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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장석조)가 지난 12일 지방자치단체가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강제한 서울시 성동구와 동대문구의 개정 조례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유통재벌들이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은 과도한 규제에 해당한다'며 대형마트 규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이 확산될 수도 있는 판결이지만, 의외로 조용하다. 왜냐하면 이번 판결이 성동구에만 국한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조례에 대한 첫 법원의 첫 판결은 지난 2012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형마트 규제조례 '위법' 판결에 유통재벌 조용
2012년 6월 서울행정법원은 서울시 강동구와 송파구의 '유통재벌 규제 조례'에 대해 조례 제정 절차상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판결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판결의 요지는 '지자체가 조례 제정 시 대형마트에 알리고 의견도 들었어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두 번째로 유통산업발전법(아래 유통법)은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제 도입 등의 규제를 지자체장이 재량껏 정할 수 있게 했는데, 당시 조례는 특정 요일을 지정해 단체장의 재량권을 침해했다'는 것이었다.

이 판결 이후 대형마트 규제 조례를 제정했던 지자체는 개정에 착수했다. 또 개정하는 과정에 대형마트 측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진행했다. 일례로 인천 부평구의 경우 지난해 10월 조례 개정시 '영업시간 제한을 명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하여 휴업을 명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영업시간 제한을 명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여 휴업을 명할 수 있다'로 고쳤다. 또 '의무휴업일은 두 번째 일요일과 네 번째 일요일로 지정하여 의무휴업을 한다'를 '의무휴업일은 2일 이내의 범위에서 지정할 수 있다'로 개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판결 뒤 일선 지자체들은 부평구처럼 절차상 위법요소를 없애고 조례를 개정해 위법요소를 없앴다. 그러나 성동구처럼 개정하지 않고 유통재벌과 소송이 진행된 지자체가 있었고, 동대문구처럼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 조례를 개정하는 지자체도 있었다. 그러다 소송이 진행되던 중인 지난 2013년 4월 유통법 개정안이 시행됐고, 올해 1월에는 영업시간 제한을 2시간 더 연장하는 형태로 유통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서울고법 판결 후 유통재벌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법원이 성동구와 동대문구의 조례가 2013년 4월 시행되기 전 유통법에 따라 개정된 조례에 대해 위법이라고 판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동대문구의 경우 2013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조례를 다시 개정해 대형마트를 규제하고 있어 이번 판결의 효력이 없다.

다만, 성동구의 경우 현 조례가 법원이 문제가 있다고 판결한 것으로, 성동구가 개정된 유통법에 따라 조례를 개정하면 영업시간제한과 의무휴업일 운영에 지장이 없을 전망이다.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2013년 개정안 시행 전 유통법에 따른 조례 개정에 대한 것이다. 유통법 개정안 시행 후 휴업일이 '일요일 및 휴무일'로 강화됐고, 또 올해 1월 영업제한시간이 기존 '자정~오전 8시'에서 '자정~오전 10시로' 2시간 더 늘었다.

즉, 유통법 개정 전 조례를 개정한 지자체들이 있지만, 유통재벌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개정된 유통법에 따라 더 강한 조례를 제정하게 되면 그만이고 유통재벌 입장에선 비용만 추가 될 뿐이다. 그래서 유통재벌 입장에서는 소송을 더 제기할 필요성이 없는 셈이다.

반대로 개정 전 유통법에 따라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 입장에서는 개정 된 유통법에 따라 조례 개정을 서두르는 게 혹시 있을지 모를 행정소송에 따른 행정비용을 절약하는 길이 되는 셈이다.     

대형마트에 대한 법원의 정의... "황당하고 희한"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전국유통상인연합회와 전국을살리기비대위, 새정치민주연합을지로위원회 등은 15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2일 서울고법 판결을 비판했다.
▲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전국유통상인연합회와 전국을살리기비대위, 새정치민주연합을지로위원회 등은 15 오전 11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12일 서울고법 판결을 비판했다.
ⓒ 전국유통상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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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판결이 당장 대형마트 규제 조례 폐지 내지 완화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서울고법이 "대한민국에는 대형마트가 없다"고 판결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판결 내용이 국민상식과 동떨어진 판결이라는 데 심각한 문제의식을 표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고법의 판결 사유를 보면 '처분대상이 된 점포들은 법령에서 규정한 대형마트가 아니고, 영업시간제한과 의무휴업일제는 전통시장 보호효과가 없고, 맞벌이 부부 등 소비자선택권에도 반한다는 것 등"이라며 "참으로 황당하고 희한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유통법은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소매하는 점포'를 대형마트로 규정하고 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이번 판결이 문제된 대형마트는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점포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이동주 정책실장은 "재판부는 대형마트 소비자들이 시식코너 점원들의 도움을 받아 소매한다고 판단한 것인가? '대형마트가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점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은, 대형마트의 영업형태를 무시한 현실성 없는 판결이다. 지금도 대형마트에 가면 점원의 도움 없이 제품을 구입하는 수없이 많은 소비자들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는 또 대형마트 영업시간제한과 의무휴업일제도가 전통시장 상인의 매출과 이익, 고객 수 증가에 도움이 됐다는 조사가 수차례 나왔지만, 법원은 이마저도 부정했다고 비판했다.

이동주 정책실장은 "2012년 6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의무휴업일제도 시행 후 전통시장의 매출이 11.7% 증가하고 고객수 역시 11.5% 증가한 것으로 돼 있다. 대형마트에 대한 일정한 규제로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살아났다. 지역의 중소상공인 당사자들이 한목소리로 그렇게 증언하는데도 법원은 이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국민정서와도 매우 동떨어진 판결이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소상공인정책연구소장)이 지난 6일 우리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95% 신뢰수준, 최대허용오차 ± 3.1%P, 유·무선전화 임의번호 무작위추출방식)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약 75.8%가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제도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국민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영업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38.3%, '현행 규제정도가 적당하다'는 의견은 37.5%가 나왔으며, '규제가 현재 보다 더 완화되어야 한다'는 비중은 18%에 불과했다.

아울러 유통재벌과 대기업들의 도매업 진출을 규제하는 것에 대해서도 66.7%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 일환으로 추진하다가 보류된 대형마트의 판매품목제한에 대해서도 찬성비중(58.8%)이 반대비중(32.2%)보다 더 높게 나왔다.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영악화를 초래하는 원인을 묻는 질문에 대해 '대기업의 사업확장으로 고객을 빼앗겨서'(33.9%)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도 서울고등법원이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판결을 내린 것이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인태연 공동회장은 "이번 판결로 벌써부터 유통재벌과 대기업, 그리고 보수언론이 결탁해 대형마트 규제가 과도한 규제라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객관적인 데이터가 있고, 국민들이 지켜보는 데도 법원은 국민상식과 동떨어진 판결을 했다"며 "대한민국에 300개가 넘는 대형마트와 1000개가 넘는 SSM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잠식했다. 대법원이 서울고법의 잘못된 판결을 반드시 바로 잡아 주길 호소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서울고법#유통재벌#전국유통상인연합회#대형마트 규제 조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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