불은 끈 듯 보이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는 현 상황이 부모들도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예산안 합의대로 내년에 누리과정 전액을 편성하겠다고 반기는 지자체는 없는 상황이다.

일부 지자체는 여전히 국회 합의안에 반대하며, 지원되는 예산만큼 누리과정비를 집행하겠다는 입장에서 물러남이 없다. 예산안에 대한 불만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지방정부 의회와 교육청간 갈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누리과정 파행에서 나타난 여러 의문점들을 되짚어가며 평가해 보겠다.

누리과정 파행, 왜 어린이집 예산만 문제 삼았나?

10일 오전, 한 학부모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전남대 어린이집에 들어가고 있다.
 10일 오전, 한 학부모가 아이들의 손을 잡고 전남대 어린이집에 들어가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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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과정은 만3~5세 유아들을 대상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이뤄지는 공통된 보육·교육 과정이다. 기존에 어린이집은 표준보육과정으로, 유치원은 유치원교육과정에 따라 운영되었으나 2013년부터 유아 교육 출발의 형평성과 초등과정과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통합된 누리과정이 탄생되었다.

동시에 누리과정 재원 부담도 일원화하기로 정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부터 2012년 초까지 국무총리실,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5개 부처 장관이 모여 유아 누리과정 도입을 계획하면서 2015년 내년부터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전액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합의한 이유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한 정부의 장밋빛 전망이 크게 작용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 총액의 20.27%로 자동 산정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매해 증가분만으로 누리과정비 집행이 가능하리라는 정부 주장이 한 마디로 '통했'던 시절이었다. 정부가 누리과정을 합의할 당시에는 5%대의 경제성장을 전망하면서 세수 증가세도 8% 이상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올해의 경제전망은 정부 전망치보다 1~2%p 이상 떨어지면서 세수도 기대만큼 걷히지 않았다. 2011년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전망에 따르면 2012년 39.2조 원, 2013년 41.4조 원, 2014년 45.3조 원으로 증가세야 한다(교육과학기술부·기획재정부, 2010~2014년 중기지방교육재정 전망, 2011).

그러나 실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규모는 2012년 38.3조 원, 2013년 40.8조 원, 2014년 40.9조 원으로 전망치와 크게 어긋났다. 2011년 정부의 전망치와 비교해서도 2012년 9천억 원 감소, 2013 6천억 원 감소, 2014년 4.4조 원 감소해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11년 교육과학부와 기획재정부의 '중기지방교육재정 전망'에 따르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연평균 8.8% 성장으로 내다봤다. 그리고 올해 전국 교육감의 누리과정 예산 반발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반박 보도자료 상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성장은 연평균 6.3%이다(기획재정부 보도자료, '2015년도 누리과정 사업, 차질없이 시행 가능', 2014).

2011년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올해 기획재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장기 전망을 장밋빛으로 내놓았으나, 현실과는 거리가 크다.
▲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전망 2011년 교육부와 기획재정부, 올해 기획재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장기 전망을 장밋빛으로 내놓았으나, 현실과는 거리가 크다.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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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의 재정 현실은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 멀어지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누리과정 사업에 대한 지방정부의 부담만 커졌다. 특히나 2015년은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던 누리과정 어린이집 일부 예산이 지방교육재정 부담으로 전부 넘어오는 시기라, 지방정부의 재정 압박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히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예산마저 줄여, 교육재정을 담당하는 교육감의 반발을 샀다. 전국 교육감은 기획재정부의 예산안이 발표된 직후 일제히 내년도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 집행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누리과정 합의안, 왜 불만족스러운가?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 누리과정 예산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안 쟁점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 누리과정 예산을 포함한 내년도 예산안 쟁점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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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합의한 예산안에는 누리과정 명목으로 확보한 예산은 없다. 누리과정을 위해 우회지원(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해결하고 원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포함됐던 3개 예산에 대해선 중앙 정부가 별도로 예산을 지원하는 것)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포함된 특성화고 장학금, 초등돌봄교실, 방과후학교 지원 등 3개 사업에 대해 4730억 원을 배정하고, 누리과정으로 지방정부가 지방채를 발행하면 이의 이자로 333억 원을 대신 정부가 지원하는 방향에서 목적예비비로 5064억 원을 마련했다.

이 같은 합의를 지자체가 반길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2015년 누리과정 집행예산으로 불충분하다는 평가에서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추계에 따르면, 2015년 어린이집 누리과정으로 인해 발생할 총비용은 2조1545억 원 가량이다. 2014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나간 어린이집 누리과정비는 1조6312억 원이므로,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비 순증가분은 5233억 원이다.

