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혐의를 받던 최아무개(45) 경위의 자살로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을 둘러싼 정국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더 이상 검찰 수사를 신뢰하기 어렵다"라며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와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다 숨진 채 발견된 최 경위가 너무 억울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고 한다"라며 "최 경위의 유족은 '너무나 힘들고 견디지 못할 압박에 시달렸다는 억울한 내용이 유서에 나와있다'고 전했다"라고 지적했다.
최 경위가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짜 맞춘 수사에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 김 대변인은 "우리는 최 경위가 '검찰도 누가 지시하느냐, 결국은 모두 위에서 지시하는 것 아니냐, 퍼즐 맞추기라고 했다'는 유족의 말에 주목한다"라며 "검찰은 (수사에) 강압이 없었다고 하지만 최 경위가 윗선의 지시에 의한 짜맞추기 수사라고 믿을 만한 정황이 있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또 "검찰은 지난 3일 최 경위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9일 체포한 뒤 10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최 경위를 강하게 압박했지만 (그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라며 "이는 검찰이 속전속결해야 한다는 초조함에 무리하게 수사하고 영장을 청구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제 검찰 수사는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라며 "국회 청문회와 국정조사 등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와 함께 특별 검사의 도입이 불가피하다"라고 못박았다.
새누리당 "부질 없는 의혹 부풀리기 중단해야"이는 전날 밝혔던 입장보다 공세적으로 변한 것이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최 경위의 자살과 관련, "비선실세 국정농단의 실체를 정확히 밝혀내기 위하여 국민과 언론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원론적 논평을 내놨다.
그러나 최 경위의 유족 측에서 유서의 일부 내용과 고인의 생전 발언 등을 공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최 경위의 형인 최아무개씨는 전날(13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유서에) '너무 억울해서, 정보분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세상을 뜬다, 직원들 사랑한다'라고 쓰여 있었다"라며 "유서 내용을 다 이야기해 줄 수 없지만 자기들이 한 일도 아닌 걸 뒤집어 씌우려 하니까 그런(자살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 경위가) 정보를 유출했다는 것은 다 거짓말"이라며 "유서에 모든 게 나와 있다, 대한민국이 1970~1980년대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고인의 생전 발언도 공개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압박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검찰에 지시하는 것은 누구겠느냐, 결국은 다 위에서 한 것 아니겠나"라며 "동생은 얼마 전 전화통화에서 '퍼즐 맞추기'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검찰이 '위'에서 지시를 받아 이번 사건을 문건유출로 몰아갔고 최 경위가 그에 따라 희생됐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
새누리당은 '방어'에 나서고 있다. 윤영석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안타깝게도 문건유출 혐의로 조사받던 서울경찰청 최 경위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라면서도 이번 사태의 핵심원인인 '정윤회 문건'을 찌라시로 재차 몰아갔다.
그는 "아무런 증거가 없이 대한민국이 그저 뜬 소문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라며 "뜬 소문으로 국정을 흔들려는 행태는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드는 죄악"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정운영을 방해하는 세력이야말로 국기 문란 세력"이라며 "야당은 부질 없는 의혹 부풀리기를 이제 멈추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이 전날 최 경위의 자살에 대해 "안타깝다"라면서도 "정치권은 진영논리에 빠져 정쟁을 일삼을 것이 아니라 인내심을 가지고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한 것과 같은 논리다.
"정윤회 가증스럽다"던 박지만, 금주 중 검찰 소환
하지만 새누리당의 바람과 달리,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이 금주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라 '정윤회 문건'을 둘러싼 파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회장은 자신의 지인들에게 청와대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에 나돌던 '정윤회-박지만 권력암투설'의 진상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2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인들에게 "(자신에 대한 미행설을 다룬 <시사저널> 보도 이후) 정씨가 찾아와 '나도 딸이 있는 사람인데 그런 일(미행)을 했겠나, 오해이시다'라며 눈물을 흘렸다"라며 "(정씨의)그 모습이 가증스러웠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