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뒤 26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 1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 창원지회(지회장 이갑호, 아래 창원지회)는  복직 투쟁을 벌여 왔던 조합원 박아무개(47)씨가 병마와 싸우다 지난 13일 숨을 거두었다고 밝혔다.

2009년 쌍용차(평택·창원공장 등) 집단 정리해고 후, 해고자와 가족들이 잇달아 사망하고 있다. 박씨는 26번째다. 박씨는 1996년 쌍용차 창원공장에 입사해 일하다 한때 허리를 다쳐 중앙측정실 부서에서 근무했다.

고인은 2009년 해고 뒤 퇴직금은 산재소송으로 탕진했고, 그동안 주유소 아르바이트와 부품사 하청노동자로 떠돌았다. 병마와 싸워 오던 고인은 13일 끝내 숨을 거두었다.

쌍차노조 창원지회, "가슴에 묻기도 한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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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자동차 창원공장에 다니다 2009년 해고되었다가 복직 투쟁을 해오던 노동자 박아무개씨가 병마와 싸우다 13일 숨을 거두었다. 사진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창원지회가 쌍용차 창원공장 앞에서 천막농성했을 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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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법원의 쌍용차 정리해고 판결이 해고 노동자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내몰고 있는 지금, 창원공장에서 해고됐던 노동자의 죽음이 또 발생했다"며 "억울하고 분통해서 말로, 글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라고 표현했다.

이어 "언제까지 죽음의 고통을 가슴에 묻으면서 세고 있어야 한단 말이냐, 이제 가슴에 묻기도 한계치에 도달했다"며 "한꺼번에 무고한 생명을 바다 속에 매장시킨 세월호의 참사가 전 국민을 슬픔과 도탄에 빠뜨렸다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은 죽음은 아직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특히나 어제 또 한명의 해고노동자의 죽음은 차디찬 겨울 추위에 70미터 쌍용차 공장 굴뚝으로 다시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해고자의 삶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 같아 더더욱 슬프다"고 덧붙였다.

고인에 대해, 창원지회는 "죄라면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었던 고인에게 남은 건 허리 디스크와 해고통지서였다"며 "억울한 나머지 산재소송에 들어갔고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퇴직금도 소송비용과 허리 치료에 모두 소진했다"고 고인의 상황을 전했다.

창원지회는 덧붙여 "때문에 가정 생계는 부인이 책임져야 했고, 남한테 의지하기 싫어했고 강직했던 고인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정상적인 삶은 물론 끝내 억울한 한을 풀지 못한 채 외롭게 병마와 싸우다 죽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서술했다.

이어 "해고 이후의 삶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퇴직금은 산재소송비용과 치료비에 모두 소비하고 주유소 아르바이트와 쌍용차 납품업체 비정규직 삶이 전부였다"며 "이러한 삶은 자신의 몸도 스스로 추스릴 겨를도 없게 만들었고, 급기야 지난 9월 몸이 아파 병원 진료를 받아본 결과 청천병력과도 같은 간암이라는 판결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평택공장 고공농성에 돌입한 그 날... 박씨 사망

창원지회 "동료 조합원은 마지막 생을 마감했다"며 "쌍용차 자본과 정부에게 묻는다, 고인의 마지막 망은 무엇이었겠느냐? 마지막 생을 마감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너무나 많은 해고자들을 죽음으로 떠나보낸 쌍용차 지부로서는 늘어나는 눈물의 양만큼 불행한 미래의 삶도 늘어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박 조합원이 사망한 날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쌍용차 평택공장 안에 있는 70m 높이의 굴뚝에 올라 고공 농성에 돌입한 날짜와 같다.

창원지회는 "굴뚝에 오를 수밖에 없는 처절한 삶과 또 한명의 해고된 동지를 하늘로 보내야 하는 비열한 세상에 또 한 번 분노를 느낀다"며 "더불어 억울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이 반드시 공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또한 더욱 명확해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울분과 분노도 이젠 쌍용차 해고자에겐 사치가 됐다"며 "겨울 추위의 매서운 찬바람만큼이나 들려오는 하나하나의 소리가 비수가 되어 꽂혀 오고 있다"고 밝혔다.

고인의 빈소는 창원 파티마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고인은 부인과 중·고등학생 딸 둘을 뒀다. 가족들은 고인의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치를 예정이며, 발인은 15일 오전에 열릴 예정이다. 장지는 김해추모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