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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고위직 승려들과의 회동 후 11일 전격 사퇴한 김희옥 총장 후보 사건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동국대 교수·직원·학생들은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위원장 정안 스님) 선거 결과 25표 가운데 11표를 얻어 1위였던 김 총장 후보 사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조계종이 대학 운영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이들은 "이사회와 총추위 등 총장선출 기구가 있는데도 조계종이 법·제도를 무시했다. 조계종에 종립학교관리위원회까지 두고서도 이런 식으로 초법적으로 나서는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라고 했다.

동국대 홈페이지 학생CS게시판에는 김희옥 총장의 강제 사퇴를 반대/항의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동국대 홈페이지 학생CS게시판에는 김희옥 총장의 강제 사퇴를 반대/항의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 동국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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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김 총장님 사퇴 철회해 달라"

동국대 학생들은 학교 홈페이지에 "김희옥 총장 강제 퇴진 반대" 글을 올리고 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학생들은 12일 오후 3시 현재 13건의 글을 학교 CS게시판에 올렸다. "김희옥 총장의 강제사퇴는 반대한다"가 주된 내용이다.

동국대 학생들의 커뮤니티인 디연(dyeon.net)에서도 조계종 고위직 승려들을 질타하고 학교의 미래를 걱정하는 50건이 넘는 게시물이 게재됐다.

'학교의 발전을 염원하는 재학생'은 "김희옥 총장이 연임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학내구성원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총장이 낸 성과와 학내평가가 좋았다"고 했다. 이어 "대다수의 학내구성원의 뜻을 (거스르고) 높으신 스님들이 점심식사를 핑계 삼아 사퇴를 권유하는 것은 조계종의 기득권 정치싸움에 학내구성원들이 놀아난 것 밖에 안 된다"고 했다.

이 학생은 "외부인이 봐도 제3자가 봐도 김희옥 총장을 뽑을 것이다. 현 총장만한 능력을 가진 분이 있느냐? 학교가 종단 몇몇 고위 스님들에게 비상식적으로 휘둘리는 것은 큰 문제이다"라고 했다.

다른 학생은 댓글에서 "이번 사건을 비유하면 대통령(총무원장)이 국립대(동국대) 총장 인선에 관여한 것과 같다"고 했다.

한 학생은 "4년 동안 학교 다니면서 처음 글을 남겨본다"며 말을 꺼냈다. 이 학생은 "'총장직은 1회로 한정함이 좋고, 연임이 적합하지 않다'는데 그동안 연임했던 故 백성욱 총장과 송석구 총장은 뭐가 되느냐. 가만히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게 맞느냐. 진심으로 학교의 앞날이 걱정된다"고 했다.

학생들은 "민원이 커지면 현 총장에게 학생들 뜻이 전달될 것이고, 총장이 용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 총장이 사퇴 철회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학교 CS게시판 등에 민원을 제기하자"고 하고 있다.

동국대 총학생회(회장 정원빈)는 오후 4시 김희옥 총장 사퇴 관련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 중이다.

동국대 학생들의 자치 커뮤니티 디연(dyeon)에는 김희옥 총장 후보 사퇴를 안타까워하고, 조계종의 부당한 압력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동국대 학생들의 자치 커뮤니티 디연(dyeon)에는 김희옥 총장 후보 사퇴를 안타까워하고, 조계종의 부당한 압력을 비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 커뮤니티 디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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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직원 "상식적으로 말 안 되는 일"


교수·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누가 총장이 되고 안 되고를 떠나, 이런 식으로 절차가 무시되는 것은 큰 일"이라고 했다.

교수협의회(회장 한만수)는 "특정인 낙마가 문제가 아니다. 학교기구에서 진행되던 절차·합의가 깨진 것에 우려한다. 관심을 갖고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A교수는 "종단 정치에 학교가 휘둘려서는 안 된다. 이제는 누가 총장이 돼도 후유증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이 교수는 "스님들에 의해 학교가 좌지우지되며 학교 발전이 지체됐던 적이 있었다. 오영교·김희옥 총장을 지내며 나아졌나 싶었는데, 그 병폐는 잠재해 있었다. 이번 기회에 고치지 못하면 동국대는 또 다시 주저앉을 것"이라고 했다.

B교수는 사퇴한 김 총장을 질타했다. 압박이 있었다고 해서 중도사퇴 하는 것은 지지해준 구성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문제를 삼으려면 진작에 했었어야 한다. 김희옥 총장이 사퇴한 것 자체가 처신을 잘못한 것이다. 나머지 것은 다음에 논의할 일이지 이제와서 말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교직원들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구성원보다 말을 아꼈지만 볼멘소리까지 없진 않았다.
한 교직원은 "당황스럽다. 총장선출을 위한 학교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단 수뇌부 스님들이 나선 것이 모양이든 취지든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종단 관계자는 "국립 K대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 2013년 1등 후보가 비정상적으로 사퇴하자 교육부는 '1등이 없어지면 다시 추천해야 한다'며 총장후보를 재추천하도록 했다. 상식적인 집단이라면 1등 후보를 물러나게 해서도 안되겠지만, 1등이 물러났다면 추천과정을 다시 거치는 것이 맞다"고 했다.

한편, 동국대 총동창회는 송석환 전 회장 측과 박종윤 회장 측 모두 "학교 일은 총동창회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태그:#동국대, #김희옥, #조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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