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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사용하던 중고 핸드폰을 아이 이름으로 개통해주었다. 우리는 맞벌이를 하는 부부이기에 아이가 아침에 등교했다가 저녁에야 들어온다. 위치확인 프로그램을 사용해 수시로 어디있는지를 파악하고, 엄마 아빠에게도 하루에 한번씩 전화하도록 가르쳤다.
엄마가 사용하던 중고 핸드폰을 아이 이름으로 개통해주었다.우리는 맞벌이를 하는 부부이기에 아이가 아침에 등교했다가 저녁에야 들어온다. 위치확인 프로그램을 사용해 수시로 어디있는지를 파악하고, 엄마 아빠에게도 하루에 한번씩 전화하도록 가르쳤다. ⓒ 김승한
"아빠! 어제요. 엄마한테 전화했는데 이상한 여자가 받았어요." "이상한 여자? 누구?

"몰라요, 어떤 여자가 막 뭐라고 해서 그냥 끊었어요."
"그래? 누구지?"

뭔 일인가 싶어서 아내에게 전화를 해봤다. 신호가 간다. 받지 않는다. 20초가량 지났다. 그러더니 정말 어떤 여자가 전화를 받는다. 그 여자가 하는 말이,

'고객의 사정으로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음성메시지를 이용하시려면...'

순간 아내와 나는 빵 터졌다. 이상한 여자가 전화를 받는다더니, 그 이상한 여자가 자동응답기 멘트였던 것이다. 아이가 보기엔 이상한 여자가 맞다. 엄마 전화기가 가끔 신호는 가는데 연결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이상한 여자'가 말을 거는 것이다. 어제저녁 아내와 나는 오래간만에 크게 웃었다.

아내와 내가 웃는 모습이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 우리 8살짜리 아들, 이번엔 더 심각한 표정으로 다른 이야기를 내놓는다.

"아빠, 그리고요 어떨 때는요. 핸드폰이 혼자 소리를 내요. 그래서 전화 받으면 핸드폰도 새 걸로 준다고 그러고요 돈 얘기도 해요."
"그런 전화도 와?"
"예, 어떤 아줌마가 계속 전화해서 막 뭐라 해요."

아이 스마트폰으로 스팸 전화가 오는가 보다. 게다가 대출을 유도하는 전화까지.

"그래서 어떻게 했어?"
"그냥 끊었어요. 근데요 금요일만 되면 그런 전화가 되게 많이 와요."

요일까지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아이는 무척 신경도 쓰이며 귀찮아 하는 눈치다. 그런데 금요일에 집중되는 이유는 뭘까? 휴일을 앞두고 전화하면 계약 성사 확률이 높아지는 걸까? 우리 아들 그동안 나름대로 고민했던 것 같다.

아이에게는 엄마, 아빠 전화가 아니면 그냥 끊으라고 해주고,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좀 이따가 다시 걸어보라고 했다. 확실히 아이들의 눈으로 보는 세상은 다르다. 앞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이 눈앞에 펼쳐지고 무수히 많은 선택과 갈등 앞에 놓일 것이다.

스마트폰에 빠진 아들

그건 그렇다 치고, 요즘 들어서 퇴근 후 아이들과 씨름하는 시간이 부쩍 줄어들었다. 스마트폰 때문이다. 너무 일찍 사 준 것 같다. 아내와 나는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아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위치 확인을 위해 아내가 쓰던 중고 폰을 개통해서 준 것이다. 그런데 그런 스마트폰이 아들과 나의 스킨십을 빼앗아 가 버렸다.

아들에게 해 준 핸드폰 잃어버리지 않게 목에 걸어주거나 가방에 넣어 다니게 한다. 그래도 여러번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았다.
아들에게 해 준 핸드폰잃어버리지 않게 목에 걸어주거나 가방에 넣어 다니게 한다. 그래도 여러번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았다. ⓒ 김승한
스마트폰을 주기 전까지는 내가 퇴근하면 두 아들 모두 내 몸을 놀이터 삼아 레슬링을 하는 게 주요 임무였다. 놀다가 지치면 내 종아리와 허벅지를 배게 삼아 눕곤 했는데 이젠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다. 두 아들 모두 스마트폰 만화와 게임에 빠져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안방에서 스마트폰으로 만화를 보고 있다. 정도가 지나치자 요즘엔 아이 엄마가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 동안만 전화기를 사용하는 걸 허락했다. 그 시간이 지나면 무조건 전화기 끄고 아빠 엄마와 함께 있기로 하고 말이다.

"아들! 아빠랑 놀자"
"잠깐만요, 이것만 보고요"

벌써 이러면 안 되는데, 아들을 빼앗긴 기분. 우리가 너무 성급했고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몇 살이라고 벌써 스마트폰이라니…….