사실 여야 간 공방과정에서도 교부금 부담으로 넘어오는 순증액 5233억 원은 최소한 국고로 지원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오갔다. 그런데 이번에 합의된 예산은 4730억 원으로, 순증액과는 503억 원 상당의 차이가 발생한다. 여기에다 지방정부가 지방채를 발행할 경우 이자부담도 더해져 부담규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2015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증액분은 5233억 원이나, 예산 합의안은 이보다 적어 실 집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 누리과정 규모 추이 2015년 어린이집 누리과정 증액분은 5233억 원이나, 예산 합의안은 이보다 적어 실 집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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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쟁점도 남아있다. 지방채 발행에 따른 이자를 정부가 보전해줄지 여부다. 지방정부가 지방채를 발행하면 이의 이자를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333억 원이 책정되었다. 그러나 진행되고 있는 국회 심의에서 기재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내년 예산안에 담겨진 부대조항 2항에 따르면 지방채 이자의 절반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특별교부금으로 처리한다고 명시되어 있어, 정부가 보전하는 만큼 지방정부도 333억 원의 비용을 책임져야해 문제의 불씨가 크다(관련기사 : "누리과정 지방채 이자 정부 부담?").

여야의 합의과정에서 드러난 또 다른 문제도 있다. 12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합의한 2015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39조4056억 원으로, 애초 정부안 39조5206억 원에서 축소돼 총 1150억 원이 줄어들게 되면서다(정진후 의원 보도자료 : "지방교육재정교부금 1150억원 줄었다").

이는 지방교부세법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와 관련이 있다. 내국세에서 담배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의 총액 20%를 소방안전세 명목으로 배정하기로 합의하면서, 내국세에 포함되었던 소방안전세는 빠지게 되었고, 내국세와 연동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총액 자체가 줄어드는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리과정 우회지원으로 일정 비용을 확보했어도, 실 집행액과 차이가 크고, 지방채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도 있으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자체가 대폭 감소되면서 교육복지의 후퇴마저 우려되는 등 파열음이 계속 일고 있다.

무상보육 파행, 이젠 안심할 수 있나?

홍준표 경남지사가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300여개 단체로 구성된 '친환경 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가 결성되어 24일 오후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창립 기자회견을 열려고 하자 경남도청 소속 공무원과 청원경비들이 나와 기자회견을 못하도록 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지원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300여개 단체로 구성된 '친환경 무상급식 지키기 경남운동본부'가 결성되어 24일 오후 경남도청 현관 앞에서 창립 기자회견을 열려고 하자 경남도청 소속 공무원과 청원경비들이 나와 기자회견을 못하도록 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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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누리과정 사태를 계기로 지난 3년간 반복된 파행을 끝내고 희망의 불씨를 지펴야 하나, 논란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영유아 보육과 교육 무상지원이 본격화된 2012년부터 매년 같은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단기 땜질식 처방으로 대응할 뿐 근본 대책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 

2011년 12월로 거슬러 가보자. 2012년도 예산안 막바지 협의과정에서 영아 만0~2세 보육료 지원이 결정되면서 무상보육 파행이 예고되었다. 정치권이 생색만 냈지, 실제 예산을 마련해야 할 지자체와는 어떤 협의 과정도 거치지 않으면서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든 것이다. 이로써 법적으로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영유아의 보육과 교육 책임을 분담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지자체가 재정 책임을 떠안으면서 발 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바쁜 입장이 되었다.

2012년 초부터 전국시도지사들의 반발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같은 해 하반기에는 서울시 중에서도 부자동네로 알려진 서초구마저 상위소득 30% 만0~2세 영아들에 대한 보육료 부담이 구 재정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 사태의 심각성이 알려졌다. 이 문제는 2012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영유아 보육료 분담률 조정안을 국회에서 합의하면서 일단락 되는 듯 보였다.   

이듬해인 2013년, 국회 합의안이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통과되지 않으면서 서울시가 전면전에 나섰다. 2013년에는 박근혜 정부가 무상보육 전면화를 공약해 시작한 첫 해였음에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분담률 국회 합의안이 보류되어 문제가 커졌다. 이에 가장 큰 부담을 떠안은 서울시가 국고지원을 압박했으나, 결국 서울시가 지방채를 발행해 빚을 떠안고, 일부 지원을 받는 방식으로 처리되었다.

이처럼 '돌려막기'식 복지를 끝내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제기에서 올해 누리과정 파행이 이어졌다고 본다. 그렇다면 지방정부가 처한 재정적 어려움, 이를 해소하기 위한 혜안이 모아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무상보육을 마치 무상급식 때문에 하지 못하는 복지로 규정해버리면서, 마치 큰 아이 밥그릇을 뺏어오면 작은 아이 보육이 가능하다는 어이없는 정치 공세에만 매달렸다.

정치적 국면마다 복지가 확산된 점은 우리 복지의 한계이면서 동시에 빠른 속도로 복지가 현실화된 배경이기도 하다. 무상급식이나 무상보육은 정치권이 국민과 한 약속이다. 그럼에도 2012년 무상보육이 확산된 시점부터 지금까지 국가의 지원과 책임을 명확히 한 적은 없었다. 지자체가 빚을 내거나 예산을 앞당겨 쓰는 방식으로 돌려막기를 해왔을 뿐이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이 같은 복지 파행을 막을 길은 없다. 지방정부의 복지 집행이 가능한 선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률을 올리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하고, 박근혜 정부의 복지 공약을 현실화할 장기적인 세수 마련을 위해 법인세 인상 등의 증세 방안을 설득력 제시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최정은 새사연 연구원이 작성하였습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누리과정,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어린이집 누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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