게다가 아이가 스마트폰 게임 아이템 결제를 무심코 눌러 2만 원 넘게 날아온 문자를 보았을 때는 정말 아차! 싶었다. 하긴 나도 집에 있을 때나 바깥에서 누군가를 만날 때 항상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쉴새 없이 SNS를 이용하거나 뉴스를 찾아본다. 이런 나의 행동이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 것 같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그림자라 하는데 누구를 탓하랴!

알고도 어쩌지 못하는 스마트폰의 해악 

난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각종 부작용에 대해 알아봤다. 폰 사용이 아이들이나 어른에게 어떤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지 말이다. 사실 다 아는 이야기다.

▶ 디지털로 완성된 게임과 만화는 논리와 이성적인 판단을 주로 담당하는 좌뇌의 영역이 활성화되는 반면, 감성이나 추상적 사고, 예술적 감각, 비언어적 창의성을 담당하는 우뇌의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져 균형 잡힌 두뇌의 성장을 방해한다. 물론 전자파에 대한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말이다.

▶ 소액결제 등의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단말기 설정에서 소액결제를 차단하더라도 게임에서 아이템 구매 시엔 소액결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이템 구매라는 방법을 이용되며 안드로이드 폰의 경우엔 인증 절차도 없다. 아이들이 게임 도중에 실수라도 해서 '구매'라는 버튼을 누르게 되면 자동 결제되어 적지 않은 데이터 사용료가 청구되기도 하니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게임의 설정에서 임의로 구매할 수 없도록 설정해 놓는 것도 중요하다.

▶ 가족이나 친구관계에서의 친밀감이라든지 의사소통의 고리가 엷어져 풍부하고 다양한 인간성의 발전에 저해된다. 특히 가정에서 일어나는 스마트폰의 폐해는 이미 선을 넘었다는 얘기도 종종 들린다. 부모는 아이들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사용시간을 함께 정하고 나머지 시간은 가족과 함께 대화도 하고 함께 식사하는 규칙을 정하는 것이 좋다.

▶ 어린이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잔혹한 장면이나 음란물들이 여과 없이 검색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지나친 폭력이나 왜곡된 성의식을 심어줄 수 있어 사회적으로도 잠재적인 폭력에 노출되는 것과 같다.

▶ 앉아 있을 때나 걸어 다닐 때도 스마트폰에 푹 빠져있는 사람은 척추나 시력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을 뿐더러 자신을 둘러싼 주위의 환경을 제대로 인식하기가 힘들다. 차량이나 사람 혹은 장애물이 등장했을 때 즉각 반응하기 힘들어 늘 사고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한 해킹이다. 과거엔 해킹이란 것이 국가기관이나 은행, 개인용 컴퓨터에 국한되었는데, 이제 주요 타겟은 스마트폰이다.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스마트폰은 사생활의 노출은 물론 은행거래와 신분위조 등 사회생활의 전반에 걸쳐 한 개인을 망신창이로 만들 수 있다. 위에 언급한 문제들도 충분히 우려되지만, 앞으로 스마트폰을 해킹하여 벌어질 수 있는 사회적, 윤리적 사건 사고는 자칫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

열거하자면 끝도 없다. 그렇다고 모르는 것도 아니다. 알고 있지만 안 되는 것이다. 장점도 많다. 요새는 핸드폰 하나면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하다. 비행기나 기차, 버스, 영화나 기타 관람물 등의 예매는 물론, 인터넷뱅킹, 홈쇼핑, 해외 직구, 각종 동호회 모임과 회사 업무는 물론 분식집 배달까지……. 바야흐로 스마트폰 없이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급속하게 변했다.

여기서 스마트폰 사용수칙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 스마트폰이 하나의 컴퓨터이기 때문에 맘먹고 해킹을 시도한다면 당할 수밖에 없다. 개인정보(신용정보, 카드, 은행, 주식 등 금융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치한다. ▶ 안전을 위해,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장소라든지 걸어 다니는 등 움직일 때는 사용하지 않는다. ▶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경우에는 스스로 사용시간을 정하게 하고 약속된 시간을 넘기지 않게 한다. ▶ 아이들이 보는 게임이나 만화 등을 점검해 보며, 검증된 게임이나 영화를 보도록 교육시킨다. ▶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만큼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한다. ▶ 앱의 설정에 들어가 소액결제나 아이템 구매를 차단한다.

모든 문명의 이기에는 명암이 있다. 그러기에 이제는 스마트폰도 나름대로 규칙을 세우고 이용한다면 이전보다 더 안전하고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트랜센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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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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